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수공간 석재시공에 대한 제안

그림 그리는 조경가_4회
라펜트l정정수 소장l기사입력2013-04-03

계류·벽천·호수 등의 수공간 안정화를 위해 석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방수를 위한 계획도 중요하고방법 또한 다양하지만 여기에서는 미술적(시각적) 관점을 중심으로 이야기 한다.

 

석재 선택 시 유의할 점 중 하나가 색이다. 고궁의 수공간에 사용하는 석재는 밝은 색을 사용한다. 고궁은 자연석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정확한 규격의 기하학적 형태로 가공한 석재를 대부분 사용한다. 이렇게 사용된 돌은 밝은 색이 더 어울리겠지만,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수공간의 대부분은 어두운 색상의 석재가 공간과 조화된다. 그래서 필자는 어두운 색상의 돌을 권하고 싶다.

 

이와 같이 돌의 색상도 중요하지만 항상 눈에 보이는 시공 형태는 더욱 중요하다.

 

변화와 통일 그리고 조화

 

완성된 형태가 서로 조화롭게 보여지면 성공이다. 그러나 조화롭다는 말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아이에 대한 설명부터 먼저해야 할 것 같다.

 

변화란 통일되지 않게 해야만 가능하다. 반대로 통일은 변화되지 않아야 가능하다. 이렇듯 상반되는 내용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 하는 시각적(Visual) 문제가 해결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열쇠 중 하나이다.

 

그러나 세상의 어느 누가 평생 동안 이 문제를 푼다 해도 풀어낸 만큼의 답 그 이상은 찾아질 수 없다는 것이 진실이다. 쉽지 않겠지만 쉬운 문제점부터 차근차근 접근해 보기로 한다.

 


사진 1. 전남 △△공원에서 찍은 사진.(좌)

 

사진 2. 금강래미안 계류(우)

비오고 난 직후 찍은 사진이다. 현무암과 웅천석을 섞어 사용했으며 통일과 변화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이 계류의 밑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평지로 되어있기 때문에 70m의 계류에 물이 흐를 수 있는 각도가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결했을까? 생각해 보거나 답사해 보면 어떨까? 이곳은 시공이 끝난 현장이고 수많은 관계자들이 답사하는 현장이다.

 

<사진1><사진2>의 차이점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다. 모든 것에 느낌은 갖겠지만 왜 그렇게 느껴지는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 제시에 그치지 않고, 해결점까지 제시하는 것이 된다.

 

미리 밝히지만 차이는 생각이 다르다는 것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예산의 차이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늘 해오던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발전의 여지는 없다. 발전을 원한다면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사진1>을 만든 사람은 이것이 최선이었기에 자신의 것에 80~90점의 점수를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더 나은 것을 보고나면 서로를 비교하게 되고 누군가는 자기의 점수가 그만 못하다고 반성할 것이다.

 

<사진1>은 돌의 선택과정에서 크기의 변화를 생각하지 못했다. 채석장에서는 사용자의 편리를 위해 2,3,4,5목 등 크기를 정해 분류해 놓는데 사용자들이 주문할 때에는 2~3, 또는 3~4목 크기로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목은 건설장비가 없을 때 사람이 목도의 방법으로 들 수 있는 돌의 크기를 말한다. 예를 들어 4목은 4명이 들 수 있는 크기의 돌이다.)

 

이렇게 주문된 돌 중에서 오직 3개만 사용한다고 가정한다면, 이 속에서 변화가 있다고 해도 무방하겠으나, 10개가 넘는 수십 개를 사용한다면 변화가 있다기보다는 통일됐다고 보아야 한다.

 

<사진1>의 돌은 호박돌이 크거나 작아도 혹은 조약돌이 크던 작던 호박돌과 조약돌이라는 두 종류가 선택됐다는 변화 이외에는 모두가 통일된 것이다. 형태 또한 모난 부분 없이 둥글게 마모된 모습으로 통일되어 있다.

 

물에 있는 돌이 물에 의해 마모된 둥근 것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문이 든다면, 그 생각도 맞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것 자체도 변화 없이 통일만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물길 또한 도로에 경계석을 놓듯이 직선으로 시공되어 있어서 변화를 찾기가 어렵다.

 

이러한 형태는 앞서 언급한 고궁의 수공간(세공된 돌로 물길을 만든)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사진2>에 사용된 돌의 크기와 형태는 <사진1>과 비교해 변화가 있다. 물길 또한 최초에 직선으로 설계된 형태 내에서 직선이 아닌 것 같이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변화와 통일이 함께 있어야 조화롭다면 50%씩 사용하면 되는 것아니냐?”라는 물음이라면 그렇지 않다.”

 

각각 50%씩 이라면 이러한 배분 자체가 변화가 없는 것이기에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조화로운 예를 건축에서 찾아본다면 서울의 명동성당. 아산 공세리성당, 전주 전동성당 등 오래된 성당 건물을 떠올려 보자.

 

먼저 붉은 벽돌이 떠오를 것이다. 만약 기억이 안 나거나, 이들을 모른다고 하면, 내가 살고 있는 주변 건축물과 주요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건축전공이 아니라도 거주하는 공간에 대한 관심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들 성당은 대리석 또는 화강암을 골조와 창틀에 사용하고 기둥이 아닌 벽에 붉은 벽돌을 사용함으로써 건물의 구조를 위한 기능에 따라 재료 사용에 대한 변화를 꾀했다.

