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조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 ‘The Big Asian Book of Landscape Architecture’ 출간

한국조경학회 춘계학술대회 북토크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21-04-09

아시아에서 진행되는 조경 프로젝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조경의 특징과 문화적 맥락을 연결하려는 『The Big Asian Book of Landscape Architecture』가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이자 편집자인 하이케 라만(Heike Rahmann) RMIT 대학 조경학과 교수와 질리안 월리스(Jillian Walliss) 맬버른 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그동안 아시아를 봤던 서구의 경직된 시각을 지양하고 ‘방법으로서의 아시아(Asia as Method)’라는 개념을 사용해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당대의 아시아와 ‘아시아적’인 조경을 재구성하고자 했다.

책은 아시아에 대해 지역별로 디자인 접근 방식을 정의하기보다는 여러 프레임과 아이디어로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들의 조경 카탈로그나 ‘아시아 디자인’ 프로젝트의 기록이 아닌 아시아적 감수성으로 자연, 공간, 도시주의를 디자인하고, 사업을 하고, 생각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책은 크게 ▲Continuum ▲Interruption ▲Speed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으며, 20명의 학자 및 실무자들의 에세이를 비롯해 80여 개의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및 인터뷰들이 시각자료와 함께 제시돼 있다.

‘Continuum’ 챕터는 아시아 지역을 가로지르는 공간, 시간, 자연에 대한 문화적, 철학적 이해의 일정부분 확립하고 이것이 현대 디자인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탐구한다.

‘Interruption’ 챕터에서는 현대성과 경제성장의 영향을 탐구한다. 정부, 개발자, 국제 및 지역 투자, 시민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 의해 형성된 도시화는 새로운 공공공간 유형의 도입과 한 분야로서 경관 구조의 출현을 뒷받침한다.

‘Speed’ 챕터는 정부와 설계자들이 경제 발전의 호황과 불황 사이클, 농촌과 도시의 불균형, 아시아 도시의 밀도 등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속도는 걸림돌로 보기보다는 혁신과 변화의 메커니즘으로 여겨질 수 있으며, 아시아 사회가 새로운 발전 단계로 이행함에 따라 빠르고 느린 디자인 실천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한국조경학회는 지난 5일 열린 ‘2021 춘계학술대회’에서 이 책에 참여한 한국 저자들이 자신들이 쓴 아티클에 대해서 설명하고 책의 의도에 대해 논의하는 북토크를 진행했다.

북토크에는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의 사회로,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김정윤 오피스박김 소장/하버드대 교수, 최영준 랩디에이치 소장이 참여했다.

조경진 교수는 ‘Politics, Citizenship, and the Making of Seoul`s Urban Parks’라는 글을 통해서 한국 공원문화와 정치 그리고 시민참여에 대한 역사와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조 교수는 “처음 한국의 공원개념과 문화는 서구와 일제로부터 들어왔고, 군사독재 시대 공원을 만든다는 행위에는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담겼다. 이후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 후 공원을 만드는 ‘속도’, ‘양’, ‘힘’은 전세계 공원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한국 도시의 공원 전개 과정을 설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해외의 사례와 비교를 하자면 100년이 넘는 공원의 역사를 매우 빠르게 축약하는 형태였다. 공원은 도시의 정치와 긴밀하게 관련돼 많은 민선 시장들이 공원을 만들었다. 이후 공원 조성과 관리에 시민이 참여하는 과정도 빠르게 등장했다. 2004년 ‘서울그린트러스트’가 만들어진 다음에 시민참여 공원운영이 시도됐고, 전국적으로 퍼졌다. 또한, 서울길 7017, 노들섬 등 시민참여형 공원의 등장과 사회적 가치를 볼 수 있다.

배정한 교수는 ‘Landscape Architects as Urbanists of Our Age’를 통해 “최근 한국 조경은 도시재생 즉, 도시 안에 있는 폐공장부지나 유휴지 등의 새로운 유형 땅을 활용해 도시를 바꿔나가는 기획에 많은 참여를 한다”며 대표적인 3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우선 ‘선유도공원’은 과거 정수장이었던 곳을 공원으로 재탄생시킨 사례로 “‘다시 씀’ 자체를 재생이라고 본다면 선유도공원은 시민이 재생을 느낄 수 있는 조경”이라고 설명했다. 경관의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으로 드러내면서 이전까지의 설계 문법과 다른 문법을 제시한 것에 의의가 있다.

