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20대를 위한 젊은 조경인ㆍ건축가의 조언

자격증? 대학원? 유학? 설계사무소? 인턴? 여행?
라펜트l송소향, 서지영l기사입력2014-12-05
갈 수 있는 길은 많지만 모든 길을 갈 수 없다. 그 길을 선택하는데 옳고 그름의 정답은 없을 것이다. 방황하는 20대를 위해 젊은 조경인,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김영민 
서울대학교 조경학 전공, 건축학 복수전공
Harvard graduate school of design, mla
전 SWA 사무소
현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사실 뭘 할지 모를 때에는 시간이 많아도 이것저것 다할 수 있을까 싶은데 그렇지 않더라. 바쁘더라도 벌려 놓은 일이 많을수록 다 하게 돼. 젊었을 때는 체력도 좋으니까 뭔가 많이 벌리는 게 좋은 것 같고. 그 중에 몇 개는 못한다 하더라도 실패를 하더라도 내 능력은 이거니까 이거만 해야지 하면 딱 그만큼만 되고 더 벌려서 다 하려고 하면 능력이 그만큼 늘어나는 거지.”

해외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
왠지 모르게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사실 항상 모든 일이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물론 너무 계획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치밀하게 계획을 짜는 것도 안 좋은 것 같아요.

SWA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외국의 경우 경력이 쌓일수록 일을 스스로 가지고 와야 하는데 대부분이 자기 나라의 일을 가져오잖아요. 임원이라는 것은 일을 가져오고 부하직원들에게 그 일을 시키는 거니까. 그래서 수주를 해야 하는데 모든 유학생의 고민은 거기에 있죠.

또 다른 이유는 김아연 교수님(시립대). 겸사겸사 오신 김에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모든 직장이 그렇지만 내가 누구와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같은 교수지만 다 동등하진 않고 상사, 선배가 있는데 이런 상사에 선배면 괜찮을 것 같았어요.

김아연 교수님의 인식이(사실 유명한 작가들 중에 학교엔 관심 없는 사람도 있는데) 학생에 대한 철학도 교육자로서의 비전이 확실했고, 시립대라는 학교 자체를 어떤 방향으로, 특히 설계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확실했어요. 물론 작가로서의 능력도 출중하셨죠.

물론 당시 회사의 직장 상사도 훌륭했고(최연소사장에 아시아 최초의 사장이었고 CEO라서) 그 분의 능력도 출중했습니다. 이렇게 사업수단적으로는 대단한 분이셨지만, 작가로서는 좀 물음표가 있었죠.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의 길에서 기로에 서게 되는데, 이 모델을 따라가면 디자인 외적인 것도 알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설계를 7년 정도 하면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가 보이는데 주업이 가르치는 게 되면 완전히 바뀌게 되는 거라 흥미진진할 것 같았고 아직까진 흥미진진합니다. (웃음)

삶의 우선순위는?
나, 내가 하고 싶은 것. 제일 중요한 건 재미있어야 해요. 어떤 사람들은 버는 돈으로 여가를 하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제 생각에 조경은 자기가 좋고 즐거워야 하는 것 같아요. 가정도 의무는 아닌 것 같아요. 의무를 지키기 위함보다는 즐거워야 하는 것 같아요. 가정도 일도 가르치는 것도 해피하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꿈은?
롤모델을 세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젊을수록 너무 디테일한 세부 항목을 정하기보다는 어떤 태도를 가질지, 어떤 식으로 살지 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주변의 사람들과 차별화가 되고 싶어요.

작가형 교수보다는 관심사 중에 글이 있어서 논문이 전문가들의 소통이라면, 책이나 연재라던가 하는 형태의 글이 되면 학생들과도 소통이 가능하잖아요. 글 쓰는 것에서 추구하는 것은 이론과 설계가, 실무와 이론이 보완이 된다고 생각해서 이런 피드백같은 것을 잘 만들고 싶어요.

롤모델이 있다면 건축적으로는 렘 쿨하스. 설계를 기가 막히게 잘 한다기보다는 생각을 갖고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좋아요.

좀 다르긴 하지만 조경 쪽에서는 피터워커. 피터워커는 디자인에 스타일이 있지만 스타일을 닮고 싶다기보다 교육자로서 이론가로서 역할을 해낸 부분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피드백 하다 보면 좀 더 유연해지는 것 같아요. 나의 의견이 정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런 것? 그래서 그런 것들을 피드백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도 치밀하게 계획은 안 세우려고 해요. 계획을 착착 이뤄간다는 성취감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이벤트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생각이 중요한데, 건축과 조경이 어렵긴 한데 다른 분야가 안 어려운 것도 아니고 점점 더 어려워 질 거예요. 특정 분야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스템 상 그럴 수밖에 없죠. 경제학 책을 보면 실질적으로 일하는데 필요한 사람은 20%이고, 80%를 돈을 줘가면서 일시키는 이유는 생산력보다는 소비력이라고 해요. 월급을 받아야 쓰고, 그래야 경제가 돌아가니까 시스템 상. 그래서 어떠한 틀에 맞춰 들어가면 경쟁도 심하고 더 힘들죠.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꼭 조경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설계를 안 해도 된다고 얘기를 하는 게 기사시험을 보고도 제도권 속으로 들어가면 점점 더 어려워지니까. 능력 있는 건축가들이 많지만 일이 없어서 설치예술도 하고 마을신문을 만드는 등 다른 것들을 건축의 영역으로 들여오잖아요.

