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조경 인식 제고 위해 노력할 것”

[인터뷰] 김준현 CELA 회장
라펜트l기사입력2024-04-04

 

김준현 미시건주립대(MSU) 교수가 미국조경교육협회(Council of Educators in Landscape Architecture, CELA)의 회장 임기를 지난 22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1920년에 설립된 CELA는 미국의 모든 조경학과를 포함해 전세계 120여 개의 조경학과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조경 관련 연구와 교육을 위한 가장 대표적인 단체이다.


김준현 회장에게서 올해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준현 미국조경교육협회(CELA) 회장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CELA 회장직을 수행하시게 됩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13년부터 CELA board에 Regional Director와 Secretary and Vice President for Communications, Outreach and Publications로 참여해왔기에 CELA의 상황과 직면한 도전, 발전 가능성과 강점 등에 익숙합니다. 그럼에도  회장이라는 역할에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CELA 내/외부적으로 논의해온 사항들이 있습니다. 몇 가지 아이템은 예산 및 멤버쉽과 관련된 조금 복잡한 부분이 있어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데, 제 임기 동안 최대한 해결하고 다음 회장의 임기를 조금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인계할 계획입니다. CELA board에 10여년 동안 참여하면서 얻은 경험과 전 회장 및 전임 board member들의 조언을 바탕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계획으로 CELA Strategic Plan 2025-2030 수립과 조경의 인식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는 공약을 내셨습니다.


CELA는 Strategic Plan을 통해 2030년까지 회원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자 합니다. 


CELA Strategic Plan은 지난 2018년에 한 차례 업데이트를 한 이후, 새로운 요구와 변화에 맞춰 새로운 미래 비전과 목표를 담은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등으로 인한 요인도 있지만, CELA 내부적인 관리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서 중장기 비전 수립 계획이 지연되어 왔습니다.


CELA board는 작년부터 새로운 Strategic Plan 수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최근 설문 및 워크숍 등을 통해 회원들의 의견 청취를 마치고, board member들의 이틀간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새로운 Strategic Plan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순히 미사여구로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CELA board가 지속적으로 수립된 계획 및 세부사항을 어떻게 이행하고, 각각의 이행단계를 계량화해 평가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올해 10월까지 계획수립을 마치고 전체 회원들에게 보고할 계획입니다.


인지도는 아마 전세계 모든 조경 프로그램의 도전 영역일 것 같습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조경 프로그램이 건축대학이나 농학대학에 소속 되어 있어서, 각 학교마다 조경이 공공의 영역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는 기후변화, 포용적인 계획 및 설계 및 회복탄력성 증진 등에 대한 이해가 해당 프로그램의 인지도에 따라 차이가 큰 상황입니다. 그에 따라 조경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학내에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조경 인증 위원회(LAAB)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모색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부분인 일반 대중의 조경에 대한 이해는 미국조경가협회(ASLA)와의 협력을 통해 꾸준히 증진하려는 노력이 있기에 관련 기관들과 협력을 더 강화할 계획입니다.



미국 조경 교육계의 현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앞서서 말씀드린 것처럼 학과마다 현안이 매우 다릅니다. 일부 학과는 학생 충원 및 교수 충원에 고전하는 한편, 일부 학과는 너무 많은 입학생이 오기 시작해서 수업 일정 및 설계 스튜디오 공간을 확보하는 게 이슈일 정도로 다양합니다. 하지만 단순화시켜서 현안을 확인한다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조경의 전체적인 인식이 아직도 낮은 것이 큰 현안일 것 같습니다.


또한 미국의 조경 프로그램은 인증을 받은 전문적인 프로그램인지라, 연구성과를 우선으로 하는 일반적인 전공과는 달리 거대한 연구비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자원에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조경이 연구를 등한시한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조경의 교육 목표 및 공공영역 기여에 대한 낮은 이해도가 획일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일부 학교에서는 조경 프로그램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또 다른 현안으로는 여타 학과처럼 미국에서 이어지는 조경 프로그램에서의 대규모 은퇴가 다수의 새로운 교수직 임용으로 이어지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아마도 코로나 이후에 60여 명의 새로운 교수들이 다양한 조경 프로그램에 새로 임용된 것 같은데, 이에 따른 연속적인 교육의 질 유지와 새로운 교수의 성공적인 경력개발을 도와주는 효과적인 멘토링을 제공하는 것이 CELA Strategic Plan을 위한 설문 및 청취에서 확인된 주요 현안 중에 하나로 확인됐습니다.



미국의 조경교육 현황이 궁금합니다. 과거와 달리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커리큘럼들이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미국 조경교육 커리큘럼은 미국조경인증위원회(LAAB)의 권고를 따르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가 요구되진 않습니다. 기후변화 및 회복탄력성, landscape performance와 포용적인 계획 및 설계 등에 관한 내용이 2023년 LAAB 평가 기준에 강화됐지만, 그 전부터 논의되어 온 사항이기에 당장의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ASLA가 공표한 Climate Action Plan 등이 기후변화 등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조경의 기여를 확인하고 대중의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AI 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만, 정작 AI를 조경 및 조경교육에 어떻게 적용하고 어떤 부분에 도움 혹은 도전이 될지에 대한 부분에 진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논의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AI에 대해서는 아직 깊은 이해 없는 추상적이고 단순한 우려를 많이 듣지만, 좀 과장 된 부분도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활용이 가능할지에 대한 부분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조만간 CELA를 포함한 관련 기관들이 각 조경 프로그램과 협력을 통해 조경계의 기본적인 대응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7월, 미국 국토안보부는 조경학을 STEM 학위 프로그램으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링크). 미국 내에서도 조경의 위상이 달라진 것으로 보이는데, 피부로 느껴지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이를 위한 CELA의 노력은?


STEM 프로그램 지정은 미국 조경계의 큰 성과임에 틀림없습니다. 조경에 대한 전반적인 visibility를 높이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STEM으로 지정되어서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것 아니지만, 유학생들이 STEM 프로그램을 졸업하면 직업 수련을 위해 3년간 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유학생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혜택이 제공되는 것이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ASLA가 8년간의 준비와 정부기관을 끊임없는 설득해 얻은 성과이고, CELA는 각 학과장의 추천서와 서명 등을 이행했습니다.



한국에도 미국으로 건너가 교수가 되고, 단체의 장이 되신 교수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조경학도가 있을 것입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2003년에 박사 유학을 시작한 후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사논문 디펜스 직전인 2009년에 운좋게 California Polytechnic State University 교수로 임용이 되고, 2011년에 모교인 Texas A&M University로 이직 후 그곳에서 은퇴를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2017년에 미시건주립대에 특채로 스카우트 되어 현재까지 학과장으로 재직하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여러 고비와 도전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선물 같은 멘토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분들의 격려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교수가 되는 과정은 개인적인 영역으로 큰 틀은 비슷하지만 모든 분들의 경험이 다르기에 제 경험을 공개적으로 공유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한국의 교수 임용 과정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미국에서 교수로 임용될 때 만 해도 소수의 한국 교수님들이 활동 하셨는데, 지금은 20여 분의 한국 교수님들이 활동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각자 훌륭한 경력과 미국 조경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계셔서 CELA에서 한국 교수님들을 뵈면 항상 새로운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각자 목표는 다르지만, 미국 학계에서 일하는 목표가 있으시면 석사 유학부터 생각하시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LAAB에서는 각 학과의 LAAB 인증기관에서 졸업한 교수의 숫자를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있으면 도전하시고, 귀찮고 사소한 일을 대신하거나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습관이 만드시면 미국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큰 성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글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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