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더 가까이 더 지그시

[가든하다] 다육식물 ②
라펜트l가든하다l기사입력2013-10-08

잘 보살펴준 다육 식물은 전에 없는 자태로 보상을 해준다. 이 식물은 키우면 키울수록 그 세밀하고 신기한 생김새에 매료되어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관찰하게 된다. 그러면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가시가 나온 것도 있으니 너무 가까이 보다가 찔리지는 말자

 

 

에케베리아를 처음 기르기 시작했던 때가 있었다. 어느 순간 잎 사이에서 홀로 길고 삐죽하게 솟아 올라오는 줄기 때문에 한동안 지인들과 이 현상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 줄기 끝에 몽우리가 맺히고 꽃이 피던 날, 비로소 그 줄기가 꽃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나고 놀라워한 순간이었다. 에케베리아는 잎 자체가 꽃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거기에서 진짜 꽃이 핀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가 처음으로 나와 식물이 교감했던 때 인 듯 하다.

 

다육 식물은 그 종류도 셀 수 없이 많지만 개체 하나하나가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진정한 팔색조다. 봄과 여름에는 통통하고 푸르게 유지되다가,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들고, 겨울이면 부족한 일조량 때문에 빛을 찾아 식물의 목대가 길어지는데 이 습성을 이용해 독특하고 기이한 수형(식물의 모양)을 유도해 낼 수도 있다.

 


 

다육 식물은 그냥 보아도 여타 식물과는 사뭇 다른 개성 있는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더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들을 키우다 보면 그 오묘하고 꼼꼼한 생김새에 매료되어 나도 모르게 자세히 그 얼굴을 조목조목 뜯어서 관찰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나와 식물에 정서적인 면 뿐 아니라 물리적 거리마저도 좁혀진다. 가까이 볼수록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 애벌레가 움직이듯 수년에 걸쳐 몸을 늘려가는 루페스트리의 통통한 잎 하나하나가 그려내는 곡선, 거미줄 바위솔이 온몸에 칭칭 감고 있는 실들의 소복함, 우주목의 깨알 같은 반점들, 그래픽 디자인을 방불케 하는 부다템플의 반복적이고 기하학적인 패턴, 노락(老樂)이라고 하는 선인장이 뿜어내는 백발 노인의 포스까지.

 

오래 함께 할 수록 그 마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다육 식물을 기르다 보니 이 식물만을 위한 커뮤니티들이 활성화 되어 있고, 다육 식물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꽃가게가 많은 것도 십분 이해가 된다. 남다른 외모와 달리 손을 많이 타지 않는 수더분한 성격에, 작은 손길만으로도 나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반응해줄 때 느끼는 교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교감은 우리 생활 속에서 세대를 초월한 또 다른 공감으로 다시 탄생한다. 내가 이 반려식물과 경험한 것을 우리 할머니도, 옆집 아주머니도 익숙하게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다육 식물은 작고 신기한 몸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사하는 오묘한 생명체다. 

 


가든하다(gardenhada)는 “사람은 왜 꽃을 심고, 가드닝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회사이다.
가드닝 제품 디자인, 온라인스토어 운영, 콘텐츠 제작 등의 일을 하며 도시가드너를 위한 모바일커뮤니티 ‘gardenhada for iPhone’을 서비스하고 있다.


H gardenhada.com | F facebook.com/gardenhada

| T 02.736.0926 | App gdhd.kr/launching_20130409 

연재필자 _ 가든하다  ·  
다른기사 보기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