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의 정의 및 (사)한국조경학회지 제호개정 토론회

라펜트l나창호l기사입력2009-10-13

1973년에 국가정책적으로 조경 전문분야가 도입된 이래 조경이 담고 있는 함의는 지속적으로 변해왔다. 그리고 지식정보화, 세계화, 그리고 혼성과 융합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는 현시대 조경은 다양한 도전과 변화의 선택지 위에 서있다.

지난 10월 9일 (사)한국조경학회(회장 조세환)는 “조경의 정의 및 한국조경학회지 '제호 개정'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37년의 한국조경 역사에서, 조경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이다.

조세환 회장은 인사말에서 “조경은 단순히 나무 심는 분야로 축소되고 왜곡되어 인식 되고 , 조경이 경관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시행되고(경관법) 있으며, 공원이 법적으로 건축분야의 일이 되고(건축기본법), 도시공원이 숲으로 변형 자리매김 되고 있고(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조경의 본질을 차지하는 환경(생태) 디자인이 조경과는 또 다른 분야로 인식되고, 심지어 일부 학회에서는 조경분야에서 경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까지 듣게되는 등 조경의 정체성에 대해 매우 혼란스럽다”고 하였다. 따라서 “오늘 조경의 정의 및 (사)한국조경학회지 제호 변경에 토론회는 단순한 제호 변경을 넘어 앞으로 조경기본법 제정 등과 맥을 같이하며 근본적으로 조경의 패러다임과 정체성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토론회 개최의 배경과 당위성에 대해 역설하였다. 특히 조경기본법 제정과 관련하여 “조경의 정의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을 통해 후학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지 않는 길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조세환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이날 토론회는 조경의 정의와 관련하여 (재)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 조세환) 조경기본법추진소위원회의 이용훈 위원장과 제호 변경과 관련하여 (사)한국조경학회 학술집행이사 이유직 교수(부산대)의 ‘한국조경학회지 조경 or 랜드케이프 연구’라는 주제 발표가 있었다. 토론회는 (사)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 양홍모 교수(전남대)가 좌장을 맡고, 구본학 교수(상명대), 김남춘 교수(단국대), 김덕삼 교수(경원대), 배정한 교수(서울대) 등이 토론회에 참여하였다.

이용훈 위원장의 발표 요지
이용훈 위원장은 조경의 어원과 사전적 정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주제발표를 시작하였다. 이후 ‘조경의 용어 탄생’에 대해 설명하며 “국내에서 ‘조경-造景’이란 용어는 오휘영 명예교수(한양대)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Landscape Architecture를 조경으로 번역하여 브리핑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도입되었다”고 전했다. 이후 청와대 조경담당 비서관 직제 신설을 비롯하여 한국조경학회의 설립,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경학과 신설 등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조경의 용어적 정착과 확립에 대해 서술하였다.
이어서 이용훈 위원장은 1950년 미국대학사전, 2006년 임승빈 교수(서울대)의 정의, 2006년 ASLA의 정의와 같은 조경의 학술적 정의와 그 변천에 대해 짚어보았다.
행정 법규상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경의 정의에 대해서는 “현역법상 건축법에서만이 조경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으며, 건설산업기본법상 조경공사는 시대와 환경, 그리고 필요성에 따라 그 내용이 바뀌었다”고 말하며, 법령상 조경의 정의와 범위를 명확히 밝혀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용훈 위원장은 조경의 정체성에 대해 ‘조경사회 회보 제59호’에 실린 오휘영 명예교수(환경과 조경 발행인)의 인사말, ‘우리 이름은 조경’에 기재된 내용을 발췌하면서 “우리의 명칭인 ‘조경’의 유지는 장기적으로 분야의 고유영역과 권익을 보존해가는 우리 모두의 의무요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을 통해 밝힘으로써 ‘조경’의 용어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역설하였다. 한국조경학회지의 제호에 대해서는 한자를 반드시 첨가하여 국어, 영어, 한자 모두를 병기하는 것을 제안했다.


▲ 이용훈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조경기본법추진소 위원회 위원장

이유직 교수의 발표 요지
이유직 교수는 학회 회장단 및 집행부 자체 의견 수렴 결과 나타난 두 개의 제호 대안을 중심으로, "<한국조경학회지 조경  or 한국조경학회지 랜드스케이프 연구>”라는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이유직 교수는 건축분야 일각에서 사용하고 있는 <랜드스케이프 건축-Landscape Architecture-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전자의 질문에 대해 “건축분야에서 건축물 외부환경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고, 건축의 공공성에 관심을 가지게 됨으로써 본 용어가 등장하였다”고 그 배경을 설명하였다. 이어서 건축분야에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담론 속에서 이루어진 조경적 성과에 대해 모호한 호도를 하며 “랜드스케이프 건축”을 부각시켰다고 전하며, 이는 조경의 무지, 또는 무시에서 이루어진 행위라고 강조하며 외부로 향해 조경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Landscape Planning에 대한 해석에서는 이를 조경계획이란 번역으로 이루어졌던 그동안의 해석에 대해 “부분영역의 독립화로 조경학 본연의 내용적 층위가 옅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하였다. 더불어 “통합적 시각(경관・과학・예술을 아우르는)에 대한 순발력을 길러야 한다”며 복합적 함의를 가지고 랜드스케이프(Landscape)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조경학회지 조경>-이미 학문적 용어로 정착되었으며,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용어로서 조경을 제호로 사용하여 용어정착의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1안으로서 <한국조경학회지: 조경>을 제안했다.
<한국조경학회지 랜드스케이프 연구>-Landscape는 어원상 표피, 외관을 의미하는 Landskip과 기반, 생태, 환경 등을 의미하는 Landshaft 모두를 의미하고 있다. 현재 조경이 다루는 경관계획 및 환경생태계획 등을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용어로서 Landscape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전하며 <랜드스케이프 연구>를 2안으로 제시했다.


