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때로는 정확한 목표가 답이다

글_안영애 논설위원(안스디자인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19-02-12
때로는 정확한 목표가 답이다


_안영애(안스디자인 대표)




읽기에 앞서… 글이 공개되면 누군가, 언젠가, 우연히 볼 수 있기에 무한한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여 적당한 선에서, 적당히 책임지겠다는 글의 방향은 솔직함과 진지함 대신 욕먹지 않을 정도로 쓰다 보니 누군가, 언젠가, 우연히 읽는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지 않은, 생명 없는 공허한 제 3자적 문자로 채워지곤 했다. 산업계에서 일을 하다 보니 글을 쓰는 것은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더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평소에 나의 말, 글은 많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데 때로는 상상이 현실로 때로는 웃음거리도 되기도 하지만 상상으로 쓰는 경우가 많으니 즐거운 마음, 부담 없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환경

작년 12월 러시아 여행을 다녀왔다. 밤에 도착하는 비행기라 한반도를 횡단하였다. 구글을 통해 한반도 사진을 본적이 있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구글 사진을 통해 본 한반도는 ‘순간적’ 이미지라면 ‘눈’으로 본 한반도는 ‘지속적’으로 느껴졌다. 장소는 속초쯤인 것 같았다. 북측지역은 밤바다와 같이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고, 남측은 촘촘히 짜인 도로를 따라 줄지어 켜진 가로등, 곳곳에 개발된 지역의 불빛이 산란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본 밤은 밤도 아닌 그렇다고 낮도 아닌 풍경이었다. 밤새 점등된 저 도로에는 과연 밤새도록 많은 차량은 지날까? 이용도 안하고 공중에 버려지는 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라는 이름 아래 숲과 농경지에 경관상 안 좋은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고, 미세먼지를 고민하면서 어쩔 수 없이 오늘도 화력발전소를 가동하여야 하는가? 우리는 환경을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국토,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환경을 얘기하면서 동시에 다른 환경을 훼손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협소하고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친환경의 기본은 환경가치를 존중할 때 다른 환경을 해치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시티

요즘 조경계는 물론 사회 모두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 분야만이 아니라 전 산업분야에서 그러하지만 본질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예측이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하여 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강박적일 필요는 없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의 사업발표회에 다녀왔다. 4차 혁명과 연관하여 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해 3년간 총 2조 4,000억 원이 투자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도시가 지닌 문제점을 해결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위한 전제로 스마트시티의 정의를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인터넷에 4차 혁명, 네 글자를 치면 수많은 글이 올라오지만 그 내용은 다양하다. 다양하다는 것은 아직도 확고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진행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에 스마트시티에 대한 정의 역시 ‘진행형’일 것이다. 스마트도시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도시를 만들고 기존 도시가 지닌 많은 문제가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존 도시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이미 상당부분 해왔다고 생각한다. 스마트시티가가 추구하는 목표도 결국은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아날로그적인 개념이 아닌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접근 방법.


때로는 정확한 목표가 답이다

20년 전에 국립공원구역조정 일을 한 적이 있었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면적이 광대하여 계획적으로 구역을 설정하여 행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처럼 경계를 나오면 바로 도시인 곳에서 사실 지역지구를 설정한다는 것은 맞지 않은 정책이었고 이 때문에 수년간 갈등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스마트시티의 주요한 개념은 Big Data이다. 그런데 이 Data는 어디서 나오는가? 살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면 신도시에 적용한 스마트시티 완성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Big Data가 완성되었을 때 이미 구축한 인프라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인 것이다. 하루면 국토 끝에서 끝까지 갈 수 있는 국토에서 자율주행차량은 얼마나 효과적일까? 기술을 수출한다면 모를까 우리 여건에 적합한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에게 맞는 스마트도시. 따라서 정답이 불확실한 정책에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목표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적합한 목표, 정확한 방향을 세우는 것이 2조 4000억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아닌가. 우리에게 맞는 스마트시티를 모색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다다익선, 각국의 좋은 것을 모두 넣는 그런 그러한 정책, 방향은 이제는 그만하였으면 한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뱁새인가 황새인가? 뱁새라면 뱁새에 맞는 정책으로 그럼에도 황새처럼 하고 싶으면 황새처럼 기능하도록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황새처럼 하다 찢어질 게 두려워 못하면 아무것도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회복할 만한 부상은 괜찮지만 치명적인 중상을 곤란하다.