‘청계천 복원’은 선형의 공원이 도시의 구조와 상권에 변화를 가져오면서, 조경프로젝트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었음을 강조했다. 이 부분에 있어 청계천은 모범적인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용산공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원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공원이다. 배 교수는 용산공원의 크기가 갖는 힘이 도시에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면서, “용산공원으로 가져올 도시의 변화가 우리가 20년간 주목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피력했다.

김정윤 교수는 ‘Sansujeonlag Strategy for Mountains and Water’ 외 3개의 아티클을 통해 프로젝트에 반영된 ‘산수전략’의 개념과 응용에 대해서 설명하고 해외에서 아시아인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공유했다.

‘산수전략’은 ‘도심에서 자연이 경험을 어디서 얻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인공물을 통한 대체자연을 조성해 자연경험을 재현해야 한다. 물과 산을 다루는 것은 언제나 전략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링과 협업은 필수적이다”라는 나름의 답을 제시한 것이다.

김 소장은 “물결이 주는 체험은 넓게 펼쳐진 금속판에 물결무늬를 얹음으로, 나뭇잎 아래 햇빛은 돔으로 재현했다. 물이 없는 곳에서 물이 주는 경험을 만들고자 수면의 반사를 모사하기도 했다”며 산수전략이 반영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최영준 소장은 ‘Yongqing Fang Urban Regeneration’ 외 4개의 글을 통해 5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그중 용칭지구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철거 폐기물로 나온 타일, 벽돌, 천연석 등은 새로운 경관요소에 재활용했다. 재료들은 전통공법으로 시공돼 옛 마을거리의 독특한 역사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신중한 재료 선택과 세심한 개입을 통한 작은 규모의 재생이 대규모의 시공보다 도시디자인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다.

곤유산 휴게시설은 국립공원 내 휴게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로, 산수화에 담기는 산의 능선을 모듈화해 실용적으로 재해석했다. 형상뿐만 아니라 채광, 공기순환, 우수집수 등의 기능을 첨부하기도 했다.


새로운 관점으로 아시아를 조명하려는 시도

토론에서는 책의 기획의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조경진 교수는 “아시아 밖에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있다. 타자의 시선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구성으로 책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중일의 경우는 공유하는 문화를 가지면서도 끝없이 갈등하고 대립하는 역사적인 맥락이 있기 때문에 이를 묶어서 생각하기 힘든 것이다. 이를 아시아로 묶어서 봤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이고 의미가 있다. 물론 불편함도 존재하지만 공유하는 문화를 각기 다르게 토착화한데서 오는 불일치가 재밌게 주목할만한 지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정한 교수는 “색다른 방식으로 아시아의 특징을 찾고자 한다는 관점은 신선하지만 정부나 관의 개입이 많거나 사업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 아시아의 특성이라기보다는 현대화가 덜 이루어진 국가의 특성이 아닌가? 아시아만의 구별되는 것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가 궁금하기도 하다”고 소회했다.

김정윤 소장은 “해외, 특히 서양에서는 아시안 디자이너로서의 유니크함을 기대한다. 이는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이해하는 정체성과 우리가 생각하는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체성’이 아닌 ‘방법’으로 보는 것은 아시아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새로운 계기이자 논의의 시작이라고 본다”며 책의 의의를 짚었다.

최영준 소장은 “아시아의 특징 중 하나는 실행력이라고 생각한다. 지붕감각 프로젝트는 2~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설계와 시공을 마쳤다. 해외에서는 원하는 바가 있고, 기대치를 갖고 접근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실행력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반응이다. 종국에는 집단성이 아닌 개인적 차원에서 내재된 정체성으로 귀결이 되기도 한다”고 실무자 입장에서 전했다.

이들은 한국의 프로젝트를 영어로 세계에 끊임없이 알리는 것의 중요성과 사적조경이 발달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도시문제와 조경적 대응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는 데 입을 모았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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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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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jane4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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