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SLA 학생 어워드, 부산대 엄성현ㆍ정원광

'기숙사 방을 설계스튜디오처럼'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4-10-08
2014 ASLA 학생 어워드 홈페이지에 ‘Honor Awards’에 낯익은 한글로고가 붙어있다. 부산대학교. 우리나라 학생의 작품이 선정된 것이다.

미국조경가협회(The 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 ASLA)에서는 매년 학생부문과 전문가부분으로 나누어 조경 작품 및 연구 프로젝트를 선정한다. 그중 학생부문은 올해 전 세계 77개 학교에서 500여 개의 팀이 출품했다.

‘General Design’부문에서 선정된 부산대학교 엄성현, 정원광 학생의 ‘34,000 Tons of Miracles(34,000톤의 기적)’은 흉물이 돼버린 바지선과 준설선을 환경적 측면과 레크리에이션 측면에서 새롭게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식물을 통한 대상지의 이용방안이 매우 흥미롭다.
 
조경학과 4학년, 졸업은 앞두고 수상의 쾌거를 이뤄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엄성현, 정원광 부산대 조경학과


ASLA 어워드, 어떻게 알고 나가게 됐나요?
 
2012년(2학년 때) 4학년에 재학 중인 동기이자 친구인 재영이가 ASLA student awards에 나가는 것을 보고 ASLA에 대해 처음 알았고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 후 2013년(3학년 때) 한 수업에서 ASLA 수상작 분석을 했는데, 여러 수상작들을 보는 내내 그들의 작품과 아이디어에 놀라움과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조경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년에 꼭 나가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학생이기에 겁먹을 것 없이 그냥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ASLA student awards 나가게 됐습니다.

‘Honor Awards’ 수상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처음에는 수상소식 메일을 멍하니 바라보며 믿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출품번호와 작품제목 등을 재차 확인 한 뒤에는 정말 기뻐서 마음속으로 그래 됐다면서 Yes를 연발했고, 노력이 너무 큰 영광으로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흥분되어 가슴이 뛰었습니다. 같이 고생한 파트너 및 주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Honor Awards’에 선정된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감히 말하자면, 가장 큰 이유는 노력입니다. 우리는 내내 이 생각만 했으니까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다이아몬드원석을 잘 가공했던 것 같습니다. 그 지역에 있는 자원들을 찾아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지속가능하게 한 점이 좋게 보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프로젝트에 우리의 메시지가 분명했다는 점, 대상지가 땅이 아닌 바지선 위라는 점이 흥미롭고 매력적이게 보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답은 심사위원분들 만이 알지 않을까요?(웃음)

준설선과 바지선을 대상으로 한 것이 흥미로운데요. 이것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항상 더듬이를 세우고 다녔던 게 대상지를 선택한 배경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바지선 및 준설선은 이전에 했던 작업을 위해 이곳저곳 답사를 다니던 중 눈여겨 봐뒀습니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것처럼 재미있기도 하고, 땅이 아닌 새로운 종류의 공간이었기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멋진 공간과 자원이 사용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웠고 이 지역을 이끌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진 곳이라 생각되어 준설선과 바지선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설계 당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설계 초기 대상지를 정할 때 생각이 많아 산으로 간적이 있었는데, 진지하게 Gyre(해양쓰레기 문제)를 다루려고 하다가 교수님의 “너희는 지구를 구하려고 한다. 무슨 슈퍼맨이냐”는 말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모든 작업은 기숙사 방에서 이루어졌는데, 몰입하기 위해 방을 마치 설계 스튜디오처럼 사용하자는 생각으로 스터디 및 연구 자료들을 벽에 붙여놓고 자기 전에 보고 잠들곤 했습니다. 한번은 꿈에서 파트너와 설계도중 굉장한 아이디어가 나왔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디어를 다듬으려고 다시 생각하니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굉장히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출일이 가까워지면서 시간이 많이 부족해 방 의자에 앉아 이불을 두르고 작업하고 그대로 잠자고 또 작업하고 잠자고를 반복했는데, 나중에는 파트너를 서로 바라보며 의자와 이불, 몸이 하나로 합쳐진 상태가 웃겨, 웃기도 하며 힘든 상황을 이겨냈습니다.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정원광, 엄성현 부산대 조경학과 4학년

두 분 다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조경학과 학생으로서 조경의 매력은?

과거, 현재를 봐도 항상 그 시대에 맞는 상황에 맞는 문제들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조경의 매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수학문제를 풀었을 때의 통쾌함처럼 깔끔하진 않지만 조경으로서 사회적 문제나, 환경적 문제, 경제적 문제 등을 해결할 때의 엄청난 쾌감과 성취감이 따라오는 것이 조경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앞으로 미래에는 어떤 문제들이 생겨나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가지 매력을 더 말하자면 모든 걸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경은 나무만 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조경을 공부하는 사람이 채운다면 그게 바로 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보도블록 디자인 전문과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저희가 조경적 배경지식을 가지고 보도블록 패턴도 만들고(미적), 배수도 더 잘 되게(기능적) 구조적으로 보안 한다면 이게 바로 조경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하면 그게 바로 조경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조경은 전문성이 없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걸 할 수 있는 것이 조경의 장점이자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우선 잘 가르쳐 주신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님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가르침 주시는 모든 분들, 우리 07동기들, 선후배님들, 친구들, Moojuk School, 멘토 Tak 형 그리고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와 같은 학생 분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학생 때 할 수 있는 공모전 마음껏 욕심 부려 자신만의 설계를 해보라 말하고 싶습니다. 저희도 이렇게 좋은 결과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선은 다 했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됩니다. 모든 걸 생각하고 준비하면서 열심히 살아오진 않습니다. 다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올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조경학도, 부산대 조경학과 모두 파이팅입니다. I believe that talent is the desire to practice.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관련키워드l부산대, ASLA, 명예수상

관련기사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