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분야의 통섭] 최신 과학 기술과 조경의 융합

글_허한결 건축공간연구원 도시·설계 연구단 부연구위원
라펜트l허한결 부연구위원l기사입력2021-01-31

최신 과학 기술과 조경의 융합



_허한결 건축공간연구원 도시·설계 연구단 부연구위원



2016년 3월 알파고(Alpha Go)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결과는 바둑인에겐 충격을, 과학자에겐 희망을 선사하였다. 컴퓨터가 인간을 넘어설 수 없는 영역으로 단정되어온 바둑이 과학 기술에 의해 함락된 일련의 사건은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가 낳은 바둑의 신비로움을 앗아갔다. 2015년 조치훈 9단의 “인간이 컴퓨터에 바둑을 지는 날이 올 때 인간이 끝나는 때입니다.”라는 발언처럼 바둑의 존폐여부를 넘어 인공지능 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둑계는 이와 같은 우려를 비웃듯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였다. 바둑 경기 중계에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진행 중인 대국의 승세를 판단하며, 프로그램이 추천하는 수를 참고하여 해설에 활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에게 배워 바둑 실력을 늘리는 프로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2019년 초 한국랭킹 110위의 이호승 프로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스승으로 바둑을 공부한 이후 한국랭킹 1위와 4위의 프로기사를 상대로 승리하였다. 초일류 프로기사들만 공유하던 최신 포석이 인공지능에 의해 개선되어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벼랑 끝으로 몰렸던 바둑은 인공지능을 흡수하여 한 단계 도약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바둑의 사례는 조경에게 발달한 과학 기술을 흡수하여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조경가들도 시대 흐름에 발맞추어 새로운 과학 기술을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뿐만이 아니다. 최근 과학 기술의 중심 이슈인 딥러닝(deep learning), 빅데이터(big data), 3D 스캐닝,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과 같은 기술이 보편적으로 혹은 실험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원고에서는 조경과 과학 기술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구글 스트리트 뷰(google street view)는 구글 지도 위의 한 지점에서 찍은 360˚ 범위의 사진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지도 또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장에 직접 나가지 않고 도시 전체의 거리 이미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글 스트리트 뷰 데이터는 딥러닝 기술과 맞물려 도시 전체의 경관평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구글로부터 제공되는 각각의 사진은 딥러닝 기술과 접목하여 촬영 지점에서 보이는 녹지, 건물, 하늘의 비율을 계산하거나 사진 속 객체를 인식한다. 이렇게 분석된 각 지점의 사진들을 취합하여 도시 전체의 가로경관, 보행환경, 열환경 평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구글스트리트뷰의 이미지 추출


딥러닝을 이용한 식생 추출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은 대중(crowd)과 외부자원(out sourcing)의 합성어로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의 참여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기존 소수의 전문가 의견에 의존하는 방식을 벗어나 다수의 시민 의견과 정보를 수집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크라우드소싱은 정보의 수집능력에서 확연한 우위를 갖는다. 시민의 체험을 기반으로 공간에 대한 의견과 평가점수를 수집할 수 있고, 시간에 따른 경관 변화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 소수의 전문가들이 관심 지역을 방문하여 데이터를 수집해 온 기존의 방식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정보 축적이 가능하며, 공간을 이용한 시민의 의견이 직접 반영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기술과 SfM(Structure from Motion) 기술의 발달은 3차원 공간정보 구축을 가속하였다. 3차원으로 저장된 공간정보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과 만나 공간에 대한 구조적인 분석을 넘어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기존 공간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이 융합된 혼합현실(MR: Mixed Reality)을 활용하여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 대한 체험이 가능해졌다. 기존 공간을 3차원으로 보존하여 사라진 공간에 대한 간접 체험과, 새로운 공간을 가상으로 조성․체험함으로써 접해볼 수 없는 경관에 대한 반응 예측이 가능해졌다.

새로운 기술들은 이미 국내․외 조경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 가능한 기술이 무엇인지,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사용 가능한지 아직 다 밝혀진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조경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조경이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기술을 실험적으로 도입하여 활용 가능성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그 효과를 지속적으로 검증, 개선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_ 허한결 부연구위원  ·  건축공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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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k104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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