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웹툰의 현실배경, 지역사랑에서 출발

강동구 ‘강풀 만화 거리’ 추진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3-08-09

웹툰의 전성시대이다. 최근 직장인의 애환을 바둑과 접목해 큰 반향을 일으킨 윤태호 작가의 미생(未生)’도 그 중 하나다. 이에 앞서 웹툰 전성기를 이끈 결정적 인물이 바로 작가 강풀이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순정만화, 26, 타이밍,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이 있고, 이들 대부분이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탄탄한 구성과 내용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실과 서민들의 삶과 괴리되지 않은 작가의 따뜻한 시선도 인기요소로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 중 상당 수가 현존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무대는 그가 살고 있는 서울 강동구가 되었다.

 

강풀은 “2살 때 강동구로 이사와서 쭉 살고 있어요. 작업실은 성내3동에 있고요. 여기가 익숙하고 또 좋아해서 작품에 많이 담아요. 길동, 천호동, 명일동, 성내동 골목이죠. 이 지역에서 자란 기억들이 제 작품의 소재이고 이야기입니다라며 작품배경에 대해 말했다.

 


벽화시안- 순정만화

 

만화를 통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해온 만화가의 지역사랑에 대해 이번엔 구청과 지역의 주민들이 동참하고 나섰다.

 

강동구(구청장 이해식)가 추진하고 있는 「따뜻한 마을만들기」사업의 하나로 성내2동과 천호3동 지역에강풀 만화 거리를 조성한다. 구는 지난 3월 사업 대상지를 공모해 12곳의 응모지 중 3곳을 따뜻한 마을만들기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도시화로 인해 사라져가는 공동체를 회복하고 개인주의로 삭막해져가는 도시공간에 공존의 삶과 공유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주민들의 공유공간인 골목길에 재미있는 만화로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는 계획이다.

 

조성장소는 도시 인프라가 열악하고 개발이 오랫동안 지연되어온 노후 주거 지역으로 성내2동은 <바보>, <당신의 모든 순간> 등 순정만화 시리즈, 천호3동은 노년층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그대를 사랑합니다> 를 테마로 기획된다.

 

구 관계자는골목길이 거리 미술관으로 볼거리도 풍성해 지면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아져 골목 상권도 살고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도 높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 주도의 일방적 사업방식을 벗어나 주민설명회와 주민참여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쓰레기 문제 등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주민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구는 사업 진행과정을 통해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공동체를 가꾸어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역에 대한 애착심과 만족도 또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저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성내2동 지역이다. 젊은 미술인들로 구성된 핑퐁아트가 강풀 작가의 작품을 마을의 이야기로 녹여내기 위해 두 달 동안 골목골목을 찾아 주민들을 직접 만나면서 마을 구석구석을 답사했다.

 

지난 15일에 2차 주민설명회를 통해 최종시안을 발표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마을 주민 1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작은 음악회를 겸한 주민설명회, 작가 워크숍, 주민참여 예술 프로그램 등 3월간의 준비 작업을 통해 주민의견을 모아 최종안을 마련하고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4일 동안 벽화 작업을 진행한다.

 

지역내 선사고등학교 미술부 학생과 지역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하루 80여명이 작업을 진행한다. 작업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이해식 구청장과 강풀이 현장에 참석해 벽화마무리를 함께할 예정이다.

 

강풀의 '마녀 10화' - 벽화가 그려질 성내2동의 한 골목

한편 강풀이 현재 연재중인 <마녀>의 주된 배경은 성내2동 지역으로 이번에 벽화 작업이 이뤄질 장소가 웹툰를 통해 미리 소개되기도 했다. 이 지역 골목골목 23곳에 강풀의 웹툰이 그려진다.

 

성내2동 강풀 만화 거리는 동선에 따라, 구역의 특성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뉜다. 마을입구에서부터 언덕을 내려와 평지를 만나는 곳까지의 언덕구역, 그리고 중간 큰길을 중심으로 한 평지구역으로 나누어 두가지 컨셉으로 진행한다.

 

마을 입구에서 화려하고 예쁜 색감이지만 의아한 이미지들의 그림과  당신의 모든 순간  바보라는 문구를 보게 된다. 마을에 그려질 벽화들이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바보가 되기를,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이 있어도 소중한 순간순간을 살기를 기대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언덕구역에서는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 고백하고, 춤추고, 이웃과 가족을 만난다. 이곳 벽화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성내동을 만나는 것처럼 등장인물들도, 등장인물이 아닌 누군가들이 서로 섞여 반겨주고 인사한다.

 

평지구역에서는 작품에 등장했던 인물들, 마음을 전하던 장면, 소소하지만 정겨운 문구와 사물들, 쑥스럽게 사랑을 나누는 장면, 우리 이웃 같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벽화시안

 

전체적으로 보면 오래된 동네인 성내동만이 가진 것, 그리고 아쉬운 것들을 벽화를 통해 다시 상기시키고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이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는 그림들로 채워진다.

 

마을 전체에 순정만화 시리즈 네 작품이 골고루 배치되며 작품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닌 공간의 특성과 성내동의 정서를 함께 고민하고 동선에 따라 강약을 두어 편하게 거닐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핑퐁아트 김현민 대표는 최종시안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이 마을의 골목골목에 벽화를 그리게 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랑하고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이 생각나는 따뜻한 성내동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는 성내2동을 시작으로 올해 천호3, 천호2동 등 일반주택 주거지의 골목길 환경을 정감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개선하여 주민들이 소통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따뜻한 마을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도시를 재생하는데 재건축과 같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동네 골목골목에 만화를 그리는 작업을 함께 하면서 이웃과 대화하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심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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