 

또 건물의 특성상 직선이 많으므로 출입문, 창문 등에 아치와 지붕의 돔이 갖는 곡선을 추가해서 변화를 추구하려 했던 건축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요즈음 현대 건축에 붉은 벽돌만으로 외벽을 쌓는 경우가 있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골조와 벽체는 그 기능을 보여주지 못한 채 벽돌 속에 감추어져 통일만 보이는 우를 범하고 있다.

 

모든 것에 장단점이 있겠지만 오래된 성당을 예로 든 것이 변화와 통일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설명으로 도움이 됐으면 한다.

 

<사진2>의 계류에 사용된 석재는 어두운색의 현무암과 웅천석을 섞어서 사용했다. 현무암은 벽초지와 래미안금광에 사용한 후 호평을 받으면서 석재 가격이 3배 이상 상승했다. 웅천석은 웅천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근래 행정구역이 바뀌면서 보령석이라는 명칭을 쓰기도 한다.

 

현무암은 우리나라에는 3곳의 산지가 있다. 한 곳은 백두산(중국 쪽에서는 장백산으로 불리우며 이곳에서 자연석 상태로의 현무암이 수입되고 있지만 크기가 매우 작다)이고, 다른 한 곳은 한라산, 즉 제주도(가공석만 반출되고 자연석 반출은 불법이다.)이다. 남은 한 곳은 밝힐 수 없고 독자들 스스로 찾기를 권하고 싶다.

 


사진3. 충남의 OO리조트로 석재 주문방식, 종류선택, 쌓기방식(들여쌓기), 석재사이에 철쭉심기 등으로 인해 변화를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런 시공방법은 권하고 싶지 않다.

 

물과 돌의 생태적 조화

수공간에 사용되는 석재의 질감 또한 중요하다. 적어도 이끼가 붙어 자랄 수 있는 질감의 돌이 필요하다. 2회에서 생태는 연결고리라고 언급했듯 생태환경을 위한 연결은 다른 곳에 비해 수공간에서는 절대적이다. 물은 생명을 키우고, 그렇게 키워진 식물들은 물을 정화한다.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갯벌과 호수나, 강을 땅과 연결하는 습지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 수많은 생명을 키우는 생명의 보고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년 전쯤 바다의 수평선이 보이지 않아 지평선을 이루는 드넓은 갯벌을 본적이 있다. 바로 그곳이 지금의 새만금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치과의사의 오진으로 인해 30개의 치아 중 15개를 뽑았는데, 문제점이 발생해서 다시 진단을 했다. 그 결과 오진으로 판명이 났는데도 지금까지 15개의 치아를 뽑는데 들어간 비용이 아까우니 남아있는 이를 모두 뽑자고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공사가 중단되지 않고 마무리 될 수 있었던 현장이 바로 새만금이다. 20세기가 지난 지 오래됐는데도 생태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는 구태가 여전하니 참으로 답답하다.

 

작은 돌에도 이끼가 살고 그 틈에 수생식물이나 수변식물들이 자리하고 있을 때 물은 스스로 건강해진다.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 듯 눈에 보이는 깨끗한 것만 추구하지 말고 모두가 함께 살아갈 방법을 선택한다면 그것이 바로 건강한 삶이다.

 


사진4. 이끼 낀 현무암사이 작은 틈새에도 돌에 자생하는 식물들을 식재함은 물론 넓은 틈에는 수변식물을 식재했다. 벽초지에 시공된 계류로 봄·여름·가을 동안 꽃이 피고 지고 또다시 피어나며 겨울에는 눈꽃이 핀다.(좌)

 

사진5.이게 사람이 만든 것 맞아?” 그렇다. 나무심고 돌 쌓는 분들과 함께 만든 것이다. 설계없이 시공된 것이기에 현장을 떠나서는 되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 식사하고 상의하면서,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벽초지 현장으로 이끼 낀 현무암과 강자갈을 사용했다. 꼭 사용하고 싶은 자재를 찾기 위해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인터넷 검색보다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 증거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3년 된 차의 주행거리는 31만㎞를 넘었다. 어떤 이는 3 1천㎞를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우)

 

돌 하나의 선택에도 진정한 의미의 생태가 배려되어야 한다. <사진4><사진5> 그리고 <사진2>에서 보면 생태는 물론 돌 틈까지 섬세한 디테일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디테일이 없다면 생태의 연결고리는 끊어진 것과 같기 때문이다.

 

자연 스스로 연결을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만드는 사람이 크게 힘을 보태는 것이 조경인의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변화와 통일에 의한 조화는 비단 석재 사용뿐 만 아니라 모든 조경 공간에서 유용하며, 이런 조경인들이 만들어낸 호수는 하늘을 담고 있는 그릇이 된다.

 


이 그림을 포함한 3장의 스케치로 공사계약이 성립됐다.(좌)

사진6. 그림에서 의도하는 것과 같이 어머니가 아이들의 물놀이를 지켜보고 있다. 조경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 속에서 함께 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우)

연재필자 _ 정정수 소장  ·  환경조경연구소(한국미술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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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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