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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반전: 공장공간의 심미화

월간 환경과조경201311307l환경과조경

‘APMAPAmorePacific Museum of Art Project’의 첫 번째 전시회 ‘REVERSCAPE’가 열리는 오산까지 가는 길은 예상보다 멀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오산IC로 빠져나가니 허기가 졌다. 이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왼쪽 도로변에 커다란 식당들은 제각각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경쟁적으로 내걸고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 후, 조그만 건물들이 늘어선 좁은 도심도로를 지나 오산대학교에서 왼쪽으로 돌자마자 꽤 넓은 폭의 도로가 시원하게 뚫렸다. 오른쪽으로 ‘오산가장산업단지’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약간 비탈진 언덕을 깎아 만든 대지에는 조립식 자재로 만든 공장들이 늘어서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을 생산하고 운송하는 물류통합기지’라고 소개된 아모레퍼시픽 뷰티캠퍼스도 이 공장들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도착해서 본 공장 풍경은 생각과는 달랐다. 입구에서 보이는 건물은 붉은 색 벽돌로 지어져 있었고, 그 앞으로 따뜻한 가을 햇살을 받은 푸른 잔디밭이 눈으로 깊이 스며들어왔다. 공장담도 높지 않았다. 경비 노동자가 어떤 일로 왔는지 묻길래, 전시를 보러왔다고 답하자 반가운 얼굴로 일어나 맞는다. 금요일이라 사람들이 더 보일 법도 한데 드넓은 공장 마당은 텅 비어 있었다. 어딘가 통화를 하더니 이내 젊은 여성 도슨트docent, 안내인가 와서 전시 안내를 시작했다.


『인지자본주의갈무리, 2011』에서 나는 메트로폴리스가 자본에게 실질적으로 포섭되어 생산공간으로 전화했고, 그곳에서 예술적 생산양식이 지배적으로 되었다고 썼다. ‘APMAP’은 메트로폴리스의 고전적 공간이자 핵심공간인 공장이 회색의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파놉티콘적 감옥의 형상을 벗어나, 인지적 공간이자 예술적 공간으로 전화하고 있으며 예술가들이 이 전화과정을 추진하는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1930년대 벤야민은 파시즘에서 ‘정치의 예술화’ 경향을 읽고, ‘예술의 정치화’를 대항운동의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APMAP’은 공공예술을 매개로 공원, 거리, 기업을 넘어 공장에서도 인지·예술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다. ‘임시직’인 도슨트와 헤어지고 공장 문을 빠져나올 때, 경비실에 앉아 있던 중년의 노동자가 일어서며 환한 ‘웃음’으로 인사했다.

이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 공장이 ‘착취의 공간맑스: 독일의철학가’, ‘감시와 처벌의 공간셀 푸코: 프랑스의 철학가’이기를 멈추는 것일까?

_ 조정환  ·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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