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마을정원 모델 미하라정원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동필 교수l기사입력2023-09-13

마을정원 모델 미하라정원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2018년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일환으로 울산시와 UBC가 공동으로 특별기획하여 제작한 ‘토크멘트리 정원의 도시‘를 촬영하기 위해 태화강지방정원을 방문하여 소피 워커(Sophie Walker)의 Drizzling Moon Garden, 꺄뜨린 모스박(Catherine Mosbach)의 Lost in Transition이라는 인상적인 작품을 보았고, 그 당시 초청작가로 같이 전시되었던 이시하라 카즈유키(石原 和辛)의 일본 정원인 미나모토(源)는 2004년 첼시에 처음 도전할 때 사용했던 의미있는 제목이었지만 나에게 흥미롭지 않은 일본식 정원이었고, 완성도도 매우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첼시 플라워쇼에서 12번이나 골드메달을 수상했다는 이력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얼마전 오펜하이머 영화로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원폭의 도시 나가사키의 미하라(三原) 정원 답사를 계기로 완전 새로운 시각으로 그 작가를 보게 하였다.

“정원 디자이너 이시하라는 22세에 꽃꽂이의 뿌리인 池坊(이케노보)에 입문했음. 당시 ‘단 3개의 가지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꽃의 풍경’에 매료되었고, 그 이후로 꽃과 푸르름에 관심을 가지고 노상판매에서 점포, 그리고 꽃을 팔면서 ‘꽃을 팔지 않고 꿈을 판다’는 모토로 사업을 하다가 35세부터 정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음.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다실이 있는 정원, 열린 정원 등 일본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탁월함을 인정받고 있으며 벽면을 디자인하는 첨단 기술 정원의 선두주자이기도 하였고, 국제 정원박람회에 출품을 하면서 그 인지도를 높여갔음. 그동안 10,000건 정도의 정원 시공실적과 함께 11개 도시의 ‘녹의 대사’를 맡고 있음”


미하라정원

이시하라의 고향 나가사키의 미하라정원은 2020년에 개장한 오래된 농촌의 계단식 야산 마을에 자연발생적으로 지어진 여러 채의 집터에 만들어진 경사지 정원이면서 오픈 가든이다. 산복도로, 비탈길이 많은 척박한 마을에 처음 가는 사람은 길 찾기도 어려운 장소여서 단체관광객이 방문하니 동네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는 정겨운 마을이기도 하다. 

소박한 무채색의 일본 마을 같지 않게 특색있는 식물과 장식물을 이용하여 흥미로운 칼라로 공간을 만들고 계단식 수직 경사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공간을 분리 또는 연결시키고 수직벽면을 녹화하여 단차를 극복하였고 공간마다 다양한 장소성을 부여하여 차별성과 활용성을 높인 마을 만들기를 보면서, 그동안 해보지 못한 채 늘 꿈만을 꾸던 정원을 통한 마을 재생의 한 줄기 빛을 보는 것 같았다. 

단차를 극복한 미하라 정원

미하라마을은 ‘하나의 마을이 하나의 가족’과 같은 관계를 끈끈한 전통 농촌이었는데, 원폭 2세대인 이시하라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풍요롭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걸고 웃음이 끊어지지 않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램의 일환으로 정원을 만들었고 장기적으로는 세계인들이 방문하고 대대로 번창하는 마을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관광지와 떨어져 있기도 해서 정원을 연구하는 장소로서 특화를 하였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정원의 운영에서부터 분재의 보급 등 세심한 정원관리 교육 및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정원내 사무소에 “정원을 가꾸고 정원을 손질하는 일을 해보세요. 고객과 함께 유지관리에서 토틀 지원서비스까지 특히 풀베기, 전정, 소독, 정원가꾸기부터 시작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라는 홍보문구처럼 생활 속의 정원을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미하라정원의 디자인연구소

특히 이곳은 이시하라가 2016년부터 니가타현, 나가사키현에서 마을을 살리는 사토야마 프로젝트를 정원이라는 소재로 도시재생을 시작하면서 고향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시도한 정원이라는 점이다. 이곳에는 서양식 가든, 실내가든, 일본정원, 미하라정원 Bar Mirai, 잡화점 Trico, 꽃집 풍화, 구둣가게 Ankh, 다이닝 Giverny,  수경정원 Cigar Bar, Oudoor Square, Mihara Farm, 어린이양복점 Totish, 헤드케어 VOS 살롱 루나 등 다양한 상업시설을 끊임없이 진화시키고 있고, 지금도 주변 지역으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시설을 이용하여 가든 웨딩, 꽃과 녹을 활용한 키즈 플라워, 성인을 위한 식사와 카페, 골동품, 옷 등 판매 상품, 케어플랜센터, 헤드 케어, Bonfire, 라이브 음악회, 플라원 세미나 등 다채로운 이용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정원과 상업의 연계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정원관광지로 발돋음하고 있는 특이성, 다양성, 가능성, 지역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하라 정원의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로 “대기 중의 수증기가 비가 되고, 강과 바다로 흘러가 또 다시 구름이 되는 순환의 의미”라는 작가의 의도에 맞게 정원 속에는 정자와 개울 그리고 일정한 시간마다 안개가 뿜어져 나와 정원을 몽환적 공간으로 변모시키기도 하였다.


안개를 활용한 정원

몽환적 분위기의 정원


“45세에 첼시 플라워 쇼의 존재를 알고 도전을 시작하여 은메달을 수상하였고, 그는 이후 이끼를 이용하는 등 독자적인 정원관이 첼시에서 높게 평가받아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총 12회의 금상을 수상했음. 부문 내 1위에게 주어지는 베스트 가든상과 더블 수상도 6번, 그중에서도 2016년 대회에서는 출전자로는 최고상인 프레지던트상을 수상하였음. 또한 2016년에 순천만국가정원에도 초대작가, 2018년 베이징박람회 초빙 디자이너이기도 하였음. 세계 최대의 정원 및 원예박람회인 첼시 플라워쇼(Chelsea Flower Show)에서 엘리자베스 여왕과의 담소하는 장면이 BBC에 보도되었고 여왕이 ‘당신은 녹색 마법사(Green Switch)’라고 찬사를 하였다고 함”


미하라 정원의 건축물 실내

최근 진야(陣屋)그룹과 협업하여 새로운 자연정원형 스테이를 추진하고 있는데 토지의 매력을 최대한 살린 녹음이 넘치는 치유공간으로 ‘미도리야(綠屋)’는 23년 10월 1일 개장하는 미하라 정원점을 포함하여 4개소를 운영하여 상업적 숙박으로도 콜라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하라 정원은 지역과 공간의 약점을 극복하고 마을 재생에 성공한 모델로서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역 관광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그 가치가 매우 높고, 다양한 산업과 연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항상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자신의 벽을 깨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디자인이 탄생된다”
글·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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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dp@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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