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술, 더 나은 공간을 위한 ‘도구’”

[인터뷰] 정재욱 스페이스톡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24-03-22

 

국내 스마트 조경시설물 분야를 선도하는 스페이스톡이 스마트 시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는 정부 지원사업에 당선되고부터이다. 과업을 추진하면서 스마트 분야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스페이스톡의 슬로건이 ‘For A Better Space’인 만큼 이전부터 더 나은 공간을 위한 고민은 회사 창립부터 꾸준히 있어 왔던 생각이다. 그 시작은 ‘디자인’이었고, 시간이 흐르며 디자인이 상향 평준화 됐을 시점부터 생각한 것이 기술의 접목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Fit+ 스마트 헬스케어 운동기구이다.  


이후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 전반에 영향을 주기 위한 고민이 시작됐고, 시설이 하나하나 늘어나 운동기구, 벤치, 숼터 등 공간을 이루는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탄생했다. 그 결과가 지난해 열린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경험하지 못한 공간 디자인과 스마트 기술을 융합해 다음 세대를 위한 라이프 스타일을 혁신하는 스페이스톡의 두 번째 이야기, ‘NEXT TALK’은 일상을 혁신하는 세 개의 스마트공간을 통해 삶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정재욱 스페이스톡 대표를 만나 스페이스톡의 제품과 스마트 기술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정재욱 스페이스톡 대표



다양한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NEXT TALK


스페이스톡이 제안하는 스마트 휴게공간 ‘Life+(라잇플)’, 스마트 운동공간 ‘Fit+(핏플)’, 스마트 놀이공간 ‘Play+(플레이플)’이다.


‘Life+’은 디자인과 IoT 기술이 융합돼 더욱 완벽하게 일상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 휴게공간으로, 스마트 티 하우스, 스마트 파고라, 스마트 버스 정류장, 스마트 키즈 맘 스테이션, 스마트 온열벤치 등이 있다. 냉난방, 에어센서, 공기청정, 에어커튼, 그린월, 미스트, LED 등 ‘스마트 에어 솔루션’, 날씨에 따라 자동 개폐되는 외벽 어닝과 천장형 루버 등 ‘스마트 시스템’, 글라스, 미디어, 음악, 생활정보 등이 제공되는 ‘스마트 미디어 솔루션’ 기능을 스마트폰으로 통합 제어할 수 있으며, 관리자가 각 시설물의 상태를 강제조작 가능해 관리성과 안전성을 높였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것은 스마트 셀터 중에서도 야외모임 공유 부스 ‘wemeet(위밋)’이다. 공유 부스는 스페이스톡에서 오랜 기간 연구한 스마트 기술 자원들을 탑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발된 위밋 어플리케이션은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 결제 후 이용이 가능하다. wemeet 부스에 내장된 스마트 기능들 역시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제어할 수 있다. 위밋이 특별한 이유는 공공이 사용할 수 있는 사적 공간이라는데 있다. 코로나19나 여러 사회적 이슈 속에 살면서 불특정 다수와 한 공간에 있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하는 동안만큼은 사적 공간으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라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것이다.


도서관 역시 집에서 도서관까지의 거리가 멀어 복지 혜택을 덜 누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동네단위로 들어선다면 보다 접근성이 편리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탄생했다.


정재욱 대표는 “공유부스, 버스정류장, 도서관 등 셀터의 기술의 범위나 사용은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이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공간에 대한 콘텐츠나 방향성도 매우 중요하다. 콘텐츠가 있으면 같은 기술로도 더 다양하고 많은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야외모임 공유 부스 ‘wemeet’ / 스페이스톡 제공 


야외모임 공유 부스 ‘wemeet’


공유 도서관 


‘Fit+(핏플)’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운동량 측정, 운동기록저장, 운동 게임을 제공한다. 4면 태양전지패널을 통해 일조량에 영향을 받지 않고 태양광을 충분히 흡수해 필요한 전기를 자동 공급하고, 디스플레이에는 운동시간과 속도에 따라 색상이 변화해 운동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감각적인 디자인 조명이 적용됐다. 또한 사용자의 환경에 따라 핏플 피트니스 애플리케이션을 자동으로 실행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NFC Tag를 제공하고, 운동기록, 운동목표, 운동미션, 운동게임 및 실시간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할 수 있다. 운동기구 종류는 사이클, 스텝퍼, 트위스트, 워밍암, 크로스컨트리 등 다양하고, 디자인도 심플하고 모던해 공간의 가치를 향상시킨다.


