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조경가에게, ‘조경가로 산다는 것’

이애란 상무(㈜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와의 대화
라펜트l박우진 통신원l기사입력2013-03-13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의 이애란 상무는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의 조경 전공수업에서 조경설계에 대한 전반적 과정을 강의하였다. 학교에서만 조경을 접했던 좁은 시야의 학생들에게 생소한 실제 현장에서의 해프닝, 설계과정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에피소드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경험이기도 하였다. 

 

그녀는 ‘세종시 중앙행정타운 마스터플랜 국제공모에서 작품이 당선되며, 한국 설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애란 상무(㈜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박우진(이하 박)-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학기, 조경수업은 학생들에게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애란(이하 이)- 지난 학기 모두가 참 많은 고생을 하였는데, 다행히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하니 저도 뿌듯합니다.

 

학창 시절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 사실 조경학과를 지원하기까지는 큰 고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과학생이었기에 이과공부를 하였고, 부모님의 권유로 자연스럽게 성균관대 조경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학부시절에는 전공공부에 전념하기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3학년 무렵 진로에 확신이 생겼고, 열심히 조경을 공부하였습니다. 유학까지 생각했었지만, 결국 자대 대학원으로 진학하였습니다.

 

- 학생시절을 지나 사회로 나오는 과정은 어떠했습니까?

 

- 대학원 2년 동안 정말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설계에 대한 기초를 탄탄히 다졌습니다. 힘들 때도 많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공부였기 때문에, 2년 내내 열정적으로 살았습니다.

 

졸업한 뒤에는 정림건축에 입사했습니다. 당시에도 취직은 어려웠지만 취직을 잘 할 수 있었던 건 대학원 생활 내내 열심히 산 나에게 주는 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그리고 지금은 해안건축에서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 수업에서도 강조했지만, 치열하게 살다 보면 보답은 저절로 오는 것 같습니다.

 

- 조경이란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까?

 

- 저는 조경이 자연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창조를 하고 디자인을 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사회가 발전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경계도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이 둘이 소통하거나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매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종시 중앙행정타운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당선작 'FLAT, LINK, ZERO CITY'

 

- 항상 중시하는 조경인의 자세가 있습니까?

 

- 저는 설계 프로세스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비우고,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어떤 점을 본받아야 하는지 공부합니다.

 

그리고 일과 관련된 제 주변 사람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일을 할 때에는 개인과 개인간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소통에 있어서 상대방을 기억해주고 존중해주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자신의 일에 있어서의 열정입니다.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정을 느끼기 때문에 일을 할 때에 프로젝트의 완성도와 진행이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경은 다른 분야보다 열정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건축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굉장한 자부심 가지고, 온 몸을 던져서 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경인들이 함께 뭉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교류하다 보면 조경시장이 활성화될 텐데, 그것이 참 아쉽습니다.

 

- 마지막으로 조경을 공부하는 제 또래의 조경학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학교에서 강의하며 느끼는 점인데, 시대가 갈수록 학생들이 점점 나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을 때 에너지가 얼마나 값진지 아직 잘 이해되지 않아서 일 것입니다. 한 순간 한 순간이 얼마나 귀중한 시간인지 빨리 깨우치길 바랍니다.

 

현재의 시간들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설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상대평가라는 기준 때문에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설계하며 하나하나 창조해 가는 그 자체에서 기쁨을 느껴야 합니다. 설계를 즐기면서 하다 보면, 자연히 좋은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세대보다 더 흐름이나 변화를 읽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작년 조경시장이 주춤했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처하려면,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 필수적입니다. 어느 분야나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피라미드 같은 구조입니다. 학부시절 때부터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생활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메신저에 있는 자녀 사진있었는데, 혹시 자녀에게 조경일을 하라고 권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웃음)?

 

사실 조경분야가 많이 힘들기 때문에 우리 아이에게 조경을 강요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강조했던 흐름과 변화에 유연한 사람으로 키우려는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글로벌하게, 넓은 시각으로.

글·사진 _ 박우진 통신원  ·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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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krwooji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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