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설계업협의회, ‘사단법인’으로 도약 추진한다″

[인터뷰] 최원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라펜트l기사입력2019-03-29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올해 ‘사단법인’으로의 도약을 추진한다. 최원만 회장은 “사단법인을 만들어 설계하는 사람들에게 기댈 곳을 만들어주려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협의회가 부드럽고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해오며 조경설계가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설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불합리한 제도 등을 개선하기 위한 기능도 갖추는 단체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설계자들의 모임은 딱딱한 분위기여서는 안 된다. 현재의 부드러운 체제는 유지하되 외부적으로 대응할 때는 공식 단체로서 ‘협회’의 이름을 사용하려 한다”

명칭과 주관부처 설정 등은 미정이지만 차근차근 체계를 세워나갈 계획이다.


최원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조경설계가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탐구

협의회에서는 두 달에 한 번씩 토크쇼가 열린다.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당면한 현안을 다루는 학회나 협회의 세미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상향이나 각종 담론을 다루는 젊은 조경가들의 소모임과 달리 적당히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조경설계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토크쇼는 정원과 식물, 목재, 해외 조경설계 동향 등 조경설계가들에게 꼭 필요한 주제들을 선정해왔다. 토크쇼를 처음 기획한 최원만 회장은 “과거 조경설계가들이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사안이나 달라진 내용에 대해 재조명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한다. 과거에 비해 현재의 가치(본질)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다 깊이 있는 설계를 하기 위해 알아야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끝없는 탐구의 과정이다.

젊은 사람들의 이상향도 아니고 학회나 협회에서 하는 커다란 현실도 아닌, 그 틈에 서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찾고 싶어 토크쇼를 마련했다. 조경설계가들은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알고 있는 내용들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루며 전문성을 기르면, 뒤쳐진 현실을 딛고 일어나 조경설계의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협의회의 활동 중 조경설계가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학생들에게 조경설계를 홍보하는 ‘조경설계가의 날’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설계가들의 ‘드로잉展’을 기획하고 있다. 거창한 판넬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손으로 그려놓았던 것들을 그대로 가져와 포스트잇처럼 붙여놓는 형태가 될 예정이다. 드로잉에서는 현명한 것과 똑똑한 것이 드러난다고 한다. 현명한 것은 가슴을 쓰는 것이고 똑똑한 것은 머리를 쓰는 것이다. 컴퓨터로 한 작업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드로잉을 했다는 것은 스스로 그 공간을 만져보고 고민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크든 작든 다양한 고민들을 붙여본다면 다른 영감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원만 회장에 의하면 드로잉을 많이 할수록 조경설계가로서의 캐릭터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내로라하는 조경설계가들은 다들 드로잉을 한다. 드로잉은 3D 스케치만이 아니다. 평면의 모습도, 글도 전부 드로잉이다. 드로잉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그는 드로잉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드로잉을 권장한다.

설계하는 사람들은 선을 그려놓고 남이 그린 선과 비교를 하려 한다. 비교를 하다 보니 결국엔 자기가 그리지 않으려 한다. 자신의 선이 최고의 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선을 기필코 가져야 한다. 연필을, 펜을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


계획 없는 설계

조경설계업의 정체성이 무너졌다. 이는 곧 가치가 무너진 것이라는 말이다.
과거 조경설계에는 계획이 있었다.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는 철학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의 조경설계를 들여다보면 계획부분은 사라지고 설계부분만 남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발주처가 ‘설계’만 요구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발주처는 낮은 단가로 일을 진행시켜야 하기 때문에 현상공모를 줄이고 최저가로 입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조경설계회사는 건축에서 만들어놓은 안을 가지고 스터디 해서 설계만하는 형태가 된다. ‘계획’이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건축, 도시계획에서 다 읽었고 있으며, 점차 계획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보니 조경설계는 디테일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전체적인 조경계획설계는 조경설계가가 제일 잘하지만, 조금 더 세분되는 최근의 추세를 따라간다면 식재에서는 3위, 수경으로 가도 3위, 지피류로 가도 3위이니 결국 2~3등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계획의 중요성이 다시 중요해지는 날이 올 테지만 ‘조경’보다는 ‘아웃도어 디자인’ 등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건축을 제외하고는 전부 조경이라 여기고 조경에 다 맡기는 상황이었다면 최근에는 외부 공간 전체를 조경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계획과 지금의 계획은 완전히 다르다. 노멀에서 뉴 노멀로 변화한 것이다. 계획이라는 전체적인 틀은 같지만 과거와 다르다. 예를 들어 배식의 경우, 더 많은 식물에 대해 아는 것은 물론이고 식물의 질감, 햇빛의 각도, 층위구조, 식물끼리의 영향 등 디테일한 것들을 고려해야하는 것이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나이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가질 필요도 없고 나이 먹은 사람도 젊은 사람들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없다. 사석에서는 세대차가 있지만은 일할 때는 세대 차가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학교생활하면서 학생들을 많이 접하다보니 깨달은 것 중 하나다.

조경가들은 역량을 강화하면서 스스로를 캐릭터화 시키며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



30주년을 맞이한 (주)신화컨설팅
조경의 호황기와 침체기를 모두 겪으며 30년간 지켜온 신화컨설팅. 최원만 대표는 직원에서 오너가 된 케이스로, 직원과의 거리가 좁고, 보다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도 딱딱한 분위기보다는 자유롭게 먹고 마시는 분위기속에서 이야기한다고.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프로젝트보다는 프로젝트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기억난다”고 이야기한다. 여의도 한강공원, 광교호수공원, 북항 등 매 프로젝트마다 함께 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스친다고 한다. 함께 프로젝트를 했음에도 제 이름만이 부각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 늘 미안하고 마음이 쓰인다는 것이다.

사람들 생각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회사를, 그리고 협의회를 이끄는 최원만 회장. 35년간 조경설계분야에 열정을 쏟아온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생각을 하고, 철학을 담아서 설계했으면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가정과 주변을 더 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글·사진_정남수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mdos3958@naver.com

기획특집·연재기사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