특히 특허받은 운동량 측정 게임과 연동해 즐겁게 운동량을 늘리고, 의료기관과 함께 보다 과학적이고 의료적 측면에서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Play+(플레이플)’ 역시 디자인과 AR/VR 기술이 융합되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이다. ‘AR Playground’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콘셉화된 놀이터 공간에 AR기술이 융합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초실감 놀이 공간이며, ‘Interactive Play’는 예술과 미디어가 만나 아이들의 다양한 놀이 행동에 따라 가상의 콘텐츠가 반응하고 상호작용하여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Virtual Sports League’는 3D 비전센서와 초등교과와 연계된 50여 종의 교육 및 스포츠 콘텐츠를 통해 신체, 인지, 사회성 발달을 도와주는 공간을 제공한다.


스마트 운동기구 ‘Fit+’ 


스마트 운동기구 ‘Fit+’ / 스페이스톡 제공 



스마트 놀이시설 ‘Play+’ / 스페이스톡 제공


스마트 놀이시설 ‘Play+’ / 스페이스톡 제공



스마트 기술, 더 나은 공간을 위한 ‘도구’


정재욱 대표는 ‘스마트 기술’의 목적에 대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보다 이로운 환경에 살기 위한 ‘도구’라고 말한다. 비단 스마트 시설물뿐만이 아니라 스마트 도시 자체도 인간 중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통제나 제어를 위한 방법조차도 인간의 편의가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하고, 그것은 정책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스마트 공원도 마찬가지로 그 목적은 ‘스마트 기술’이 아니라 ‘공원’이다. 기술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인 것이다. 스마트폰의 목적이 우리 생활이 편리해지는 것이지,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듯이.


스페이스톡의 스마트 시설물도 스마트 공유부스이든, 도서관이든, 버스정류장이든, 운동기구이든 그 자체의 목적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 그런데 스마트 시설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목적이 전도되어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시설물’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한편으로는 ‘비싸서 팔리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재욱 대표는 이 모든 것이 ‘스마트 기술’에 목적성을 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경에서 조경분야를 바라보는 관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력’이라고 생각한다. 조경분야는 생명을 다루고 있으며,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을 크게 고려한다. 사람들은 ‘공원’이라고 하면 자연으로 인식한다. 그렇다고 자연이기 때문에 스마트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식의 자연과 기술의 대립적 구도로 봐서는 안 된다. 꽃과 나무를 보고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미세먼지, 폭염, 혹한기 등 다양한 악조건 때문에 공원에 가지 못한다면, 그 부분을 스마트 기술이 도울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기술로 인해 사람들이 공원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으며, 그래야 공간이 더욱 활성화되고, 자연은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이는 산업의 발전과도 연결된다. 코로나19 이후 공원녹지의 가치가 높아진 시점에서, 공원이 생태적으로 더 나은 조건을 구성하는데 스마트 기술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국민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에 맞게 비용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로 설득해 산업을 키워야 하는 것인데, 조경분야에서 스마트 기술에 대한 관심이 적고, 발주처에서도 적용을 하지 않으려 하니 사업이 계속 줄기만 하는 것이다.



