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관리를 하며 느낀 불편함을 IT 기술로 개선하고자 했다”

[최자호가 만난 조경인] 하용훈 세이브트리 대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2-10-21
세이브트리는 나무의사 처방전 작성 등에 대한 진료 편의성을 개선하고 안전하게 진료기록을 보관 및 공유하는 기능과 산림·조경서비스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편리하게 매칭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조경분야에 IT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를 만들어 낸 인 세이브트리는 나무에 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나무를 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9월 산림청에서 주최한 ‘산림공공·빅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에서 ‘SAVE TREE’을 개발한 세이브트리가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관련기사). 1등 상금에 대해 직원들과 논의한 결과, 나무의사, 조경 및 산림 분야의 자격증을 따고자 노력하는 학생들을 위해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고.

하용훈 세이브트리 대표는 “아주 작은 기부이지만 지금까지 주변 분들에게 받은 혜택과 도움을 저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시작하면서 미약하게나마 사회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세이브트리가 되겠다”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해가고자 하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하용훈 세이브트리 대표


세이브트리

세이브트리는 수목, 병해충 등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시대 그 가치가 더욱 소중해진 그린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케어하기 위한 솔루션을 론칭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수목 진단과 방제, 예초 및 제초, 전장 등을 비롯해 조경서비스가 필요한 수요자에게 나무병원이나 조경업체와 매칭 해주는 ‘조경서비스 O2O 플랫폼’을 지난 4월 론칭해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에서 중요한 포인트로 삼고 있는 점은 가능한 먼저 현장을 찾아 비전문가인 조경서비스 수요자의 요구사항을 다시금 정리하고 한정적인 관리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고객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다. 뿐만 아니라 현장 방문을 통해 확보한 도면, 현장 사진, 요구사항을 정리한 견적제안요청서를 매칭희망 기업에 제공하는데 서비스 공급기업의 만족도 역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조경서비스 O2O 플랫폼 화면


나무의사용 전자진료차트(EMR) 화면

두 번째 서비스는 최초로 개발해 베타 서비스 진행 중인 나무의사용 EMR(전자진료차트)이다. 이 서비스는 의사나 수의사처럼 진단코드에 기반해 나무의사가 간편하게 처방전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나무병원의 처방전은 물론 농업, 임업을 비롯한 다양한 수목 병해충 관련 서적을 분석해 진단 및 처방 메시지를 정리했고, 이를 방대한 데이터셋으로 구축하고 있다.

과거부터 나무병원 사업을 해온 분들은 EMR(전자진료차트)의 등장으로 처방전의 작성과 발급이 간소화되는데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고 계시기도 하는 반면 새롭게 나무병원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은 처방전 등의 작성을 정확하고 간편하게 해 치료에 집중할 수 있기에 반기고 있다.

아울러 「산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5년간 진료부 및 처방전 부본을 보관하도록 하고 있어 방대한 양의 문서를 작성해 보관하는 나무의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나무의사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않은 시점임에도 세이브트리를 필두로 이 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또 다른 기업들이 등장할 정도로 이 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을 뿐 아니라 수목진료 데이터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하 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나무의사들의 요구사항을 보다 충실히 반영한 서비스로 만들어갈지만 더욱 고민하고 니즈를 분석해가며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환경에 걸맞게 세이브트리는 내년 초 선보일 다음 단계 모델을 구축 중에 있다. 보다 발전된 다음 모델은 일반 대중에게도 친근한 조경서비스가 되기 위한 서비스로, 앱으로 구축되고 있고, 조경과 수목진료 산업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는 지금까지 모인 수목진료 및 조경관리 데이터를 활용해 머신러닝 기반의 수목 병해충 모니터링 및 예측 시스템(v1.0)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이에 대한 산림청과 산하기관 담당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세이브트리는 이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 대표는 ”이러한 모델이 한국형 i-TREE 개발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활용가치가 상당하다“고 평가하며, 한양대학교 김건우 교수님, 부산대학교 김동필 교수님, 예주나무병원 정강영 원장님, 수프로 채일 대표님과 같이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분들의 자문을 통해 보다 혁신적인 모델로 발전시켜가고 있어 앞으로 선보일 v2.0 모델을 더욱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세이브트리는 장기적인 비전으로 나무와 관련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글로벌 트리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목진료, 조경, 산림, 식물보호 분야의 인재채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함께 비전을 공유하는 스타트업, 조경기업, 나무병원관과도 언제든 협업해 함께 산업을 확장하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스타트업의 시작

