새로운 광화문광장 설계, ″조경적 접근방식이 가져온 독특한 경관″

[인터뷰] ㈜CA조경기술사사무소 김재환 소장, 조용준 소장, 서울시립대 김영민 교수 - 1
라펜트l전지은 기자, 정남수 기자l기사입력2019-02-10
새로운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Deep Surface(과거와 미래를 깨우다)’가 뜨거운 감자다. 설계안은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서울의 다양한 이념, 경관, 공간 구조의 층위와 이를 담아냈다. 단순히 과거뿐만이 아닌 현재와 미래 한국의 모습까지 투영한 ‘한국적’인 안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여타 광장의 모습과는 다르게 수목이 만들어내는 경관이다. 북악산까지 이어지는 녹지는 인위적이지 않으며 자연스럽다. 이 녹지부분은 광화문광장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경관으로, 훗날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설계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경관까지 생각하는 조경적 접근방식이 가져온 가장 큰 힘이었다고 서술한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의 김재환 소장, 조용준 소장, 그리고 서울시립대 김영민 교수와 만나 당선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김재환 소장, 조용준 소장, 서울시립대 김영민 교수


광화문광장은 역사와 상징을 담은 공간인 만큼 설계를 하시면서도 많은 숙고를 하셨을 텐데, 당선 소감 부탁드립니다.

김재환 소장(이하 김재환) : 제가 광화문광장을 프로젝트를 처음 접했던 것은 직접 수행하진 않았지만 2009년 ‘국가상징거리’였습니다. 이후 10년이 지나는 동안 다양한 이슈들이 있고 다양한 상황들이 엮여 무수히 많은 담론들이 있었습니다. 국가상징거리를 시작으로 현상공모당선까지 일련의 과정들에 함께한다는 것과, 마침표를 저희가 찍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쁩니다.

조용준 소장(이하 조용준) : 수없는 현상에서 당선과 낙선을 경험했습니다. 좋은 결과물을 만든다고 무조건 당선되지 않는 것도 많이 경험했고요. 그렇다보니, 저희의 개념과 결과물이 만족스러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전혀 예상되지 않았습니다. 워낙 이슈가 많은 공모전이라 국내외 우수한 설계업체들이 들어왔단 이야기를 전해 듣고, 10등안에만 들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10등안에 들고, 당선이 되었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공모전에 참여했던 다른 팀을 포함해 주변에 많은 지인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는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김영민 교수(이하 김영민) : 광화문광장은 설계 아이디어나 철학도 중요하지만 실무적으로 여러 사안들이 얽혀있어 패기만으로 덤빌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닌데, 진양교 대표님의 노련함과 더불어 저희의 역할분담이 명확했고 팀의 합이 잘 맞았습니다. 이후 상황에 맞게 설계변경을 해야 한다면 같이 노력하려고 합니다.


설계를 하시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조용준 : 저희 팀이 작업에 쓸 수 있었던 시간이 주어진 공모전 일정 상의 시간보다 짧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 도출부터 디자인 그리고 프로덕션 과정동안 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도, 우리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개념, 디자인, 드로잉 등)을 만드는 데 가장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첫 아이디어 회의 때, CA조경과 김영민 교수님의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절묘하게 엮여져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로 재탄생되었습니다. 그 이후의 과정은 수월했습니다. 한마디로 첫 단추가 잘 끼워졌죠. CA조경의 경우, 오랜시간 서울의 중심이였던 광장의 역사적 층위를 드러내고, 현대 도시의 상황에 맞게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아이디어들을 제안했고, 김영민 교수님은 광장의 의미와 한국적 경관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제시했습니다. 이 두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서울 광화문 공간에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다양한 유형(이념, 경관, 공간 구조)의 층위와 이를 담아낼 수 있는, 두께가 있는 표면이라는 의미의 ‘Deep surface’라는 개념이 만들어졌습니다. 

