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환경_ 어울려 즐거운 ‘환경’: 분절없는 삶터(上)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_12회
라펜트l안명준 조경비평가, 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3-09-13

우리는 흔히환경이 그 개념에서부터 인간중심적이라는 점을 잊고 산다. 살펴보면친환경이라는 말은친인간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삶터를 건강하게 바꾸고 싶은 모두의 바람이 커지는 만큼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환경은 우리의 판단과 실천을 흐리게 하기도 한다. ‘환경을 다루는 환경이 더 이상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성찰해야 할까?

 

누구를 위한 환경문제인가

한때 회의적 환경주의자들의 데이터를 앞세운 주장이 주목받은 적이 있다. 산업화 이전에 비해서도 공기가 더 맑아지고 있으니 너무 환경주의자들의 우려 섞인 주장에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식이었다. 그 주장의 핵심은 과도한 걱정에 휘말리지 말자는 것이지만, 적절한 기술 개발과 적용으로 환경이 점차 나아지고 있어 걱정할 것 없다는 식의 지나친 낙관주의로 비쳐지며 금세 잊혀지고 말았다. 그것은 우리 지구가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에서 볼 때 분명 파국을 상정해야만 할 때가 되었다는 자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허리케인과 쓰나미는 지구 몸살을 직접적으로 일상에서 접하게 해주기도 하였으니까.

 

누구나 환경을 걱정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보편적 교양처럼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리가 환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기실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은 말 그대로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의미하는데 둘러싸고 있을 뿐이지 스스로 생명을 가지고 진화하는 대상으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환경의 속성을 객관성으로만 보려한다는 점을 흔히 잊기 때문에 나타나는 오해들은 일상적이며친환경은 그 대표적인 수사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환경은 과학적 분석의 방법과 대상으로 주목받으며 현대에 이르러서야 널리 알려지게 된다. 물론 삶터의 주변을 폭넓게 이해하는 관점으로서 환경은 오랜 시간 전문적,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넓은 범위만큼이나 쉽게 다루어지지는 않았던 개념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생활 도구의 진화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발전시켰고 이로 인해 환경을 보는 보편적 시각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는 태양 흑점의 변화가 휴대폰이나 비행기 같은 우리 일상 환경에 미칠 영향까지 걱정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과학기술의 핵심적 특성은 분석에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요소별로 나누어 그것들 사이의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해하는 것은 분석의 핵심적 가치이기도 하다. 한데 뭉쳐있을 때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복잡한 이유들이 분석이라는 렌즈를 통과하면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요소로 분해되어 보이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환경에 대해서도 그런 시각을 가져다주었고 최근에는 분석적 시각의 한계를 복잡성의 과학이 대체하며 또 다른 관점으로 환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 환경에서 우리는환경은 인간(생태계)을 둘러싸지만, 인간(생태계)은 환경을 쪼갠다.”는 점을 먼저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분해하고 해부한 후 전체를 다시 맞추어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부수적으로 최근에는 그런 쉬운 요소들이 전문가들의 하이테크로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모두 함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대중적이고 민주적인 측면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쉬운 이해의 이면에 인간성, 생태성이 점차 결여되고 있다는 점이다. 삶터를 환경으로 보는 시각에는 인간성(그리고 생태)이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분해되고 분석된 것들은 전체의 일부로서 기능할 때 보여주는 활기를 쉽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분석하는 환경을 어떤 면에서는 의도적으로 인격(생태격)을 제외한 대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여기에는 다루기 쉽고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판이 쉽다는 단점도 함께 담겨 있다.

 

그러다보니 환경문제와 같은 원인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도 거리를 두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환경문제란, 공기, 소음공해 그리고 산업 폐기물 등과 관련된 문제를 말하는데, 그 주체가 되는 인간 활동의 문제를 드러난 결과만으로 협소하게 한정해버리고, 그것만 해결하면 될 것 같은 심리적 거리감을 심어주게 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인격 없는 환경의 반격이 심상치 않은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인디언 추장의 연설은 현대 환경 이해의 시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 삶터(에쿠메노폴리스)환경설계

박이문의 지적처럼유일하고 획일적인 합리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복수의 합리성이 존재할 뿐이다. 그는모든 종과 모든 개별 생물체가 생태적 관련 속에서 각기 다른 위치와 다른 방식으로 상호관계를 맺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경우는 각기 다른 합리성을 갖는다. 바로 이러한 뜻에서 나는 진실로 합리적인 것은 필연적으로생태학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싶다.”며 모든 판단의 기준을 조심스럽게 일원화한다.

 

그의 생각에서 출발하면 모든 환경의 문제들은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합리성을 판별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복수의 합리성으로 다양한 의사결정을 전제하면서도 아주 강력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문화가 다양하고 풍토에 따른 적응의 양상이 다양한 삶터에서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어 앞으로 더욱 탐구해야 할 화두가 아닐까 한다. 특히 설계 분야에서는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발점으로서 엄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건축, 조경, 도시계획 등 도시에 함께 관련하는 디자인 분야를 환경설계(Environmental Design)라고 부른다. 환경설계는환경을 조작하는 행위또는의도적 변화(planned change)”에 의해 주어진 환경을 조작하여 보다 나은 환경으로 만들고자 하는 행위를 총칭한다. 황기원은 이러한 환경설계사를 19세기를 경계로 크게 구분 짓는다. 19세기 이전은 미분화된 환경설계의 단계, 19~20세기 중반은 분화 내지 전문화된 환경설계의 단계, 20세기 후반은 다시 결합된 환경설계의 단계로 보는 것이다.

 

황기원의 구분은 클라렌스 글라켄(Clarence Glacken)의 구분과 일맥하는 부분이 있다. 그는 “18세기에 인간의 힘에 대한 인식이 증가했고, 이러한 경향이 19세기, 20세기를 거치면서 더 확대되었으며, ‘자연에 대한 인간의 힘에 기초해 획기적인 인간 중심주의를 확립하게 되었다.”며 환경에 대한 인간의 작용을 시대별로 개괄한다. 환경이라는 개념이 무관심적 객관성에 기초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 중심적인 개념이라는 점은 이 외에도 많은 지적이 있을 수 있으며,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보편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환경설계로 돌아와보면, 삶터를 다루는 중요 분야로서 이제 반성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음을 강조하고 싶다. 환경이라는 무관심적 용어 속에 내재된 인간 중심의 사고를 반성하고 환경이 지향하는 보다 폭넓고 솔직한 이야기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구 환경(삶터)이 더 이상 관리되지 않으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시점임을 모두가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가지 합리성만 있지 않음을 이해하고 모두 같이 최선의 방향을 모색하는데 솔직해야 할 것이다. 환경설계는 그러므로 어느 한 분야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분야가 함께 그 속내를 토로할 수 있는 지적 토대로 작용해야 한다. 인간 중심의 사고와 생태 중심의 사고가 뒤섞여 최선의 합리성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론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환경이 주는 우리 시대의 화두는 생태학적 합리성을 목표로 환경설계 분야가 새로운 통합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환경문제는 사실 환경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며, 환경에 둘러싸인 인간의 문제임에 솔직해야 한다. 그것은 자연과 생태의 논리 이면에 자본과 경제의 논리로 무장한 인간의 욕심이 도사리고 있음을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_ 안명준 조경비평가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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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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