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가드닝] 비대면으로 정원과 친해지기
중부대 원격대학원-조경하다 열음, ‘사회적 약자 가드닝 프로그램’ 위탁연구 실시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1-11-12
라펜트는 국립수목원 ‘사회적 약자 가드닝 프로그램 효과 검증을 위한 평가 및 분석’ 위탁연구의 일환으로 중부대 원격대학원 정원문화산업학과, 교육상담심리학과, 조경하다 열음 팀이 진행하는 ‘홀트학교 가드닝 프로그램’ 내용을 연재합니다.
홀트학교 가드닝 프로그램 ‘슬기로운 가드닝’ - 3
비대면으로 정원과 친해지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실시되면서 가드닝 프로그램도 비대면으로 전환돼야 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커리큘럼 조정이 이루어졌다. 매 회차별 준비물이 박스에 담겨 집으로 배송됐고, Zoom으로 소통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가드닝 수업이 고작 두 번밖에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비대면. 학생들에게는 정원과 친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과연 비대면으로도 정원과 친해질 수 있을까?
3회차에서는 다양한 정원의 사진을 함께 보며 정원의 유형을 알아봤다. 정원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한 가지 수종으로만 식재된 정원, 다채로운 색상을 볼 수 있는 정원, 연못이 있는 정원, 텃밭이 있는 정원, 토피어리 정원...
멘토는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 정원에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질문을 던졌고, 다양한 답변이 쏟아졌다.
“벤치에 앉아서 쉬고 싶어요. 벤치 옆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어서 벤치에 앉으면 그늘이 져 시원할 것 같아요”
“친구들과 셀카를 찍고 싶어요. 색색깔의 꽃들이 너무 예뻐서요”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싶어요. 함께 잔디밭에서 놀다가 누워서 하늘도 보고 싶어요”
“데이트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손잡고 미로 정원을 탈출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결혼식을 하면 좋겠어요. 커다란 테이블에서 파티를 열면 좋을 것 같아요”
“정원에서는 쉴 수도 있고, 산책도 할 수 있고, 파티도 열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고, 감성사진을 찍을 수도 있어요. 여러분이 상상하는 모든 일들을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정원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이 있을까요? 그림으로 그려봅시다”
종이에 정원을 그리고 보여주며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갈 정원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그린 ‘내가 생각하는 정원’ 그림 / 중부대 원격대학원 정원문화산업학과 제공
4회차 수업에서는 정원 영상을 함께 감상했다. 실제 정원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훑어본 것이다. 영상이 끝나고 정원을 보고 느끼는 감정, 정원을 만드는 사람들과의 협력, 정원을 상상하고 현실화하는 일들에 대한 소감들이 이어졌다.
“정원에 들어가 보고 싶었어요. 너무 평화로워 보였어요”
“우리가 정원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중요해요. 정원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것은 자세히 보고 싶다는 마음이겠죠?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은 그 정원이 내가 좋아하는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만드는 정원은 ‘내가 매일 보고 싶은 정원’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정원을 만드는 과정을 보니 정원이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정원을 만들 때 여러 사람들이 협력을 잘 했어요”
“주인공이 혼자서 정원을 만들 수는 없었을 거예요.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서로 배려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것은 비단 정원뿐만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 무슨 일을 하든 마찬가지예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면 무슨 일이든 함께 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주인공이 정원을 상상하면서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대단했어요.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정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멋있는 일 같아요”
“실제로 정원을 만드는 것은 대단한 일이예요.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몸도 많이 움직여야 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아야 해요. 우리도 정원을 만들기 위해 주인공처럼 정원을 상상해 볼 거예요. 수업이 가면 갈수록 여러분이 상상하는 정원이 현실이 될 거예요”
5회차 수업에서는 도화지에 콜라주로 정원을 만들고, 정원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으로 그렸던 자신만의 정원을 자연소재인 나뭇잎을 통해 표현하는 과정이다. 나뭇잎은 나무도 되고, 사람도 되고, 강아지도 됐다.
“작품 제목은 ‘나무 사이의 귀여운 친구들’입니다. 큰 나무와 예쁜 꽃들이 많은 정원에 나와 동물 친구들이 함께 즐겁게 노는 장면입니다”
“저는 계절을 표현해봤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원은 다르지만 모두 예쁜 모습으로 변하니까요. 봄은 나무 곁에 있는 모습, 여름은 친구들과 강아지풀로 수염 만드는 놀이를 했던 모습, 가을은 단풍잎이 개울가에 떠내려가는 모습, 겨울은 눈 내리는 날의 모습입니다”
“우리 동네 대장천 생태습지의 모습입니다. 오리들이 가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해돋이의 나무’입니다. 해가 뜨는 이른 아침에 정원 벤치에 앉아 해돋이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동화책 1권을 가지고 오거나 김밥을 싸 소풍을 가기에도 좋은 장소입니다”
학생들이 만든 ‘나만의 정원 액자’ / 중부대 원격대학원 정원문화산업학과 제공
6회차 수업에서는 냉이초, 라벤더, 미니퐁퐁, 쑥열매부쉬, 열매유카리, 장미, 페페부쉬. 어디선가 스쳐지나갔을 식물의 이름을 알고 특징을 들었다. 그리고 이를 플로랄폼에 꽂아 ‘나만의 화분’을 완성하는 작업을 했다. 화분을 꾸밀 때는 한 방향에서 볼 것인지, 모든 방향에서 볼 것인지에 따라 식물을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제목은 ‘숨겨진 세상’입니다. 코로나19로 맑은 공기와 꽃향기를 맡을 수 없지만, 화분 속에는 자연과 맑은 하늘이 숨겨져 있습니다”
“제 화분의 이름은 ‘감정’입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모든 생명체가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 바구니에 여러 꽃들이 사이좋게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저와 친구들 같아 ‘플라워 프랜드’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어떤 정원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식물을 심고 싶은지, 정원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깊어졌다.
어느새 ‘정원’과 친해져 있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만든 ‘나만의 화분’ / 중부대 원격대학원 정원문화산업학과 제공
- 글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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