디자인과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팀원들과 끝장토론을 할 정도로 다함께 참여하며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직원들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었고, 참여한 팀원들 모두 즐겁고 재미있게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직원들이 광화문 광장의 개념적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충분히 이해하며 작업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김영민 : 광장은 비워야 하기 때문에 어려웠습니다. 특히 광화문광장은 국가의 상징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그러나 광장은 우리나라 경관이 아니잖아요. 광장이나 축이라는 개념이 19세기 서양에서 국가가 상징화되면서 만들어진 것이 많았고요. 저희도 정갈한 가로수와 큰 대로, 광장과 건물과 같은 도식들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고 있더라고요. 과거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온 개념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틀 안에서 다른 대안은 없을까? 라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업을 할 때 ‘한국적’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적이라고 해서 꼭 전통적인 것은 아닙니다. 조용준 소장이 구조적으로 아이디어를 낸 ‘수직적 공간구조의 입체적 연결과 땅이 가진 역사적 층위’도 한국적입니다. 서울은 서양의 큰 도시와는 다르게 더 고밀화가 되어 있기에 보다 입체적으로 공간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경복궁이 상징하는 과거의 층위도 있고, 현대의 층위도 있으며, 미래의 층위도 있다는 개념입니다.

잘못 이해를 한다면 수목이 식재된 부분은 한국적인 것이고, 다른 부분은 한국적인 것과 관계없이 기능적인 것이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는데, 저희는 이 모든 것이 전부 한국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적’이라고 하면 전통을 떠올리지만 해외에서는 첨단 IT를 떠올리니까요. 이 모든 것을 엮어 하나의 경관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김재환 소장


설계공모당시 분절된 두 개의 광장과 도로체계 등 골격이 짜인 상태였기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과도한 기본계획이라는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설계하시는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김재환 : 현상공모는 사실 숙제를 푸는 느낌입니다. 제시된 기본 골격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광장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역사광장과 시민광장이 이미 공간의 성격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어 설계하기에는 조금 더 편했습니다.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면 어디까지를 역사광장으로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디자인하는 시간이 들었을 테니까요. 물론 전체의 공간을 봤을 때는 아쉬운 부분이 있겠죠.

많은 사람들이 왜 이 도로를 계속 유지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어요. 그러나 이 골격은 이전에 서울시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내용입니다. 광화문광장은 서울역 고가와는 달리 누군가의 의도가 있을지언정 형식자체는 시민포럼, 광화문포럼 등 여러 집단지성의 형태로 대안을 낸 것이기 때문이죠. 설계라는 건 설계가가 그 공간의 주인이고 공간의 어떤 결정을 하는 것보다는 여러 프로세스에서 일부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많은 설계가들이 착각을 하는 게 설계를 본인 의지의 투영이라고 믿는 것이죠. 무지몽매한 대중들과 고리타분한 공무원들이 이해를 못 하는 것이라고요. 그러나 그들 입장에서 보면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이 큰 틀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할 전제였을 겁니다.

김영민 : 기본계획 보고서에는 도로계획안에 대해 공사비까지 뽑은 교통계획안과 교통흐름시뮬레이션 등이 있었어요. 이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하는데, 별도의 예산 낭비일 수 있죠. 이런 틀로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단순히 기능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견들을 잘 정리를 해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용준 : 공모 지침서에 ‘새로운 광화문광장에 관한 10가지 이슈와 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열한 항목이 있었습니다. 몇 년 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토론한 끝에 만들어진 내용이기에 이를 잘 담아내자는 것이 저희의 전략이었습니다. 이 항목들이 설계를 풀어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고, 그 안에 해답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영민 : 10가지 이슈와 과제는 문제의식이기 때문에 여기서 우린 어떤 의미를 뽑아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곧장 설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조경에서 제시한 안이 당선됐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굳이 분야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광장을 바라보는 시각차이는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재환 : 광장 내부 좌우측에 수목을 둔 것은 조경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김영민 교수님이 마당과 녹지의 관계가 명쾌하게 보이는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그래서 두 개의 광장에 수목을 식재하기로 했죠. 광장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에 대한 만족도는 수목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수목이 있음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관이 바뀌고, 점점 풍요로워지며, 이용성도 다양해집니다. 그러나 비워야 하는 광장에 수목을 식재하기란 쉽지 않아요. 과거 서울시청 앞 광장을 설계할 때도 그늘이 너무 없어서 광장 귀퉁이에 보식할 때 총림으로 어떤 수종을 어느 정도의 볼륨으로 식재할 것인가를 두고도 많은 백데이터들을 모았었거든요.

