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새활용’에 주목해야″

[인터뷰] 손영혜 새봄커뮤니티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19-12-06

 

20년 전, 서울시는 정책연구를 통해 다가올 2020년~2030년에는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자원이 부족해질 것이라 진단하고 자원순환도시로서의 비전을 수립했다. 자원순환도시에 대한 대책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배출되는 쓰레기를 새롭게 활용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자원순환도시 서울시 비전 2030’을 토대로 새활용에 대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인식을 넓히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활용 복합 문화공간 ‘새활용플라자’를 2017년 9월 5일 개관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 ‘업사이클링’의 우리말 ‘새활용’이란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더 가치 있는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자원순환의 새로운 방법이다. 캡슐커피의 캡슐이 자전거가 되고, 방수포와 자동차 안전벨트가 만나 가방이 된다. 캡슐커피회사 Nespresso와 자전거회사 Festka, 세계적 업사이클링 업체 Freitag의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일지라도 해외에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버려지는 것들이 패션 아이템이 되고, 인테리어용품이나 가구가 된다. 폐기물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이 가미돼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제품을 소각하고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자원이 들어가는 재활용(recycling)과는 다르다.

손영혜 새봄커뮤니티 대표는 “필환경시대에 조경분야 또한 새활용 분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버려지는 소재를 활용한 아웃도어 퍼니처나 정원 오브제 등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특히 정원작가들이 정원 오브제를 디자인하고자 할 때 새활용플라자 소재은행에서 각종 소재들을 접할 수 있다. 손 대표는 ‘새활용 분야는 블루오션’이라며 조경소재 업체들의 진입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새활용플라자에 입주한 기업들은 폐기물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비닐포대를 활용한 가방 및 파우치, 버려지는 천을 활용해 새롭게 디자인된 옷, 폐석재를 활용한 구조물과 펜스 등 기술개발 및 디자인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손 대표에 의하면 현재 새활용분야에는 의류분야가 활발하며, 조경이나 환경분야에서는 개발이 필요하다. 그녀는 “교육, 디자인, 업사이클링 가드닝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마을재생사업도 많다. 길만 제시가 된다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말한다.


손영혜 새봄커뮤니티 대표


새활용과 조경
손 대표가 새활용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시 정책연구를 하면서부터다. 서울시의 미래비전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했다고. 조경도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이 이루어져야 더욱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환경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활동과 사업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업사이클링’ 활동을 한다고 내건 것은 아니다. 자원순환,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지향하는 활동을 하다 보니 이 분야에 도달한 것이다.

손 대표가 운영하는 새봄커뮤티니티는 자원순환도시 업사이클링에 가치를 두고 실현하는 소셜 커뮤니티이다. 2009년 비영리 NGO로 설립, 2016년부터는 법인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콘텐츠 디자인개발, 시민교육사업을 추진하고 참여하고 있다. 특히 새활용과 조경을 결합한 교육체험, 상품개발,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가천대학교 퍼블릭디자인센터 및 퍼블릭비스타연구회 등과 연계해 지역혁신 프로젝트 및 지속가능한 생태교육과 도시재생 콘텐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도시농업, 커뮤니티 맵핑 기반의 사회참여형 프로그램개발과 사회적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문화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다. 매우 단편적이고 후진적인 도시농업, 주말농장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업사이클링화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커뮤니티 디자인, 중요한 것은 ‘지속성’
손 대표가 마을만들기 사업을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속성’이다. 마을만들기사업 초반에는 공공자금으로 빠른 성과를 내기 좋았던 벽화사업을 주로 실시했었으나 이는 지속성의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손 대표는 지자체의 관리에는 한계가 있으며 주민들에 의해 관리되지 않는 사업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찾는 게 낫다고 말한다. 과거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은 ‘환경설계’였으나 이제는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커뮤니티사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디자인 관련 용어들을 봐도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등 공급자 중심의 시각이었다면 최근에는 서비스디자인 등 사용자의 입장의 용어들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사업의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원주민을 쫒아내고 아파트를 지은 경우, 펜스 사업을 할 때 그 지역 학생들을 참여하도록 해 펜스에 자기 그림들을 그리며 지역갈등을 해소하거나 공원안내표지판 개선시 커뮤니티 리더들을 교육시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시민이 참여해 표지판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수행하는 등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공간에 애착을 갖게 하는 것이 지속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점차적으로 시민교육은 물론, 그들 중 오피니언 리더를 선정해 그들이 확산시킬 수 있게끔 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손 대표는 특히 꽃밭을 가꾸거나 정원을 만드는 일이 주민이 함께 참여하기에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새활용을 접목한 업사이클링 가드닝은 주민들에게 다가가기가 더욱 용이하다. 버려진 땅에 버려진 용품으로 생명을 넣는 이 작업에 대해 주민들도 처음에는 지켜보다가 점차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참여를 통해 소통이 되고, 그렇게 공간이 살아난다. 결국 시민들을 움직이는 것은 공감과 진정성이다. 주민들, 특히 상업지역일수록 처음에는 부침이 있다. 그러나 사업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접근하면서 한 명 한 명의 의견에 공감하고 사업의 중요성을 피력하다보면 향후에는 서로 정이 들어서 수업할 때 음식도 가져오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결국 전문가에게는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인 것이다. 손 대표는 조경을 전공하고 대기업, 설계사무실, 국책연구소, 벤처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의 경험들을 통해 생긴 상황대처능력이 주민과의 만남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게릴라가든, 씨앗폭탄 만들기 활동


