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사계2] 2013년 1월 조경 신년모임에서는

2회_역지사지와 아전인수
라펜트l홍태식 소장l기사입력2013-02-07

역지사지(易地思之)_ 입장 바꿔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헤아려 봄

아전인수(我田引水)_ 자기 논으로만 물을 대려는 식으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행동하는 태도

올 겨울에도 무척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다. 3년째 맹추위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A_“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화된다면서 왜 이리 추운거야?”

B_“알려줘? 지구를 둘러싼 온실가스 때문에 북극 빙하가 많이 녹아내려서 찬 공기덩어리가 예전에 비해 더 남쪽으로 내려와서 추워졌다고 설명하던데. 그래서한사온(三寒四溫)이 사라졌다는 거 아냐?”

 

A_서울시내 곳곳에서 이 추운 날씨에 나무를 심고 있더군. 이른 봄에 준공받으려고 굴삭기로 흙 파헤쳐가며 말야. 올해도 엄청나게 하자가 나겠더군. 요샌 1년 내내 더위나 추위에 관계없이 일해야 하나봐.”

B_심으라면 심어야지. 힘없는 조경업자가 방법이 없잖아? 하자보수는 그때 가서 고민해야지. 별 수 있나...”

 

A_올해도 지난 2년처럼 민간주택경기가 바닥이라고 하니, 민간 조경공사도 많이 줄겠지? 이럴 때 관청공사라도 많이 쏟아져 나오면 좋을 텐데.”

B_턱도 없는 소리하지 말게. 새정부 들어서면서 건설분야 예산을 절약해서 복지분야에 쏟아 붓겠다고 하잖아? 앞으로는 건설공사 자체가 점점 더 줄어들 것 같아.”

 

A_작년에 조경기본법이라도 만들어졌으면 이럴 때 최소한의 공공공사 물량이라도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 산림청은 예산이 넘치는지 산림도 아닌 도시에 숲과 정원을 만들겠다고 나서는데 우리는 빈손이니 말이야.”

B_어차피 정부예산은 법률적으로 반드시 해야하는 사업 아니면, 정치인의 관심분야에 쏟아 붓게 되어있는게 현실이지. 한강르네상스사업을 밀어붙이던 오시장이 그립네.”

 

A_작년 연말에 조경40주년 행사가 있었다는데, 화제는 없었나?”

B_한국조경의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을 선정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상을 줬다는데. 당연히 받을 만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아니냐고 수군대는 뒷담화가 넘치더군. 마치 오른손이 주면 왼손이 받듯

 


 

A_올해 연초에도 많은 행사가 있었는데 희망이 보이든가?”

B_말로는 무얼 못하나? 의욕이야 가득차고 넘쳤지.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법을 새로 만들고, 우리 밥그릇을 뺏지 못하게 하고...”

 

A_내부적 통합을 위해 조경관련 학회와 단체의 연대와 교류를 강화하고, 전조련(전국조경학과학생연합)을 부활시켜 지원하고, 전국조경학과장연합과 조경학과동문회연합 등을 신설해 전국조경학과 교수, 학생, 동문이 단합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하던데?”

B_대학 나온 사람들끼리만 하겠다는 발상인가? 그것도 조경학과를 나와야 낄 수 있는 건가? 30년동안 이 바닥에서 나무 키우고 심었던 나 같은 사람은 안 끼워 주는거야? 서울시내 곳곳에 멋진 조경작품을 남긴 조경계 원로들도 조경학과 안 나왔으면 그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없다는 거야? 반대로 조경학과를 졸업해서 보험영업하는 사람들이나 가정에서 살림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활동해야 하는 건가?”

 

A_정작 조경공사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 대부분은 조경학과 졸업생이 아닌데, 그 사람들은 돈만 벌고 시치미 떼고 있으면 되는 거네? 속으로 좋으면서 표정관리 하느라 힘들겠네?”

