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수공간이 전하는 정서는 무엇인가?

그림 그리는 조경가_3회
라펜트l정정수 소장l기사입력2013-03-07

 

모든 생물은 물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지구가 물 때문에 녹색별임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생명이 시작되는 모든 것은 물이 있는 곳에서부터 출발한다.

인간은 생명을 얻기 위해 수정착상 후 10개월을 어머니 몸 속 양수에서 살면서 폐가 아닌 피부로 호흡을 한다. 인체 감각기관인 피부가 최초로 만난 것이 물이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 물속에서의 삶을 기억해서 일까? 물은 인간 모두에게 감성적 접근을 희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가 위치한 곳의 대부분이 바닷가에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국내 휴양지도 바닷가 혹은 호수나 계곡 등 수공간을 포함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문명의 발상지인 강의 하류나 도시의 중심을 흐르는 강, 격랑의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고요한 호수, 급격히 흐르는 계곡, 굉음을 토하는 폭포'

 

이를 막론하고 물이 있는 장소라면 누구나 편안함은 물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치유를 위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지역이 좋은 장소로 알려지기 시작하면 점점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게 된다. 관광객의 수요를 위해 편의시설 또는 현지주민들의 경제를 위한 시설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다시는 찾아오고 싶지 않은 장소로 전락하게 만드는데 앞장서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저지른 것이 잘못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안타깝다. 그래도 관광객은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명소의 자격은 잃어버리게 된다.



세계적인 휴양지 베스트 20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관광지의 배경이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의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숙박이나 식사 등의 목적으로 머물게 되면 인위적인 공간의 창을 보게된다. 그 사이로 보여지는 풍경이 자연 그 자체일 때 아름답다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으므로 명소로서 각광 받을 수 있다.

 

물론 그 공간에 배치된 건축물 또한 기계적이기 보다는 인간적인 구조를 가진 형태라면 원시적 자연과 좋은 어울림으로 전해올 것이고, 모두의 가슴 깊은 곳까지 감동을 전해주게 될 것이다.

 

 
아파트와 주변산세는 단절된 경계를 만들기 보다는 연결시키는데 주력했다. 마치 숲 속 빈자리에 아파트를 꽂아 넣어 세운 것 같은 공간이 조경으로 연출된 래미안금광초심원이다. 완공 몇 일전에 촬영한 것으로 화면 속에 아직 치워지지 않은 전깃줄이 보인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공간을 재창조하는 사람들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골프를 예로 든다면 욕심을 버리고 힘을 빼야지만 더 높은 단계에 도약할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힘을 빼는 내공을 갖기까지는 과정이라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공을 갖추지 사람들을 말리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이와 같은 행동을 말리지 못했을 때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장소들은 하나둘씩 늘어나게 된다.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란 생각을 갖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래미안금광초심원의 현장사진과 드로잉으로 현장주변 환경을 우선적으로 배려했다는 인식을 갖기에 충분하.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던 연꽃

수공간의 구성요소에 대해서는 많은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찾아볼 수 있는 자료들을 예시하기 보다는 필자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필자가 시공한 현장사진만으로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다.

 

시공의 예는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창의적 시설물과 조경공간을 연출한 것으로 어디에나 있는 것이라던가, 쉽게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지나온 삶을 들여다보면, 자연을 대상으로 한 사진 찍기를 광적으로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물가에서 연꽃을 몇 장 찍은 후 구체적인 형태를 찾기 위해 좀 더 가까이에서 촬영하고 싶었지만 물과 수변의 늪은 나를 연꽃 가까이 인도하기를 거부했다.

 

수생식물을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싶었던 마음이 아래 사진과 같이 관람자를 수면위로 인도하는 수공간을 연출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수면과 일치하는 높이의 데크는 수면보다 높게 시공된 일반적인 데크에 비해 오히려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한다. 물론 난간을 설치하지 않음으로서 물위를 걷는 듯한 신비로움과 함께 조경공간과 가깝게 접하므로 특별한 수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현상을 위해서는 데크보다 높아지는 수면상태는 모든 면에서 불편함을 초래하므로 수면 높이를 데크와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배수시설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우리에게 있어서 경험이란 시각을 통해 보았거나, 실패 또는 성공한 체험이 대부분이겠지만 실패도 성공도 아닌 이루지 못한 생각 속의 경험을 중요시 할 필요성이 있다.

 

이것들을 잊어버리지 말고 생각 속 어딘가에 남겨두고 열쇠를 꽂아 놓으면 필요할 때 언젠가는 열린다. 이렇듯 잠겨 있다가 열린 생각이 만들어낸 것은 물속 연의 뿌리가 설계자가 의도한 넓이 이상으로 번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물속에 펜스를 설치한 후 연을 식재함으로써 연이 연못을 장악하는 것을 1차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게 했다.

 

또한 수면과 일치하는 높이에 설치된 데크 위를 걸어서 연못 한 가운데에 조성된 연꽃의 숲 가운데로 관람자를 인도하게 한다.