하용훈 대표는 부산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 도시대학원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전공으로 박사과정 수료 마지막 학기로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워낙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아 조경시공과 관리, 생태복원과 LID까지 기회가 생길 때면 늘 새로운 일에 지원하고 모험을 즐기는 편이었다고. 그래서 인지 경력을 보면 GS그룹 자이에스앤디라는 회사에서 자이브랜드 조경관리를 담당하기도 했고, 시대에듀에서 조경기사 강의를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전 직장은 정년이 보장된 시설공단이었다.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보다 안정적인 직장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학업을 병행하며 인천 송도에서 학교까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다니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일과 중 진행된 조경관리업무에 대한 관련 데이터들을 저녁 수업을 통해 논리적으로 백업해가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직장을 다니며 어렵게 석사논문을 쓰고, 우수논문상을 받게 되면서 논문의 주제를 사업화해보자는 생각에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

평소 공원이나 아파트 조경관리 업무를 하면서 ‘왜 조경분야에서는 그 흔한 작업일지 앱도 하나 없을까?’, ‘조경업체 견적이나 나무병원 처방전은 요청 후 받기까지 왜 늘 시간이 오래 걸릴까?’라는 직접적인 페인 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통해 기초적 단계의 IT 접목의 필요성을 느껴왔었고, 공원관리팀에 있으면서 지금까지 어떻게 조경관리를 해왔는지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점으로 조경과 IT를 연결하고자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IT 서비스 기획 경험이 없어 요구사항 정의서와 와이어프레임 작성, 서비스 운영정책 수입 등 단기간에 웹/앱 서비스를 기획하기는 쉽지 않았다. 따라서 역으로 화면설계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figma, adobe XD와 같은 관련 서적을 빌려와 하나씩 따라해 보고 손에 익히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메디블록, 세나클소프트와 같은 스타트업들의 EMR이나 숨고, 크몽과 같은 O2O 플랫폼을 벤치마킹하면서 UI/UX 디자인을 진행했고 현재의 초기 모델까지 구축할 수 있었다.

세이브트리는 현재 신용보증기금 및 AC와 함께 엑셀러레이팅을 진행 중이며, 투자유치를 논의 중에 있다. 내년 2월경에는 발전한 조경서비스 O2O 서비스 모델을 론칭할 예정으로 패트너를 맺거나 향후 협업 계획이 있는 나무병원, 조경회사들과 함께 그야말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조경서비스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디지털 시대에 조경 전공자에게 조언한다면

조경분야는 하 대표가 조경을 시작한 10년 전과 비교해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고, 그간 혁신적이라고 할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하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조경도 그 시류에 당연히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개발은 수많은 프리랜서 개발자를 통해서나 외주개발을 통해서도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비용 역시 하 대표처럼 정부 정책 자금을 통해 확보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조경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역량은 ‘상상력’이며, ‘도전’을 통해 그 상상을 현실로 실현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상력의 크기는 다 다를 수 있지만 상상의 볼륨이 크든 작든, 현실성이 있든 없든 도전하지 않는 것은 혁신의 기회조차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의 상상은 볼륨이 아주 작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이지만 디지털 리터러시가 저보다 훨씬 뛰어나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본 조경분야 후배님들은 훨씬 매력적인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 결과 산업이 보다 활성화되는 수천억 단위의 조경기업과 IPO를 성공하는 회사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글로벌 조경기업을 이루는 분들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으며, 저 역시 함께 도전해나갈 것이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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