B_조경인의 통합은 현재 조경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조경계 모두의 이익을 위하여 학문, 계획, 설계, 시공, 자재, 유지관리 등 조경 모든 분야의 힘을 합쳐 업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전방위로 치열한 로비를 해도 토목이나 임업 세력을 못 당하는데. 단순히 조경학과를 앞세워 새롭게 통합을 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했으려고?”

 

A_그나저나 도시농업이나 도시숲같이 전통적으로 조경에서 해오던 사업들을 인접분야에서 야금야금 뺏어가는 것 같아

B_그거야 건설산업을 담당하는 정부부처에서 조차 조경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까 그런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아. 산림청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순천만정원박람회를 준비하면서 정부 각 부처에 협조 요청을 했는데 국토해양부나 환경부 그 어디에서도 자기네 업무분야가 아니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산림청에 예산을 요청하게 되었는데, 법률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니까 수목원법을 개정하여 정원이라는 개념을 넣으려고 했다는 거야. 결국 조경이라는 분야는 정부부처 그 어디에도 자리잡지 못한 채 40년이 흐른거지

 

A_그런데 조경단체 모임에 나가보면 다들 수준이 너무 높은 말만 하는 거 같아. 큰 행사에서 말하는 조경은 조경설계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현장에서 시공하는 사람들이 애타게 기대하는 정책이나 제도개선은 언제쯤 의논을 해볼 수 있는 걸까?”

 

B_작년에는 그동안 억울하게 부담하던 하자보수책임을 일부 개선했고, 올해부터는 가뭄, 홍수 같은 천재지변에 대한 면책조항을 제도화 하겠다고 하던데? 공공공사에서는 혜택을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수직적인 하도급 관행이 만연한 민간공사에서 과연 그러한 제도개선이 먹힐까? 부당한 하자보수 요구를 거절하면 바로 거래 끊으려 할 텐데

 


 

A_아무튼 인접분야의 침탈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우리 조경단체에서는 각종 정보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정보사령탑을 강화할 거라는군. 환경부, 산림청, 농촌진흥청에서 법령 제개정을 통해 조경업역을 침해하려고 하면, 조기에 파악하여 빠른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는 이야기야

B_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떠오르네. 토목이나 도시계획, 원예, 임학, 생태학 분야에서 보면 조경분야가 자기네 영역을 침탈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자기네 밥그릇이 더 크고 예산도 넉넉해서 눈감아줬는데, 새정부 들어서 생태복지나 도시농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어 신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 가만히 두 손 놓고 기다리진 않겠지

 

A_우리 조경편을 들어줄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부족한 게 제일 큰 문제일거야. 19대 국회에 조경학과 출신 국회의원이 탄생했다고 다들 좋아하고 기대가 컸었지. 그렇지만 민주당 청년비례대표로 선출되어 국회의원이 된 이유는 조경분야의 대표성이 아니라, 훌륭한 지역시민사회 운동가 경력이었던 거지. 드디어 조경학과 졸업생 출신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조경학과 나왔으니 당연히 조경을 위해 활동해 줄 거라는 기대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이젠 다들 느끼는 것 같아.”

 

B_조경이라는 분야를 널리 알리고 인식을 좋게 하는 노력도 해야겠지만, 당장 인접분야의 업역 확장으로 인하여 우리 밥그릇을 지키는 것이 위태로운 게 냉엄한 현실이라면, 협업이나 융복합을 통하여 조경업역을 지키고 키워나가는 전략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A_맞는 말이네. 정책사업 이름이 조경이 아니고 녹지, 생태복원, 도시농업이면 무슨 상관일까? 사업을 시행할 때 우리 조경인들이 참여하여,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어 실익을 얻어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고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겠지.”

 

B_그러게. 올해는 우리도 돈 많이 벌어서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먹어야 할 텐데 말이야~”

연재필자 _ 홍태식 소장  ·  청산기술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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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laf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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