 



수면 위를 걷듯이 연잎 숲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관람자를 인도한다. 일반적으로 수면보다 높게 설치된 데크에 난간을 설치하는 것 보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우리나라는 마음만 먹으면 바닷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나라이다. 동해안과 서해안은 여행객의 취향에 따라 선택되기도 하지만 두 곳은 각각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동해는 바라보는 바다이고 서해는 가까이에서 바다와 관련된 여러 가지를 체험하기에 적합한 장점을 갖고 있다.  

 

모든 조경공간도 이와 마찬가지겠지만, 수공간 역시 바라보기만 하는 공간에 비해 관람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형태를 갖추는 것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난간이 설치돼있지 않은 데크를 수면높이로 설치해 관람자를 연못가운데 연꽃의 숲으로 인도하려 배려했다. 호수 한 편에 제방을 쌓고 다리를 설치하여 그 위를 걷는 사람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또 다른 사람의 시선을 고려했다. 호수를 배경으로 한 그림이 전달되게 하려는 설계자의 의도는 서해 바다가 가지는 장점처럼, 조경공간 안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할 때 완성된 조경으로 보여 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리를 놓기 위해 쌓은 제방이 호수를 둘로 나누게 한 것은 그늘진 곳과 빛을 잘 받는 곳의 물 온도를 각각 다르게 하려는 의도이다. 다리 밑을 통해 물이 연결되게 한 것은 다른 온도를 같게 하기 위함이며, 물이 섞이면서 움직이게 하려는 의도에서 만든 것이다.

 

이것은 우리 선조들이 방지에 설치한 가산에서 착안한 것이다. 가산에 의해 빛을 받지 못하고 있는 곳의 물 온도와 빛을 직접 받는 곳의 물 온도차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물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곳 연못은(연꽃이 있으면 연못이라 하고, 연꽃이 없으면 그냥 못이라 부른다.) 군사정권시설 군부대에서 골재를 채취해가고 몇 십 년 방치하는 동안 물이 고여 있던 곳 이었다. 2002년 시공에 참여해 주신 분들의 노력과 필자에 의해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장소이다. 빛이 정자에 비춰지기 시작할 때 새벽 물안개가 신비로움을 연출한다.

 

이같은 처리는 수공간의 물을 살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은 너무 커다란 것을 확인하지 못한다. 너무 작은 것 또한 볼 수 없는 것같이 움직임이 많이 느리다면 그 움직임 또한 눈으로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미술활동을 하는데 꼭 필요한 것으로 시지각(視知覺)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말의 뜻을 보면 보인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지각으로 느낄 수 있는 현상들을 보이는 것과 같이 느낄 수 있게 된 눈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멈춰있는 수공간에서 물의 흐름을 볼 수 있게 된다.

 


   우물   암거      수련   데크   폭포                                    

언제나 수면위에 보이는 것만 알고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물속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그 밑 땅속의 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설계되어야 한다.

 

수공간에 방부목 사용에 대한 자제

관람자를 수공간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관찰데크이다. 이 데크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하는 자재가 방부목이다. 여기에 사용된 방부제의 재료가 비소인 것을 감안할 때 수공간에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물론 어린이를 비롯한 노약자가 사용하는 시설물에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2007년 하반기부터 CCA(크롬, 구리, 비소화합물)로 처리한 방부목 생산이 금지되어 좀 더 친환경적으로 개선된 것이 있지만 개선된 만큼 비용이 높아져 선택하여 사용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목재가 직접적으로 습기에 노출되지 않으면 반석위에 올려놓은 절집 기둥과 같이 몇 백 년도 보존이 가능하다. 목재가 부식되는 것은 물속에 잠겼다가, 햇빛에 노출되는 횟수가 반복될 때 부식이 빨라진다. , 물속에만 있거나 물 밖에만 있다면 부식의 속도를 상당부분 줄일 수가 있다.

 

제일 처음 사진에서 보는 수면위의 데크는 방부목을 사용하지 않고 소나무를 켜서 아무런 방부처리를 하지 않은 채로 사용한 것이다. 유지보수를 목적으로 반영구적인 스테인리스 스틸 등의 자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자재들은 자연의 풍광과 어울리지 못 할 때가 더 많다.

 

가능하면 자연에서 얻어진 상태로 크게 변형되지 않은 친환경적인 자재를 사용하고 후일 보수하려는 생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방부목이 아닌 일반적인 나무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수성스테인을 권하고 싶다.

 

자연으로부터 얻는 교훈을 조경계획에 반영한다면 비록 더불어 머무는 인위적 공간을 만든다 해도 자연과 함께 할 때도 이질감 없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곳이 세계적 명소는 아니더라도 현장의 아름다움을 영상에 담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감독은 물론 카메라 감독 등의 눈에 점지 될 것이며 그들이 제작한 매체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이곳을 향하기 위해 길을 돌아섰을 때 보여 지는 구도는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이 뇌리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 다리 좌우로 나무그늘에 의해 물의 온도가 다르게 되어 흐름을 만든다.

연재필자 _ 정정수 소장  ·  환경조경연구소(한국미술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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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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