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밀착형 골목조경’으로의 도시재생

[인터뷰] 윤호준 조경하다 열음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19-06-16

 


윤호준 조경하다 열음 대표

도시재생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과거에는 주로 공간을 대상으로 무언가를 재생시키고자 하는 경향이었다면 도시재생 뉴딜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공간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재생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에게는 공간과 사람을 잘 매칭 시켜 줄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고 있으며, 공간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소통 또한 원활한 조경전문가의 역할 또한 대두되고 있다.

조경가로서 도시재생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윤호준 조경하다 열음 대표는 “조경이 도시 단위에서 마을 단위로 관심을 옮기고, 마을정원과 같은 작은 쉼터들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사람’이 들어온다”고 말한다.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과정중심의 ‘쉬운 조경’ 전문가로서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윤호준 대표. ‘대중의 눈(주민의견)’으로 주민과 함께 마을을 만들고 공동체 회복을 모색하는 ‘생활밀착형 골목조경’이 도시재생분야에 있어 그가 추구하는 전문가로서의 태도이다.


‘생활복지’로서의 조경

윤호준 대표가 도시재생 분야에 뛰어들게 된 것은 2017년 3월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를 하고 며칠 후 우연한 기회로 ‘서울시 동네숲골목가꾸기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동네 골목길 개선사업 공모에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 고대웅 작가가 당선이 됐으나 큰 방향성과 디자인만 제시됐을 뿐, 이를 구체화시켜 식물을 사용한다거나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실현시키는 실제적 부분에서 난항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윤 대표에게 연락이 닿은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자문과 인적 인프라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첫 발을 디뎠다. 조경설계회사를 다니는 경력 덕에 주민설명회나 의견수렴의 과정들은 여러 차례 겪었던 터라 거부감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법인사업자 ‘조경하다 열음’을 개업하게 된다.
 
윤 대표는 지인들로부터 ‘사람들을 만나고 의견을 조율하는 일을 잘 할 것’라는 이야기를 들어왔고, 도시재생이나 마을만들기도 한 명을 상대하느냐,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느냐의 차이일 뿐,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잘 수렴하고, 거기에 전문가의 생각을 잘 담아서 작품을 만드는 조경과 같은 맥락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 여러 차례의 도시재생사업을 거치며 이 분야의 매력을 알아간다. 그리고 2018년 ‘책피고 꽃피는 석수골 마을정원’ 프로젝트를 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의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도시재생사업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개발사업의 다른 이름처럼 보인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지역주민이 되는 과정을 거치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한 마을정원사업을 하면서 조경가로서 도시재생에 참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게 생겼다. 그린인프라를 통해 지역 활성화와 도시재생의 가능성을 새롭게 제안해야 한다.

제도권 조경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곳에 주로 투입된 반면 마을정원은 오랜 시간 쌓아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조경이라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마을정원사업은 아직까지 정립된 가치관이나 매뉴얼·방식이 없고, 마을정원 담당 협의체나 주민과의 관계 형성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일반 조경사업보다 힘든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표는 마을정원사업을 통해 주민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형성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조경가로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대형공원보다 생활권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 내 즐길 수 있는 작은 쉼터로서의 조경이 ‘생활복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베풀어줄 수 있는 무형의 자산,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나눠주고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 윤 대표가 발견한 마을 단위 조경의 매력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그동안 도시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시작된 것이라 생각한다. 골목까지 속속들이 들어가 공공의 혜택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 진정한 도시재생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조경이 도시 단위에서 마을 단위로 관심을 옮기고, 마을정원과 같은 작은 쉼터들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석수골 마을정원 / 조경하다 열음 제공


‘사람’이 있는 도시재생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반 개발사업과 달리 도시재생이 어려운 것은 기존의 환경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공간마다의 특성을 간과할 수 없기에 지역민과의 조율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각기 호불호가 다르기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도 없다.

윤 대표는 “도시재생은 외부공간에 무언가를 만들어 주는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도시재생 전문가로서의 역량 중 가장 필요한 것으로 ‘조율’을 꼽았다. 모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중재하고 조율하면서 지역주민이 가장 좋아하고 공감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버려야 할 것은 전문가로서의 작품성에만 초점을 두는 태도이다. 어느 정도의 의견제시도 필요하겠지만 맞춤형으로 깊이 들어가서 이용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나의 공간이 탄생해 사업이 끝났다 하더라도 이후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한다. 동네 사람들이 동네를 자발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끔 이해시키고, 자율적으로 자기의사를 표현하면서 행동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공공을 위한 사업이기에 불특정 다수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 도시재생사업과 마을만들기사업을 하면서 얻은 것은 ‘대화하고 조율하는 능력’이다. 저도 모르게 훈련이 됐다. 정말 좋은 것을 주장하는 것과 그분들과 다른 나의 아집을 밀고 나가는 것은 다른 것이다.

조경하다 열음이 추진한 ‘책피고 꽃피는 석수골 마을정원 프로젝트’ 과정을 살펴보면 사업 착수부터 끝까지 주민이 참여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주민의견을 청취하고 조율해가는 과정 사이사이에 특별한 프로그램들도 첨가했다. 이웃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프로젝트에의 관심과 참여 유도를 위해 미니화분을 선물하는 등의 활동과 함께 ‘마을정원 발대식’을 개최했다. 마을 주민과 수목원으로 ‘정원여행’을 떠나 아름다운 정원을 관리하기 위한 가드너들의 노력이 필요함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정원교육을 수료한 시민해설사를 통해 마을 주민이 동네 정원 해설사가 되어야 함도 피력했다.

