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을 다지고,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조경으로”

[인터뷰] 김태경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라펜트l기사입력2023-03-16

 

(사)한국조경학회 새로운 집행부의 임기가 시작됐다. 김태경 신임회장은 “올해는 한국조경이 50년이 지난 첫해이다. 이 시기는 한국조경이 초창기부터 하나하나 쌓아놓았던 것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평가하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기존의 것들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고치고, 삭제하고, 추가해 기반을 견고히 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태경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인구감소와 미래 조경인 양성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인구 감소는 현실이자 그 누구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히 학교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통렬히 체감된다. 넘쳐나는 졸업생을 어디에 취업시켜야 할지 고민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신입생을 찾아 나서야 하는 형편이다. 앞만 보고 달리던 조경이, 이제는 뒤를 보고 인적 자원을 찾아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김 회장은 “이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조경계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학회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가 공동의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틈이 나는 대로 각 단체장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 감소는 학과의 경쟁력 약화와 업계를 위축시키고 있기에 학계와 업계가 동반자 관계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미래 조경인을 양성하고 학교와 기업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생 ‘인턴’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학교에서 기업에 학생 인턴을 채용해달라고 요청하고, 기업이 인턴을 받는 형태였으며, 인턴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기업에서는 인턴을 받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 한 명의 학생이 귀한 상황이니, 산업 발전을 위해 각 기업이 연초에 인턴 몇 명을 뽑을지, 어떠한 교육을 시킬지에 대한 프로그램이 계획돼 있다면, 인턴 교육 이후 취업으로 연결됐을 때, 기업은 해당 인재를 다시 가르칠 필요가 없어지며, 학생은 해당 기업으로의 취업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김 회장은 ‘여름조경학교’를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름조경학교에서는 ‘설계’를 배운다. 그러나 설계는 이미 학교에서 배우고 있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는 여름에 비용을 지불하고 또 설계를 배우는, 이중 교육을 하고 있는 형상이다. 과거에는 학생 수도 많고 열의가 굉장해서 오히려 신청자 전원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였다. 그러나 점차 인구가 감소하면서 신청자도 줄었고, 교육방식에도 변화를 주기 위해 2019년에는 해외답사와 특강, 워크숍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운영했으며, 그 해의 반응은 뜨거웠다.

여기서 김 회장이 느낀 것은 시대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으니 교육방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과, 방학 기간을 통해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그것이 여름조경학교를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해마다 하나의 테마를 정하고, 학회에서 약 일주일 간의 인턴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그것에 따라 기업에서 인턴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나머지 3주는 기업이 원하는 일과 교육들을 수행하는 것이다. 한 달여 간의 인턴이 끝난 후, 학회에서는 결과물을 보고 평가를 하는 방식이다. 이는 학생들에게도, 인턴 교육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 기업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여름조경학교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인턴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각 학교와 기업의 노력이 아닌 조경학회, 조경협회, 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 조직과 조직의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턴이 필요한 기업이 협회에 요청하면, 협회는 이를 학회에 의뢰하고, 학회는 지역별로 알맞는 인턴을 기업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회 내부적으로 각 지회와 지역 학교들간의 관계를 긴밀히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학회는 지회 소속의 교수를 본회의 부회장으로 모겨셔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체계를 잡아가려는 구상이다.

아울러 청년 취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LH 등 발주처에서 인턴십을 운영하는 기업에 가점을 주는 방안도 제안했고, 이에 대해 LH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래의 조경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해야 하고, 어린 시절부터 조경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인적 자원은 금방 고갈돼버리고 만다”

또한 미래 조경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평생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조경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릴 때부터 조경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 ‘어린이 조경학교’나 조경가드닝멘토협의회의 고등학생 대상 ‘조경 가드닝 기능교육’이 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서 수행하는 ‘정원드림 프로젝트’도 올해부터 그 대상을 대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로 확대한다. 전국의 각 지자체에서는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조경가든대학’이나 ‘시민정원사’ 프로그램이 있으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을 전국으로 확대된다면 조경의 평생교육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학계와 업계는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 학계에서 아이디어를 만들고 업계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지원을 한다면, 학계는 미래 조경의 자원들을 충분히 발굴해낼 수 있다”


실효성 있는 ‘환경조경대전’으로

‘환경조경대전’은 경동원의 늘푸른재단에서 시작한 공모전으로 학회와 함께 추진하다가 최근에는 재단이 후원만 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김 회장은 학생들의 우수한 작품들이 공모전으로만 그치고, 경동원의 사회공헌사업으로만 끝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후원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경공간 설계뿐만 아니라 시설물 디자인 공모 등으로 진행을 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형태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나아가 이를 전문건협 등과 논의해 공동브랜드화한다면 협회 재정에도 도움이 되고, 전국의 영세한 업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작품 중에는 조금만 바꾸면 현실화하기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기 때문에 공모전 자체가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학생들 입장에서도 뿌듯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경기사, 개선돼야

