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정원_ 네 번째 정원: 우리와 우리 도시의 경작본능(上)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_1회
라펜트l안명준 조경비평가, 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3-01-11

경공환장(景空環場):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글_안명준 조경비평가

 

01정원_ 네 번째 정원: 우리와 우리 도시의 경작본능(上)

 

언어에는 생각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 ‘정원에도 그것은 당연하다. 특히 정원은 삶의 본질적 측면과 닿아있어 다양한 생각들이 녹아 있으며, 시대에 따라 당대가 요청하는 것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시대 정원은 그렇다면 어떤 것을 내세우고 있을까? 정원이란 언어의 나이테, 개념의 나이테를 먼저 살펴보면서 우리시대 정원을 재설정 해보자.

 

정원의 시작

 

인류문명에서 파밍(Farming)과 가드닝(Gardening)은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본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가드닝이 먼저 있은 후 파밍이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파밍과 가드닝이 동시에 인류를 유목 동물에서 정착 동물로 진화시키는데 작용한 것은 의심할 수 없다. 학자에 따라서는 가드닝이 파밍보다 정착생활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자, 수렵과 채집으로 배를 불리고나면 무엇을 하게 되는지. 아마도 고된 싸움 후 양지바른 곳에 앉아 쉬는게 먼저였을 것이다. 소일거리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이 발달하지 않았던 인류 초기에는 아마도 땅에 그림을 그리거나 동료들과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다가 돌과 나뭇가지 등을 모아놓고 저만의 소일거리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모아놓은 자연물 중에서 꽃이 되고 씨앗이 되는 것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인류가 자연물을 이용하기 시작하고 사람의 생각과 요구가 반영되면서 정원은 시작된 것이다.

 

정원의 뿌리는 현대에도 확인할 수 있는데 다이애나 발모리와 마가릿 머튼은 홈리스들의 가드닝(Ghetto Garden)을 보고 본능과 닿아있는 정원의 측면을 보고한 적이 있다. 먹고 살아야 하는 선택 불가한 본능이 아니라 그것과는 다른 본능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야에 따라서는 이러한 생존과 상관 없는 일에 몰두하는 인간의 본성을경작본능이라 따로 부르기도 한다.

 

시작이야 어찌되었든 한 곳에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초기 인류는 자연물을 이용하는데 적극적이었고 나아가 자연물을 활용하는데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이용에서 활용으로의 확장에는 많은 변화가 동반되는데 그것들을 통틀어 우리는 문화(cultivation)라고 부른다. 이용과 활용으로 생존에 써야할 시간이 줄어들면서 여유 시간과 생각은 더욱 풍부해졌을 것이고, 그때부터 인류는 역사시대(문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리라.

 

상상으로 시작한 정원의 본류 살펴보기였지만 상상이라기 보다는 가상(virtual reality)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증명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는 상상이기 때문이다. 또한채마밭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조경가 질 클레망의 지적은 앞의 상상에 충분한 근거를 주기도 한다. 그의 생각은 필자의 생각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먹고 살아야 하는 선택 불가한 본능이 아니라 그것과는 다른 본능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분야에 따라서는 이러한 생존과 상관 없는 일에 몰두하는 인간의 본성을경작본능이라 따로 부르기도 한다.”

정원의 본질

 

이처럼 자연물을 활용하면서 인류는 성장하였고, 점차 생각이 문화를 이루고, 마을을 이루며, 지금의 메트로폴리탄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생각이 쌓이자 커지기 시작하였고, 현대에는 생각의 마당이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누비고, 급기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가히 지구 정원이 비좁다 할 만큼 본능 이외의 것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인류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는데, 생각이 매듭지어지면서 개념이 되고, 개념들이 발전하면서 이론이 성장하는 등, 지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정원도 마찬가지로 자연물을 모아놓는 것에서 출발하여, 외부 자연에 대해 한정짓고 따로 두고 즐기는 자연으로 그 초기 모습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정원은 기본적으로 자연이라는 바탕에서 출발하여 사람의 필요에 따라 내외부를 경계지으면서 발달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정원의 원형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원(庭園, 園林, garden(영어), garten(독일어), jardin(프랑스어), jardin(스페인어), giardino(이탈리아어) )은 주변을 둘러싼다(위요)는 의미의 ‘gher(gan)’와 즐긴다, 파라다이스라는 의미의 ‘oden(=eden)’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어휘이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외부 자연으로부터 한정짓고 즐기기(활용하기) 위한 공간이자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황기원의 연구에 따르면 본래의 정원은 1)위요공간으로서 울타리 안의 가사작업을 위한 비건폐지, 2)생산환경으로서 채원, 과수원, 약초원 등의 생산공간, 3)열락장소로서 자연과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공간이자 종교적, 신화적 이상향 등의 원형을 가진다고 한다.

 

우리시대 정원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는 많이 다르고, 훨씬 다양한 활동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으로만 보고 즐기는 자연이 정원의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정원은 한정짓는 울타리가 있다는 점, 그 안에서 자연물을 다루는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문화와 역사가 발전하면서는 이렇게 시작된 정원이 여러 가지로 확장되며 새로운 형태와 이름을 가지게도 되었는데, 채소원(vegetable garden), 약초원(herb garden), 암석원(rock garden), 장미원(rose garden), 조각정원(sculpture garden), 식물원(botanical garden), 풍경식 정원(picturesque garden), 공동체 정원(community garden), 우수정원(rain garden), 옥상정원(roof garden)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원의 역사가 펼쳐지게 된 것이다. 모두 정원이 어떤 식으로 확장되든 하나 같이 자연물을 다룬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계속)

_ 안명준 조경비평가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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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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