MMMU(Mega Market, Mega Upcycling)
쓰레기 대란의 시대다.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 수출하면서 생긴 국가간 분쟁들, 불법수출쓰레기 처리문제로 인한 지자체간의 대립, 전국각지에 퍼져있는 불법 투기 폐기물 야적장, 논란이 되고 있는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 등 발등에 떨어진 문제들이 산적해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쓰레기는 버려지고 있다. 올 초 정부는 쓰레기를 고형연료화 하기 위한 규제완화를 검토하면서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고, 쓰레기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제주시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쓰레기 배출패턴을 찾겠다 밝히기도 했다.

버려지는 쓰레기들은 특히 도시의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제품을 판매하는 메가마켓에서 반품, 훼손 등을 이유로 판매할 수 없어서 소각되거나 버려지는 소재들이 많다. 메가마켓은 연면적 3,000㎡ 이상의 점포로, 과일, 채소, 육류, 어패류 등 1차 식품을 포함한 식료품에서 의류, 가전제품, 가구, 잡화 등 각종 공산품까지 수만 가지에 이르는 상품을 판매한다. 손 대표는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다시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해 지속가능한 디자인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메가마켓에서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규격화된 업사이클링 소재를 공급받아서 업사이클링 재품으로 재탄생해 업사이클링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비전이다.



초대형 판매점의 중요 폐기물 이슈는 우선 2차 포장재가 있다. 한해 평균 초대형 마트에서 사용되는 비닐봉투는 약 70만 톤으로 이는 2억2천만 장 규모에 이른다. 사자마자 버려지는 묶음포장은 연간 1만 톤에 이르며, 전체 쓰레기의 30% 비중을 차지하는 2차 포장재는 한 매장에서만 하루 최대 240㎏ 이상 쏟아진다. 식품쓰레기도 문제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최대 평균 15%의 식품이 버려진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식품 폐기량은 하루 1만 5340톤 정도이며, 샐러드 제품의 68%가 매장과 가정에서 그대로 폐기된다. 사과와 포도의 40%, 바나나의 25%가 그대로 쓰레기로 버려졌다고 정부에 보고되고 있다. 하루발생 식품쓰레기는 1만5340톤으로,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본다면 연간 115조원에 달하며, 쓰레기 처리비용은 연간 20조원이 투입된다.

메가마켓에서 나오는 판매할 수 없는 제품들은 또 다른 소재가 될 수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지만 일반 제품과 똑같은 선상에서 경쟁을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소량으로 가내수공업같이 생산하기 때문에 공급이 적고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손 대표는 초대형마트에서 나오는 쓰레기나 판매를 못하게 된 소재들을 업사이클링 자원화해 비축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새활용 관련 기업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자원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고 생산해내는 선순환 구조이다. 그리고 그 플랫폼으로 새활용플라자의 ‘소재은행’을 제안했다.



새활용플라자의 소재은행

새활용플라자의 소재은행은 새활용 소재의 공급과 수요를 연결하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이다. 소재는 원단, 목재, 플라스틱, 금속, 유리, 도자기, 종이, 고무&비닐, 폐전자제품, 기타 복합성 소재까지 총 10종류로 구분하고 있으며, 각 소재별로 규격화되며 필요시 세척, 가공 등을 거쳐 구매자에게 제공된다. 초대형마트의 초배출 쓰레기 자원화를 꾀하고, 소재은행 기업운영을 통해 초새활용산업의 등장과 새활용산업의 활성화, 동시에 쓰레기 ‘0’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전략이다.

