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력···기업의 가치가 곧 사회의 가치″

[인터뷰] 허수경 (주)엔쓰컴퍼니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20-03-03

 

지난해 3월 미세먼지가 ‘사회재난’에 포함됐다. ‘재난’ 수준으로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계에서는 다양한 해법들을 내놓고 있으나 여전히 실효성은 부족하다.

그중 (주)엔쓰컴퍼니가 내놓은 ‘맑은공기 에어돔’은 매년 증가하는 미세먼지의 공격에 능동적인 대응과 최소한의 야외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체감형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을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에어돔은 공기밀도 제어기술로 돔(dome)형상의 공기막을 형성해 외기 미세먼지 유입을 방어하고 돔 내부는 맑은 공기로 채우는 ‘조경시설물’이다.


허수경 (주)엔쓰컴퍼니 대표


맑은공기 에어돔

IoT를 결합한 조경시설물을 해 놓으면 무얼하나. 미세먼지가 오면 아무도 이용을 안 하는데.
한 스마트시티 담당자로부터의 말이 에어돔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아무리 좋은 시설물이어도 미세먼지에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허수경 대표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옥외시설물들을 제대로 이용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2년 반 동안 천착한 결과물이 ‘맑은공기 에어돔‘이다.

에어돔은 공기에 대한 물리적 법칙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기술화한 제품이다. 미세먼지의 가장 큰 문제는 ‘대기 정체’다. 공기 상층부의 기온이 낮아야 순환이 되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상층부 기온이 높아 공기가 순환되지 못해 아래쪽에 배기가스 등 오염물질이 고농도로 쌓이는 것이다.

에어돔의 기술은 두 가지다. 우선 임의로 상층부의 뜨거운 공기층을 한 단계 위로 올리는 기술이다. 이로써 위에서 내려오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은 정화하는 형태다. 또 다른 기술은 공기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밀도가 높은 곳의 공기는 낮은 곳으로 옮겨가면서 돔으로 막이 형성된다. 기온역전층 형성과 공기밀도차를 이용해 미세먼지 방어막을 형성하는 이 기술은 3시간마다 축구장 1개 정도의 넓이를 정화할 수 있다.


CFD유동해석 시뮬레이션 / (주)엔쓰컴퍼니 제공


(주)엔쓰컴퍼니 제공

에어돔 기술은 국가기구환경회의에서 발표됐으며 “익히 알고 있는 물리적 법칙을 미세먼지 해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아무도 못 했다”, “현존하는 야외 공기정화 관련 가장 실현가능성과 실효성이 높은 기술”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공기를 다루는 일이다보니 정화필터 교체수명을 늘리는 일이나 적정한 필터 설치 위치, 에너지 감소방안 등 보완 및 개선사항들이 남아있긴 하나 국가R&D를 통해 에어돔 기술을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기도 했다.

여러 전문가들에게 용감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것이 공기정화기였다면 겁이 났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기정화기능에 더해 쉘터, 벤치, 난방, 스마트폰 충전 등 다양한 기능이 들어가는 ‘조경시설물’이기에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
지난 11월 환경부 장관이 야외공기정화기를 만들겠다 선언했을 때 허무맹랑하다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그때 환경부 장관의 답변은 “국가는 미세먼지가 심각해 재난(사태)가 선포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줘야 한다”며 조롱 대신 뭐든 해야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허수경 대표 또한 이에 공감하며 “공기를 다루는 일은 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다. 뭐든지 시도를 해봐야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알고서 보완을 해야 하는데, 시도하지도 않는다면 해결할 수가 없다. 저희 또한 어려웠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신기술,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 필요


기술개발 및 발전은 실증을 통해 이루어진다. 관은 테스트베드를 많이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
양재역에 설치된 맑은공기 에어돔 / (주)엔쓰컴퍼니 제공

에어돔은 서울시 실증사업에 당선돼 지난해 11월 20일부터 24일까지 양재역에 설치된 바 있다.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직접 설치해봐야 데이터를 수집해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할 지가 나온다. 신기술, 신제품은 계속 실증하면서 개선해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의 시도를 장려하고 테스트베드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허 대표는 말한다. 도로 옆, 공원, 광장 다양한 공간을 통해 보다 많은 사례를 갖는다면 이는 곧 더 나은 기술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양재역에 설치된 에어돔은 두 개의 센서가 있다. 로컬의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센서와 돔 안의 저감률을 측정하는 센서다. 미세먼지 측정센서가 필요한 이유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자료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양재역은 강남구청 옥상에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기에 현장과 다른 것이다. 특히 도로 근처는 뱅뱅사거리의 교통량에 따라서도 농도 차이가 많이 나기에 로컬측정은 필수다. 결국 미세먼지 저감으로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더 많은 실증을 통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 의미 있게 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조경은 이 시설을 사람들이 쓰고 있는지, 유효한 위치가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허 대표는 이를 통한 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고민들도 하고 있다.


광주송정역에 설치된 맑은공기 에어돔 / (주)엔쓰컴퍼니 제공


옥외용 조경시설물 + IoT = (주)엔쓰컴퍼니

옥외용 조경시설물과 IoT의 융합을 본격적으로 표방하는 (주)엔쓰컴퍼니는 2015년 10월 설립됐다. IoT와 ICT 기술을 기반으로 생활 속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와 요구를 생활밀착형 제품이나 서비스로 풀어내고 있다. 스마트시티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조경시설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가해 전통적 조경공간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편리하고 가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허수경 대표는 스마트시티와 IoT의 개념이 등장했을 당시, 큰 충격을 받고 곧바로 조경시설물과의 결합을 꿈꾸었다. 당시 IoT 기술을 집 안 시설물에의 도입이나 수도검침이나 전기검침 등 도시기반시설과 관련된 이슈는 많았으나 외부 시설물에는 잠잠했다.