조용준 :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저희 계획안의 강점 중 하나는 북악산 녹지의 흐름이 광장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양쪽 경계부를 따라 선형의 녹지가 이어지고, 녹지 안은 다양한 수종, 특히 전통수종을 열식이 아닌 랜덤형으로 식재했습니다. 이로 인해 광장경계부에는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크기의 여러 공간들이 생겨나게 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건축에서 주로 활용되는, 인공 구조물에 기반한 공간 구성 기법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조경가가 가지는 혹은 조경적 접근방식의 가장 큰 힘은 살아있는 식물의 특성을 활용하여 생동감 넘치는 장소를 만드는 데에 있습니다. 식재 간격, 수종, 수형 그리고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의 모습은 모두 조경설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요소들 입니다.

또한 저희가 제안하는 광화문 광장은 서양의 비워진 광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광장입니다. 이는 위에서 말씀드린 식재기법을 포함해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 공간이 가지는 특수성을 면밀히 고려한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식재기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광화문광장만의 특별한 녹지 풍경은 멀리 북악산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를 통해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한국적 경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민 : 분야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매개체가 다르다보니 공공공간을 볼 때 시각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축에서는 매개체가 건축물이니 건축물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해야하죠. 실제로 건축분야에서 가장 많이 나온 안은 파빌리온을 세우는 안이었다고 합니다. 반면 조경은 경관까지 생각을 하죠. 그래서 수목을 광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조경이 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고요. 공간을 구성하는데 있어 어느 분야가 더 적합하다기보다는 조경이 반영된 안이 모든 분야가 보기에 더 설득력이 있었다라고 판단합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조용준 소장


이번 당선 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김재환 :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역시 수목식재공간입니다. 수목은 광장과 건축물과의 완충공간이자 전이공간입니다. 훗날 광장이 조성되고 수목 하부에서 이용되는 다양한 모습들은 어느 광장에서도 볼 수 없었던 한국적인 광장만의 모습일 것입니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조용준 :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명확한 전략에 바탕한 공간구조계획과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담은 디자인 요소들입니다. 우선 공간구조부터 말씀 드리면, 지상은 비움으로써 비일상적 프로그램을 담는 공간으로 계획했고, 지하는 채움으로써 일상적인 프로그램을 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광장을 선큰 공간을 통해 연결시켰습니다. 선큰공간은 고려남경에서부터 이어졌던 광화문 광장의 역사적인 흔적을 활용해 디자인 한 시간의 정원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루어 집니다. 이 세 개의 공간이 저희가 제시했던 세 가지 전략(①새로운 주작대로의 계승, ②수직도시와 지하도시의 연결, ④한국적 경관의 재구성)과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부적인 디자인에 대해서는 나중에 저희 팀원들과 함께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쉬웠던 부분은 비워진 광장을 어떻게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향후 설계를 진행하면서 더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김영민 : 많은 팀들이 지하에 무엇을 할 것이냐, 건물을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 등 구조적으로 접근하거나 의미들을 강조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술성’에 있다는 의견입니다. 사람들이 공간을 보고 감탄사가 나오는 공간, 감흥을 일으킬 수 있는 공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낯선 공간이길 바랐습니다. 그렇기 위해선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수목이나 독특한 바닥포장패턴(이하 포장패턴)이 이 일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보통은 설계의 마지막단계에 하는 수목식재나 포장패턴에 대해 초반부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광화문의 경관적 매력은 경복궁과 산이 있다는 점이듯 수목들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감동과 매력을 극대화해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습니다. 이러한 의도를 조감도를 통해 드러나도록 했고요. 사실 내부적으로 조감도가 학생의 작품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조감도를 현실적으로 만들어 사진처럼 공간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반대로 이 전략이 적중했으니 좋은 일입니다.


다음편에 계속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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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_ 정남수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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