몇몇 기업에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용전략을 펴고 있다. 이케아는 폐기물 기록을 통해 자원을 신중하게 사용해 자원낭비를 막고, 재생 가능한 원료를 기반으로 한 플라스틱 제품 판매를 통해 매년 약 75,000배럴의 석유를 절약, 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포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지금까지 판매된 용기를 수거해 2030년까지 이를 100% 재활용한다는 글로벌 목표로 새로운 포장비전인 ‘쓰레기 없는 세상’을 설정했다. 베트남의 롯데마트 매장에서는 환경보로를 위해 비닐봉지 대신 바나나잎을 사용한다. 채소공급 업체들과 협력해 야채 등 23개 품목은 넓은 바나나잎으로 둘둘 말린 채 넝쿨 같은 끈으로 묶어 판매한다. 이밖에도 작게는 자원순환센터에서 공병수거부터 시작해서,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구입하면 이전 제품을 수거해가는 제도, 생산량을 정해놓는 방안, 폐기물의 분리배출 등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미래세대를 위한 준비
환경에 대한 인식과 문화 개선은 교육으로 실현될 수 있다.
새활용의 첫 걸음은 쓰레기 분리배출이다. 플라스틱류는 내용물을 깨끗하게 비우고 상표와 뚜껑 등 다른 재질로 된 부분은 제거해야 한다. 분리가 어려운 제품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면 된다. 종이류는 택배송장이나 테이프를 제거해야 하고, 음식물이 묻은 경우 물로 씻어서 분리배출한다. 우유팩은 일반 종이와 구분해서 버려야 한다. 유리병은 뚜껑을 제거하고 내용물을 비운 후 분리배출하되 비닐라벨 등은 따로 떼어야 한다. 분리배출만 해도 쓰레기량이 40%는 줄어들고, 또 버려지는 것들을 자원화할 수 있게 된다.

새활용플라자에서는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손 대표 역시 교육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다. 새봄커뮤니티는 기업의 co-worker를 돕거나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생들을 위한 교육, 강사교육, 컨설팅 지원사업들을 수행하고 있다.


새활용플라자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야’ 등 다양한 교육활동

새활용플라자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야’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쓰레기의 특징과 쓰레기가 분해되는 시간, 분리배출 등을 교육하고 실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분리배출을 한 자원들은 어떤 방법으로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건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페트병 다섯 개면 폴리에스테르 티셔츠를 만들 수 있고, 동물보호소에서 쓰이는 완충재, 보충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환경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한 것으로, 환경문제에 대해 학생들은 보드게임이나 만들기, 그림그리기 등을 통해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쓰레기 시험을 본다.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배출 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쓰레기를 분리배출 하라고만 할뿐 어떻게 하는지 정확하게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한다. 분리배출로 자원화 될 수 있는 것들도 매립되거나 소각해 환경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천대학교나 이화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대학에서도 업사이클링 자원을 이용한 디자인 씽킹이나 커뮤니티디자인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야’는 2019년 상반기 총 40회 1200여명이 참여했으며, ‘플라스틱 다이어트’, ‘LTI업사이클링 전문가과정’, ‘쓰레기 다이어트 다이어리’ 등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 교사연수, 기업체를 대상으로 업사이클링 인식 확산에 힘쓰고 있다.


이밖에도 매년 ‘꿈가방 프로젝트’라는 해외봉사도 하고 있다. 낡아서 버리는 것이 아닌 사용용도가 다해 버려지는 책가방이나 학원가방을 케냐에 보내는 활동으로, 10여 년 전 TV를 보다가 시작하게 된 이 봉사는 점차 주변으로 번져 ton 단위로 가방을 보내고, 그 안에 학용품이나 머리핀 등을 넣어주기도 하고, 학교 미대학생들과 협력해 현지에서 교육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필환경시대, 이대로 삶의 패턴을 지속한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다. 교육, 봉사 등을 통한 인식확산이 더 나은 환경, 더 나은 지구를 만들 수 있다. 손 대표는 미세먼지에 국가가 관심을 갖게 된 것에는 시민의 힘이 컸듯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기업들도 동참한다면 변화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원의 새활용. 이 분야의 전망은 무궁무진하다. 버려지는 쓰레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플랫폼을 쥐는 사람이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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