사업범위에 없던 ‘디자인 워크숍’을 열어 주민들과 마을을 어떻게 브랜딩 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과정도 거쳤다. 수차례의 워크숍을 거치며 정원의 성격과 면적, 식물의 종류 등을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고 원하는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그림으로 설계를 하고 식물에 대한 교육도 진행했다. 윤 대표는 “마을정원은 개인의 정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가 매우 많기에 이 과정은 꼭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시공과정에도 주민들이 직접 만지도 심어보는 ‘참여시공’을 실시했다. 전문정원사가 정한 일정에 맞춰 손을 보태는 정도가 아닌,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 참여하도록 했다. 특히 전문가의 역할을 분명하게 주민들 스스로가 구분을 해 안전문제 없이 전문정원사의 지도에 따라 시기적절하게 투입됐다. 뿐만 아니라 페브릭디자인, 도자기, 벤치 등 타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도 함께 진행됐다.

이렇게 조성된 15개의 정원은 ‘석수골 마을정원 축제’을 열어 첫 선을 보였다. 정원 관련 체험과 정원문화를 향유하며, 모든 주민을 화합하는 행사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특히 15개 정원 투어프로그램을 만들어 전문정원사가 해설하고, 마을정원사가 이야기를 보태는 방식으로 진행해 외부사람들에게 마을정원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마을정원사로 변화한 지역주민들의 얼굴을 기록으로 남기는 ‘정원초상화’를 실시하기도 했다. 지역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공간에 그들의 표정을 분명하게 담아내고 기록하기 위함이었다.

이 모든 과정의 중간에는 ‘교육’이 이루어졌다. 마을에 대한 이해와 마을정원의 핵심가치인 공유와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는 ‘마을정원교육’, 정원의 조성 및 관리방법, 식물의 기초 이해, 지속적 관리와 프로그램운영 역할 등을 다루는 ‘정원활동가 양성교육’, 마을 거주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정원의 고마움과 변화를 인지하도록 하는 ‘꼬마정원사 교육’,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초 정원지식을 함양하고 마을의 자연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 ‘새싹정원사 교육’을 실시하며 지역민들의 정원에 대한 역량을 강화했다. 대상지였던 석수골은 다가구, 다주택 빌라로, 야산을 제외하고는 공유지가 없었다. 사유지에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교육을 통해 주민들로 하여금 정원에 대한 애착과 지속적 관리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은 총괄하는 사람이 혼자서 할 수 없다. 주민은 물론이고 각계의 전문과와의 협업도 중요하다. 협업의 과정에서 분명히 의견의 충돌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조율하지 않거나 과정을 뛰어넘어버리면 모두에게 아쉬운 프로젝트로 남을 수 있다.

조경하다 열음 제공


도시재생분야에 첫 발을 내딛는 사람이라면

도시재생분야는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뛰어들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윤 대표는 도시재생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자치구마다 있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통해 참여조건을 확인하고, 작은 공모사업부터 시작해볼 것을 권한다. 찾아가서 특히 해당 지역에 살고 있다면 부담스럽지 않게 도전해볼 수 있다.

청년이든 신생기업이든 처음에는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재생사업의 전체적인 사이클을 이해하며 실적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큰 건의 제안경쟁이나 입찰 같은 경우는 관련 사업을 몇 건을 수행했는지 등의 자격요건이 많기 때문이다.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 같은 경우는 기간이 5~10년인 경우도 있다. 소규모의 마을정원이나 마을만들기 사업은 대개 5~7개월 정도면 한 번의 사이클을 경험을 할 수 있기에 전체적인 것들을 우선적으로 경험해 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부족했던 것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신생기업이나 조직이 성공하는 가장 큰 방법이라는 것.

기업의 경우 특별하게 엔지니어링 면허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 것 같으나 농촌이나 지방에서는 간혹 면허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고, 중소기업청 등록 확인증 등 여러 가지 필요한 사항들이 있을 것이다. 미리 알아보고 갖춰두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체를 가지고 시작해야하나 처음부터 사업체를 갖추기 어려운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의 경우 도시재생기업과의 콜라보 형태로 들어가서 일을 시작하며 하나씩 늘려가는 방법이나 도시재생지원센터에 지원해 프로세스를 쭉 경험을 하는 방식을 택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모든 이해관계집단 속에서 끊임없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기에 양성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퍼실리테이터(조정자) 훈련프로그램을 찾아 듣는 것도 방법이다. 도시재생 사업 관련된 일을 하게 되면 매일 주민을 만나야 한다. 주민들의 생각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규모 단위의 사업이라도 알차게 차근히 진행해본다면 어느 순간에는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조경하다

‘조경하다 열음’이라는 회사명은 ‘조경’을 명사에 가두는 것이 아닌 조경활동 자체에 의미를 두기 위해 동사로 지었다고 한다. 이에 미루어볼 수 있듯 윤 대표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이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모르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쓰거나 미국까지 찾아가기도 하면서 궁금증을 해소했고, 누군가에게 절실하게 배우고 싶다면 그 회사가 공채나 직원을 뽑지 않는다 해도 같이 일하고 싶다며 부딪히기도 했다. 몸으로 부딪히며 진하게 조경에 대해 고민해봤던 그이기에 “자기가 정말 해보고 싶은 분야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겁먹지 말고 많이 연락해보고 부딪혀보면 좋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도시재생분야에서 조경가로서의 매력과 역할을 발견했듯 말이다.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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