조경시설물이야말로 IoT와 결합하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은데, 당시로서는 우리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조경시설물업계에 오래 있었던 사람으로서 조경시설물이 가지는 힘과 위력이 있고, 여기에 신기술을 결합하면 스마트시티 안에서도 조경이 큰 힘을 가질 것이라 예측했다.
그렇게 (주)엔쓰컴퍼니가 탄생한 것이다. 회사설립 당시는 IoT가 무엇인지 설명하러 다니는 일이 주 업무였다고 한다. 그렇게 4년간 애쓴 결과들이 이제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허수경 대표는 향후에는 시설물시장이 일반시설과 IoT로 통신이 되는 시설로 구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집되는 데이터를 통해 시설물 사용자가 몇 명인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위치에 놓인 건지, 동선과는 맞는지 등을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어 설계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팀 구성은 조경시설물 파트와 통신파트, 통신을 가능하게끔 하는 하드웨어개발파트로 구성돼 있다. 서로가 낯선 사람들이기에 설립 초창기에는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생겼다. 전자, 전기제품은 설계의 정밀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확한 도면화가 필수인데 반해 조경시설물은 디자인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정확한 설계도면을 제공해도 공장에서 제작이 편하게 임의대로 바꾸는 특징이 있다. 하드웨어파트에서 놀라워하며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었다. 시설물에 통신을 가능케 하기위해서는 전파가 잘 되는 방향을 설정하고 구조물들의 방해가 없도록 사전에 고려해 설계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서로간 이해가 없으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융합이 쉽지 않은 것이다. 타 업체와의 협업도 녹록치는 않다. 일부 보드나 PCV(압력조절환기) 등은 협업으로 진행하는데, 내부에서 검수, 도면화,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작업 컨트롤이 가능해진다.

엔쓰컴퍼니는 조경시설물업체의 경쟁업체가 아닌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을 지향한다. 예를 들면 체육시설이나 놀이시설, 티 카페, 파고라 등에 에어돔을 결합해 미세먼지 없는 체육공간,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시설물업체의 시설과 엔쓰컴퍼니의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제품으로 조경시설업체들과 상생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내에서 측정가능한 크기의 에어돔의 프로토타입으로 에어돔의 원리를 설명하는 허수경 대표


Creating Shared Value

엔쓰컴퍼니는 고도의 기술보다는 ‘적정기술’을 추구한다. 기술경쟁이 아니라 더 작게, 더 가볍게, 더 싸게 만들어야 양산이 좋은 제품이다.
엔쓰컴퍼니는 건설사의 요청에 의해 미세먼지 신호등, 미세먼지 측정기, 미스트, 에어돔을 묶은 ‘옥외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을 개발 도입 예정이다. 미세먼지 측정값이 나오지 않을 때 ((미세먼지 나쁨 상태일 때)미스트와 에어돔이 가동되는 통합관제시스템이다. 실제로 엔쓰컴퍼니 직원들은 바람의 흐름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미리 시뮬레이션 해 에어돔이나 미스트가 어느 위치에 설치하면 좋을지를 결정한다.

나아가 허 대표는 “통합솔루션이라면 통합관제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인 저감을 위해 ‘가변시설’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바람은 계속 바뀌고, 통학버스가 정차하는 등 특정시간, 특정구간에 미세먼지와 배기가스가 많기도 하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서값에 의해 대기질이 좋지 않은 곳으로 조경시설이 스스로 옮겨가는 방풍림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자율주행이나 로봇기술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니 시설과 접목해 테스트하는 것만이 남은 것이다. ‘조경시설물은 움직이면 안 된다’라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고 허 대표는 강조한다. 우리 스스로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으면 횡단보도 앞의 그늘막이 어느 순간 파라솔 형태로 바뀌었듯 타 분야에서 훨씬 더 능동적이고 간편하며 모빌리티가 이루어지는 시설이 조경시설물을 대체한다.

모빌리티를 갖는 미세먼지 저감장치에 대한 고민들을 조경시설로 구체화 하고, 조경시설분야에서도 유지보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념들을 바꿔나가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춰 조경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할 것들이 많다.
공동주택의 경우 단지의 형태가 결정되고 난 다음에는 시설설치변경이 어렵다. 아파트의 건물 방향은 조망권, 역세권을 통해 결정된다고 하는데, 이제는 미세먼지 관련 바람길 고려도 해야 한다. 허 대표는 건축에서 고려하지 않는다면 조경에서라도 설계당시에 바람의 시뮬레이션을 돌려 놀이터나 쉼터는 가급적 미세먼지가 모이지 않는 곳에 배치한다든지 식재를 통해 해결한다든지 하는 선제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설계단계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고려가 있을 때 시설물이 보다 더 의미가 있어진다는 것.

양산이 좋은 제품, 가변시설, 선제적 설계. 결국 모든 것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곳에서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CSV(Creating Shared Value).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말한다. 기업이 이윤을 위해 활동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허 대표가 추구하는 기업 가치다.


공동주택 내 에어돔 설치 조감도 / (주)엔쓰컴퍼니 제공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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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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