정보과잉시대

요즘의 정보는 단시간에 엄청난 규모, 빠른 속도로 공급되는 공급과잉시대이다. 독일의 한명철 철학자의 피로사회의 글을 읽으면 살짝 겁이 나기도 한다. 책 중에 ‘보편화된 커뮤니케니션과 정보의 과잉은 인류 전체의 저항력을 떨어뜨릴 위험으로 작용한다’라는 글귀가 있다. 조경이나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즐겨보는 웹 사이트의 무한한 정보 과잉으로 나도 모르게 나를, 그리고 나의 문화를 잃어버린 채 보편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잃어버린 다는 것은 결국의 나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한다. 도로명주소가 그렇고 우리 도시경관이 그렇다.

서울의 도시경관은 외국과 얼마나 다른가? 색 다르다는 것은 경쟁력일 수 있기에 우리 문화경관을 잘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여전히 새로이 신축되는 건물이나 공원 역시 우리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가능한 색다른 표현, 멋진 외국의 경관을 적절히 차용하는 것이 여전히 경쟁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우리 도시가 간다면 외국의 도시에 비교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조경은 이 땅, 이 기후가 기반이 되기에 땅과 기후를 바꾸기 전에는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지만 이 역시 도전을 받고 있다.


문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환경이 변해도 중심에 ‘사람’있기에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은 존재한다. 사람도 사회적 여건에 따라 의식이 바뀌고 보편적 의식이 모여 문화로 나타나지만 우리가 유지해야 할 것은 분명 있고 이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먼 장래에는 우리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자연이 외국과 다르듯 우리가 만드는 인공 환경의 색다름, 특별함은 또 다른 국가적 자원이고 이것을 잘 만드는 것은 조경의 사회적인 가치가 아닌가 한다.

문화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얘기하지만 한 마디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것이 문화이다. 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무슨 문화공원 등등... 문화 앞에는 지역명칭이 붙는다. 그곳에서 문화를 찾기 보다는 지역에서 문화를 찾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얼마 전 뒤늦게 안 사실로 나의 무지함과 철학적 빈곤에 대한 반성을 하였는데, 우리 지명의 유래 및 역사에 대해 실체를 구체적으로 만들지 않을지라도 이를 지키는 것은 우리 조경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 국가의 문화를 재창조하고 지속가능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 조경의 가치이자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경은 환경 그리고 문화

좋은 미술관과 콘텐츠는 지역을 살린다고 얘기한다. 어려운 지역경제를 살린 대표적인 사례로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을 꼽는다. 아마도 거기를 다녀온 사람이 많을 것이고 나 역시 다녀왔다. 물론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설계비와 시공비 그리고 좋은 작품과 기획이 많지만 성공의 결과보다는 그 배경을 보면 그다지 흥분할 만하지도 않다. 세계적인 건축가, 도시 디자인이 우리와 다르고 좋겠지만 분명 우리와는 다른 것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맛집에 가서 몇 십만 원씩 소비하는 것은 전혀 아깝다고 하지 않지만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그보다 적은 비용을 지출할 때도 비싸다고 생각한다. 빌바오에 그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할까? 물론 방문하기에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외 다양한 언어로 리플렛을 만들지만 빌바오가 가진 유럽에서의 입지, 문화, 여러 특성으로 시장이 크고 성장하게 된 수많은 요인 중 우리는 ‘결과’만 가지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서울은 물론 지방 곳곳에 아주 좋은 미술관이 있지만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조차 운영에 부담을 갖는다면, 콘텐츠부족이라고 말하기 전에 과연 우리는 우리 문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싶다. 우선 우리 국민들이 문화를 사랑하고 이를 즐기고 키워갈 수 있는 토양 자체가 척박하기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결과만 보지 말고 그 결과를 만들어낸 총체적인 것을 파악해야 한다. 결과는 중요하지만 결과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혼자가 아닌 여러 분야가 협의하여야 하기에 느리게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느리지만 정확한 방향을 설정한다면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을까? 눈앞의 불편함, 편협함이 아닌 보다 큰 틀에서 장기적인 시각으로 한 명이 아닌 다수가 결정해나가는 것 말이다. 목표시간을 정해 놓고 맞추기보다는 다소 늦더라고 주변을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하면 좋을 것 같다.

시작은 건설이지만 조경은 건설을 넘어 환경과 문화이다. 조경은 건축보다도 기능에서 더 공적이고 문화적이며 환경적인데 다만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이 적다고 이처럼 소홀히 한다면 공적기능을 환경기능을 누가 지킬 수 있는가? 우리 조경인은 오늘도 어려운 여건에서 묵묵히 문화와 환경을 지킨다는 자긍심을 가져도 충분하다.
_ 안영애 대표  ·  안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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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a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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