모든 분야가 아마도 자신의 능력을 토대로 뭔가 자꾸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삼성이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술은 최고이고, 통신 기술은 특허권도 있잖아요. 그러나 애플은 특허권 없이 아이디어, 그러니까 하드웨어적인 기술이 뭔가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건 그거와는 다른 별개일 수 있죠. 

조경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조경은 원래 정원이란 분야는 있었지만 만들어낸 거잖아요. 예를 들면 크게 조경이 설계와 생태 쪽으로 나뉘는데 생태학이 정립된건 1950년대로 보고, 이후 경관생태학이 나왔는데 그 이론을 가지고 실제로 큰 계획을 마련할 때, 누가 하느냐? 이런 문제가 생긴 거죠.
그런 시기에 종합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온 게 이안 맥하그였고 조경의 패러다임으로 바뀐 거죠. 그러니까 법제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꼭 법제화만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능력이 없으면 도로 빼앗기니까. 사회에 필요하고 요구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법이 생기게 되잖아요. 두 가지가 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스템 안에서 굴러가는 것들은 힘이 들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창업 하시는 분들 인터뷰가 재미있을 것 같네요.


김란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학 전공
Ecole Speciale d'Architecture
현 [a:tikl] lab 대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교환학생을 가게 되면서였던 것 같아요. 그 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가구 등의 자기 일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스튜디오로 모여서 졸업설계를 하는 건 비슷하지만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작업을 하고 스튜디오를 진행한 것이 좋았거든요.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5학년으로 돌아왔는데 한국 친구들은 토익 공부와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죠. 사실 창업을 할 사람은 어떻게든 하는 것 같고 나이가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회사에서 다른 사람의 일을 하다 보면 더 창업하기가 어려워지는 건 있어요. 그래서 창업은 할 거면 일찍 하는 것이 좋죠.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있나?
일을 끌어들이는 것은 사실 대부분 아는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요. 처음에는 친구네 집을 의뢰 받아서 출발했죠. 정작 집을 짓지는 않았지만 그때 시공사, 전기공사 등의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쌓아갔던 것이 지금 와서 도움이 되죠. 일 하다 보면 어떤 사람들은 스케치를 부탁하는데, 그걸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사실 이게 10년 이상의 공부를 통해 나온 건데. (웃음)

건축을 하는 경우 주위에 아는 사람 있어? 하는 식으로 진행되지, 인터넷에 건축가를 검색해서 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요즘 진행하고 있는 것이 그런 연결고리가 되는 웹사이트인데, 좋아하는 관심사를 골라서 가입이 되면서 고른 관심사에 대해 어디 있는지 누구인지 볼 수 있게 만들어 놓는 사이트에요. 그런 식으로 그 업종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식이 되면 데뷔를 할 수도, 연결이 되기도 하니까요.

변호사 같은 경우는 업계 사람들끼리의 관계와 해왔던 사건들이 뜨는 사이트가 있는데, 건축, 조경 쪽도 자신이 좋아하는 이미지 같은 것들을 선택하기 때문에 학벌을 떠나서 능력이 있는 사람을 볼 수 있게 필터링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블로그 같은 경우에도 친근감을 느끼게 되니까. 도시계획, 조경 등의 공부를 하고 싶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해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조경가나 건축가, 도시계획가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고 배우고 싶으면 몇 년 정도 그 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 문제는 대기업에 애매하게 갔을 때죠. 공사에서 꾸준히 일을 하는 것이 맞는 사람이면 좋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힘들죠. 혹은 몇 년 자본을 모으기 위해 버틸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그 준비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런 것이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밑에서 배우는 기간을 갖는 것도 괜찮죠. 대신 집에만 있지 않으면 되는 것 같아요.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의뢰인이 되기도 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건축은 10평짜리 건물을 하나 지어도 건축가로 불릴 수 있는데, 조경가나 도시 계획가는 남들이 전문가로 불러주려면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니까 어떻게 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전공을 바꾸어도 상관없죠. 관심 분야가 생기면 클래스라도 신청해서 해보고 결정하는 과정이 학생 때 필요한,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관심 있는 사무실에 가보면 막상 실망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사실 모든 사람이 창업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원하는 회사의 종류는 고를 수 있지 않을까요.


마치며
인터뷰 내내 진솔한 답변과 유쾌함으로 우리의 답답한 속을 뚫어준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틀에 들어가려고 하기보다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나가라는 것. 어떤 것도 쉬운 길은 아닐 것이다.

최근 방영된 ‘꽃보다 청춘’에서 윤상, 유희열, 이적은 설렘과 기대 속에 마추픽추에 도착하지만 뒤덮인 하얀 안개뿐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기다린 결과 세 사람은 뜨거운 눈물과 함께 어렵사리 마추픽추를 마주한다. 주저앉아 툭 내뱉은 유희열의 한마디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였다. 목표하고 달려간 곳이 기대한 곳과 다르더라도 모든 끝은 시작과 닿아 있다. 아까운 시간을 틀 안에서, 새로운 틀에서 혹은 틀을 벗어난 어떤 곳이든 후에 돌아본 시간이 아깝지 않게 설렘과 기대를 안고 출발하는 것이 어떨까.

한국경관학회 학생기자_송소향, 서지영

*라펜트는 (사)한국경관학회(회장 류중석)에서 운영하는 '학생기자단'의 젊은 기사를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입니다. (사)한국경관학회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_ 송소향  ·  한국경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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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서지영  ·  한국경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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