스마트 기술, 피할 수 없는 흐름


스페이스톡은 지난해 열린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에 참여해 지난 9년간의 노력에 대한 결과들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조경박람회에만 참여하던 스페이스톡이 월드 스마트 시티 엑스포에 참가한 이유는, 스마트 도시 관련 다양한 분야들 사이에서 자사의 현주소가 궁금했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한두 기업만의 노력이 아니라 더 큰 단체가, 조경업계 전체가 더 크게 움직인다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따라갈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은 스마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해외에서는 놀라운 일이 되는 부분도 있어, 더 큰 시장 진출의 가능성과 오히려 한국이 세계를 대상으로 주도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임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 면담 요청이 많이 들어오기도 했다. 스마트 도시, 스마트 조경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 조경시설물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스페이스톡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스마트 기술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타 분야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변화를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경시설물 분야뿐만 아니라 건설 분야 전반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따라가지 못해 우리 분야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정재욱 대표는 말한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어 있다. ‘스마트’라는 글자가 앞에 붙으면 국가와 지자체에 예산이 잡힌다. 스마트 기술 관련 예산은 전체 예산의 10분의 1밖에 안 됨에도 불구하고 주객이 전도되어 ‘스마트 공원’을 정보통신 업체들이 수주한다. 조경업체는 공원을 조성하는데 하도급을 받는다. 본질은 ‘공원’이고, 공원에 ‘스마트 기술’이 5%, 10% 정도 추가되어 공원을 더 이롭게 하는 것이 목적인데도 말이다. 이것은 스마트 기술에 대한 관심이 적고, 무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 꼬집었다.


심지어 그나마 적용되는 스마트 시설물들을 보면 스마트 신호등, 스마트 횡단보도, 스마트 정류장 등 초창기에 시행돼 타 지자체에서 검증된 제품만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개발되어 있고, 개발되어야 할 스마트 시설물들이 아직 너무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초창기 제품들만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LH나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이나 정부, 지자체, 대형 건설사 등에서 주도적으로 스마트 기술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비전을 제시해준다면 업계도 활발히 움직일 수가 있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변화에 도시별로 다양한 제품들을 적용해보면서 골고루 발전하고 보완작용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보다 다양한 용도의 시설물을 개발해야 한다고 정재욱 대표는 말한다. “조합놀이대, 그네는 누가 디자인했을까. 수십 년이 지나도록 우리는 아직도 그 형태 그대로 해당 기능밖에 하지 못하는 시설물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왜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끊이질 않는다”


통합놀이터에 대해서도 미비한 점이 많다.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만들어 놓은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지체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대상자들까지 포용해야 하고, 비장애인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물리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이 문제를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단계의 구상이 있다”


정재욱 대표는 고도로 발전한 최신기술을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적정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장 좋은 기술은 이용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무의식중에 편의를 받는 기술이며, 그것은 최신 기술이 아닌, 목적에 맞는 적정 기술이다.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어렵다고 겁먹고 외면하기보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가볍게 도움을 주는 정도로 생각하면 접근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행하고 적용하는 용기


정재욱 대표는 “우리가 너무 결과만 보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과 제품이 발전하는 데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완벽한 제품’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제품이라는 것이 있을까? 아이폰1이 출시됐을 당시 많은 이용자가 사용하고, 보다 발전한 다음 버전이 나오면서 15버전까지 왔다. 스마트 시설물도 마찬가지다. 공간에 적용되고 이용을 해야 경험을 거쳐 배우고 발전하는 부분이 있고, 종국에는 꽃피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행동 없이 기다리기만 한다면 과연 꽃이 필까? 오히려 타 분야에서 가져가지 않으면 다행이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1~2년 후에 생각지 못한 새로운 기술이 나올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러나 금방 최신기술이 아니게 된다고 해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고 적용하는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For A Better Space


스페이스톡은 스마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IT 기술인력을 채용해 팀을 만들었다. 사업초기에 IT업체와 협업으로 진행했으나 장기적으로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체 동력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정재욱 대표는 이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며 꾸준히 특허를 내고 있다.


그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시작으로, 나아가 기술 차별화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나아간다면, 앞으로도 회사 슬로건에 맞게 ‘더 나은 공간을 위해’ 언제든지 새로운 것들을 시작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늘 그랬듯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것들 만들어내는 다른 기업의 도전들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기획특집·연재기사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