과거 연구의 일환으로 조경기사 합격률을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합격률이 16%였다고 한다. 외무고시나 사법고시보다 낮은 수치였다고. 김 회장은 ‘그렇다면 조경기사 시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최근에 ‘조경사’ 과목의 존치결정을 들었다. 특정 과목의 중요성을 논하기 보다는 합격률을 높이는 논의가 필요한데 매우 아쉽다. 조경사 과목의 특성상 다루는 내용이 방대하여 수험생에게는 그 자체가 부담이다. 업계가 조경기사들만의 경쟁체재라면 문제가 없으나 타분야 혹은 인접분야의 기사가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합격률 20%가 안되는 조경기사를 준비할 것인가 아니면 2배 이상의 합격률을 보이는 인접분야의 기사를 준비할 것인가? 자칫 시간을 놓치면 조경인력의 기반인 기사시장의 붕괴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지금으로서는 우리와 같은 선배들이 기사 자격증 취득이 용이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기사자격이 필요한 사람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 맞다. 기성세대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토론회라도 열어서 학생들의 의견부터 들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사시험의 방법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적산을 할 때, 업에서는 엑셀로 하지만 시험에서는 계산기를 사용해야 한다(올해부터 적산은 폐지되었음). 설계도 캐드로 하지만 시험에서는 손으로 그려야 한다.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인턴십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인턴십에서 해당 내용을 일정 시간 이상 수행한다면 시험에서 해당 과목을 면제해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수업의 상위 1%는 해당 과목을 시험을 면제해준다거나. 그렇게 되면 수업의 집중도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

김 회장은 조경기사 시험 개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논의해야 할 때이며, 이것들이 모여 실제적으로 개선이 될 때, 학생들의 교육부터 자격시험, 취업까지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으며, 조경분야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예산확보 위한 국가 R&D 사업수주 확대

김 회장은 학회 재정 확보를 위해 정부지원 확보, 국가 R&D 사업수주 확대, 단체회원 확보, 후원조직화, 수익성 사업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있었던 회의에서 산림분야에게 “조경분야에서 R&D 사업을 요청해온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때 조경분야는 R&D 사업 수주를 확대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특히 규모가 크고 장기적인 R&D의 경우, 정부 부처에서도 당장 예산을 확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1년 전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 수석부회장일 당시, 회장 임기 전부터 차기 부회장 집행 인이사들에게 전국 교수의 연구 동향을 수집해달라 요청하고, 이를 분류해 해당 연구에 맞는 부처에 연구주제를 공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성과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나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등 조경 관련된 부서를 평가하는 사업도 추진하고자 한다. 사업이든 무엇이든 수행한 이후 평가과정이 있어야 다음에 어떠한 것을 준비하고 보완해야 할지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에, 부서의 장기적 발전 방향성을 수립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김 회장은 “조경학회라는 학술적으로 인정된 기관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부서를 평가하고, 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부서들이 부담스러워할 이유는 없다. 궁극적으로는 조경 분야의 발전으로 수렴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학회는 해당 내용에 대해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와 논의했으며, 당장은 예산이 없으니 그 준비단계로 하나의 사업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소멸하는 지역, ‘정원’으로 살릴 수 있다

김 회장은 주말과 방학이면 홍천으로 내려가 차근차근 정원을 만든다. 9년 전 토목공사만 해서 집 한 채를 지었고, 그 외 나머지 부분은 전부 김 교수의 몫이다. 직접 설계는 물론이고, 기초부터 데크, 울타리, 심지어 트렐리스까지 직접 용접을 해가며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깔고 만든다. 시공기술자의 손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만드는 과정은 스스로를 정원가로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사실 홍천에서 정원을 만드는 이 작업은, 소멸하는 지역을 가드닝으로 살릴 수 있다고 이론적으로만 생각해 왔던 것을 직접 실험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주말마다 간헐적으로, 그러나 꾸준히 조성됐던 정원이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춘 뒤부터 점점 마을 사람들이 집을 찾아와 정원을 둘러보고,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울에 살면서 주말에만 주인이 오는 김 회장의 옆집은 이사온 지 3년째 되는 해부터 조금씩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 3년 전에는 조용하던 마을 언덕 아래에 정원 소재를 파는 가게가 생겼다. 가게가 생겼다는 것은 수요가 있다는 의미인 것이고, 그만큼 그 지역에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김 회장은 정원문화가 확산되는 과정을 목도한 것이다.

“도시에 거주하면서 주말이면 지역의 집으로 내려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 사이에 정원문화가 퍼지면 마을이 점차 아름다워지며 지역을 살리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가 있다. 이것이 소멸하는 지역을 살리는 길이다”

김 회장은 인터뷰 내내 인구 감소는 심각한 문제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서로서로 방안을 내놓고 실패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안주하고 있거나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조경 50주년이 지난 지금, 모두가 협조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조경의 미래는 밝다”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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