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생태경관보전지역, 자치단체의 공사발주로 대규모 환경훼손 발생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정선군이 공사발주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4-06-14


돌망태 옹벽공사로 수령 50~60년생의 비술나무 군락이 훼손됐다. 비술나무 군락은 인근 전원주택의 강변 전망을 가리고 있어 ‘국가 예산으로 개인주택 정원 공사를 대행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공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제장마을) 산158번지 일원인 동강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대규모의 환경훼손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지난 6월 6일, 동강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에서 골재채취와 벌목 그리고 불법 도로 가설 및 확장을 확인하고 원주지방환경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훼손된 구간은 지난 2002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동강의 하상에 해당된다. 신고를 접수한 원주지방환경청은 현장에 출동해 불법 공사에 대한 중지 명령을 내렸다.

 

동강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에서 벌어진 불법 공사는 정선군이 발주한 ‘국가하천(한강-덕천지구) 유지 보수 사업’으로, 유한회사 태○개발이 수주해 지난 5월 31일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는 강가 경사면에 약 1,100㎡에 돌망태 옹벽 설치를 위한 벌목과 골재채취 등이 주된 내용이다.

 

문제는 돌망태 옹벽 설치 지역을 비롯한 벌목과 골재채취가 이뤄지는 지역이 모두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 구간이다.

 

이에 대해 정선군 관계자는 최근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공사가 불가능한 지역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공사를 허가했다”며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또한 원주지방환경청과 관련 규정에 따른 별도의 협의조차 생략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규를 위반한 이번 공사로 동강의 자갈톱 약 4,600㎡ 면적이 돌망태 옹벽 설치를 위한 골재채취로 인해 훼손됐다. 돌망태 옹벽이 설치되는 경사면은 약 1,100㎡로, 50~60년 수령의 비술나무 군락이 자연제방을 형성한 지역이다. 하지만 옹벽 공사로 비술나무 수십 그루가 잘려나갔다. 현장에서 확인한 잘려진 비술나무는 지름 60~70㎝에 이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공사 구간 중장비 진입을 위해 간이 도로를 확장하면서 강변 350여m 구간의 식생을 훼손했다. 자갈톱을 쓸어 담아 현장으로 운반하기 위해 160여m 거리에 폭 2m의 불법 도로를 가설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훼손된 동강의 모습은 처참한 상황이다. 제장마을 동강은 직경 50~80㎝에 이르는 강돌로 빼곡히 뒤덮인 강변이었기에 차량접근은 불가능하고 걷기조차 어려운 곳이었다. 하지만 골재채취를 위해 불도저로 밀어 휑해진 강가에는 차박 캠핑이 이뤄지고 있었다.

 

돌망태 옹벽이 설치된 지역도 근처 전원주택과 인접한 위치라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다. 정선군과 원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옹벽이 설치된 구간에 인접한 전원주택 소유주가 수차례에 걸쳐 수해 예방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수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건축허가를 내준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2018년 지어진 전원주택의 인허가부터 잘못이라는 것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실제 옹벽이 설치된 지역과 전원주택의 입지를 보면, 국가 예산을 들여 개인주택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심이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 내부에서 보기에 강줄기를 가렸던 비술나무 군락을 제거해 시야를 터줬고, 운치 있는 풍경을 위해 수형이 좋은 소나무 두 그루와 비술나무 한 그루만 남겨둔 상태였다”고 전했다.

 

박도훈 국장은 “국가 예산으로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훼손해서 개인주택 정원 공사를 대행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라고 꼬집으며, “즉각적인 원상복구와 책임자에 대한 고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자연환경보전법 제15조’의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의 행위제한 등’에 따르면 ‘식생 훼손’과 ‘토석 채취’ 등 보전지역 내의 생태와 경관을 훼손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동강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에서 벌어진 불법 공사는 국내 최대의 강변 할미꽃 자생지도 훼손했다.

 

제장마을 강변에 서식하는 할미꽃은 산의 묘소 주변에서 자라는 개체와 달리 홍수기 침수되는 하중도 자갈과 모래톱에 서식한다. 2022년 현장 조사에서 최대 10년 이상 자란 할미꽃으로 1,900여 포기가 확인됐다.

 

서식지 면적 19,754㎡에 밀집 또는 산개해서 자생하는데, 할미꽃 자생지로는 국내 최대 군락으로 알려졌다. 제장마을 강변 할미꽃 자생지는 일반적인 할미꽃과 달리 한 개체의 높이가 60㎝에 이르는 우량종이다. 지름 60~70㎝의 크기로 무리를 지어 서식하는데, 한 개체가 많게는 70여 송이의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룬다.

 

이번 공사로 골재채취가 이뤄진 자갈톱에 서식하는 할미꽃 자생지 약 3,400㎡가 훼손됐고, 훼손된 지역은 밀집 서식지이기에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 불법 도로 가설로 훼손된 할미꽃 군락지까지 합하면 훼손 면적은 더 커질 전망이다. 

 

동강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에 골재채취(좌측)로 훼손된 하상부터 공사 현장(좌측)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가설됐다.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공

 

하상의 골재채취로 빈터가 된 강가에는 차량을 이용한 캠핑이 이뤄지고 있다.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공

 

골재채취로 사라진 강변 할미꽃 서식지의 지난 4월 풍경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공

 

도로 가설로 훼손되기 전인 지난 4월, 할미꽃 밀집 서식지에서 강변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다.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공

 

도로 가설로 훼손된 후의 할미꽃 밀집 서식지에 차량의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다.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공 

 

 

동강 생태경관보전지역에 서식하는 할미꽃은 한 개체에 많게는 70여 송이의 꽃을 피운다.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공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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