▲이유직 교수(부산대)

종합토론
배정한 교수(서울대) “Landscape의 지속성에 대해 논의하자”
정체성은 우리가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인정했을 때 비로소 정립될 수 있는 생성물이다.
랜드스케이프 건축은 건축이 Landscape를 고려하며 생긴 하나의 패션경향으로 볼 수 있다. 과거 80년대 조경건축, 경관건축이라 했던 적이 있다. 랜드스케이프 건축도 하나의 경향으로서 정체성 부문과 크게 상관이 없을 듯하다.
현재 건축, 산림분야에서 기존 조경이 자임했던 분야에 손을 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잠식하고, 빼앗긴다는 생각은 패배주의적인 발상이다. 오히려 경쟁을 하고, 우리 조경이 어떻게 더 잘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제호에 있어 학회지 제호를 조경이라 한다면 기존 학회지 명칭을 간략화 시키는 정도로 비추어질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표피와 인프라 모두를 아우르는 Landscape의 사용은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Landscape가 한글로서 적절한 해석이 없다는 것, 그리고 Landscape라는 용어가 얼마나 지속성이 있는 용어가 될 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생긴다.


▲배정한 교수(서울대)

김남춘 교수(단국대) “국토조경연구, 조경의 함의와 진취성 담고 있다”
각종 설계, 계획 등이 조경이란 단어를 중심으로 쓰여지고 있다. 조경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Landcape가 담고 있는 함의적인 의미발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 Landcape라는 의미 해석이 ‘경관, 경치’인 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용어상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러나 제호변경에 대한 취지에는 동감하며, 조경이 차용된 다른 단어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국토조경연구>란 제호는 어떨까? 여타 학회지의 제호를 보더라도 국토라는 단어의 적용은 파급력이 있으며, 의미상으로도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남춘 교수(단국대)

김덕삼 교수(경원대) “오히려 조경의 의미에 대해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가늠하고 학회지의 명칭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조경의 정의 설정에 관해서도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고유영역을 명문화 시킬 필요가 있다. 인접분야의 흡수에 대해선 우리분야만의 전문성을 키워나가면 되는 것이다.
학문에서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분류체계상 조경은 농림수산식품계열로 속해 있다. 업역과 학문이 각기 다른 분류에 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경이 지향하는 중심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조경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그 용어를 그대로 끌고 나가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김덕삼 교수(경원대)

구본학 교수(상명대) “미래와 생태성 적용가능한 Landscape 적용 제안”
조경의 정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조경의 범위를 현재에 국한시키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부문까지도 담도록 해야 한다. 즉 조경의 학문적, 실질적 범위가 첫째이고, 조경이 가진 미래지향적인 방향, 그리고 마지막으로 융복합적 성격까지도 조경이 아울러야 한다.
따라서 Landscape 연구는 조경이 가진 폭넓은 스펙트럼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제호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Landscape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바뀌도록 노력해야 하며, 현재 조경만의 특장점으로 부각되는 생태성을 강조해야 한다.


▲구본학 교수(상명대)

질의응답 시간
플로어에서도 다양한 질문과 의견이 개진되어 토론장의 열기를 더하였다. 김윤제 부회장(씨토포스)은 “치명적인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조경이란 단어를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김학범 명예회장((사)한국조경학회) 또한 “학회지의 제호는 전통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전하며 이와 더불어 “오히려 조경의 울타리 속에서 세부학문을 성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도 전했다.
종합토론의 좌장인 양홍모 수석부회장은 “실제 Landscape가지고 있는 의미는 단순 표피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만이 부각되고 있다. 학회지 제호 변경에 있어 외부의 인식과 생각도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제 부회장(씨토포스)



조세환 한국조경학회장 “비전이란 기존의 것을 토대로 더 좋은 것을 지향하는 것”
질의응답 시간에 이어 마지막으로 조세환 회장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조경의 정체성을 모색하는데 의미가 있는 토론회였다”고 소감을 말하였다. “다만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Landscape Architecture에서 Architecture는 설계(디자인)의 의미이지 건축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조경은 랜드스케이프를 디자인하는 고유의 학문적 성격을 벗어나 건축의 연장선상에서 조경의 의미가 호도되고 변질되는 것을 막고, 또 기존에 선배들이 마련해 놓은 기틀 위에서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자리라는 점을 숙지하였으면 좋겠다. 비전이란 기존의 의미에서 좋은 것을 더함으로써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오는 10월 23일 (사)한국조경학회 임시총회 때 이사회를 통해 학회지 제호 변경에 대해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나창호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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