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972년 4월 18일이 조경가들의 기억을 기다리고 있다

글_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사)한국조경학회 고문
라펜트l조세환 고문l기사입력2021-04-25
1972년 4월 18일이 조경가들의 기억을 기다리고 있다



글_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사)한국조경학회 고문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탐닉. 모두가  과거 역사를 그 논쟁의 기점으로 삼는다. 과거 시제인 역사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중요할까요? 바로 미래를 움켜잡기 위한 전략적 가치 때문입니다. 그만큼 역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미래 어느 시점에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북한으로 밀고 들어와 대동강-원산선 이북을 중국 땅으로 삼겠다는 중국. 마찬가지로 어떤 기회가 왔을 때 독도를 일본 땅으로 만들겠다는 근거로 삼겠다는 야심이 역사 왜곡의 진정한 숨은 속내입니다. 

내년이면 2022년, 한국 조경의 50년을 기념하는 해가 됩니다. 한국 조경 100년을 향한 반 백 년 출발의 새로운 원년이 되는 것입니다. 그 시점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우리 조경분야의 역사는 제대로 기억되고, 또 기념되고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한국 조경의 날이 1967년 3월 3일의 날짜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문제입니다.

1972년 2월의 어느 날 대통령 박정희는 "앞으로 조경에 관해 우리나라에 있어서 제도 면에서나 또는 조경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국내외 학자들을 모아 주최하라"고 비서실에 지시하였습니다. 그 대통령 지시에 따라 4월 18일의 그날은 우리나라 최초로 청와대(경제제1수석비서관실) 주최로 청와대에서 ‘조경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된 날입니다. ‘한국 조경의 현황과 문제점’ 등 5개 주제를 가지고 도시계획, 임학, 원예, 건축, 고고학 등 11명의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여하였고, 조경의 개념과 정의, 범위와 분야 등에 대해 논하였습니다.   

4월 18일은 한 마디로 우리나라에서 ‘조경이라는 한 분야가 국가적으로 공인된 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한국 조경 태동의 사건은 계속됩니다. 그로부터 불과 14일 후인 다음 달인 5월 10일에 우리나라 최초로 청와대에 조경건설담당 대통령 비서관(오휘영: 당시 시카고 녹지청 조경담당관, 현 한양대 명예교수)이 임명되었습니다.

그 세미나 이후 불과 7개월 후인 그해 12월 19일에 문교부(현 교육부)에서 최초로 대학 조경학과 설립인가가 났고 12월 29일에 ‘한국조경학회가 창립되었습니다. 청와대 조경 세미나와 조경건설담당 비서관 임명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여기서 묻고 싶습니다. 왜 사람들은 생일을 특별한 날로 기억하고 축하할까요? 그렇다면 왜 우린 청와대 주최로 개최된 1972년의 4월 18일의 세미나를 한국 조경의 역사에서 굳이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까요? 이게 미래의 한국 조경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아마도 우리나라 조경 역사의 공식적 ‘시작’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뿌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래를 키워나가는 ‘원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뿌리 없는 나무도 있을까요? 과연 뿌리를 굳건히 하지 않고 튼튼하고 아름다운 나무를 키워나갈 수 있을까요? 또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매년 4월 18일은 우리 조경가들의 ‘한국 조경의 메모리얼 데이(The Memorial Day of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진정한 ‘한국 조경의 출발의 날’입니다.

1963년에 도시공원법이 제정된 날이 3월 3일이라서, 또 마침 월지(안압지)가 조성된 날자가 3월 3일(사실 이날은 그 당시 음력이므로 영력으로 하면 오늘날의 3월 3일이 될 수 없음)이라는 이유로 조경의 날을 1963년 3월 3일로 기준하여 정해진 것은 우리 한국 조경 역사의 뿌리가 내린 ‘연도’와 ‘날짜’와 ‘의미’를 잘못 찾은 것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조경의 미래 발전 맥락에서 볼 때도 조경분야를 ‘도시공원에 국한하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기조차 합니다. 그래서 우리 조경가들은 한국 조경의 새로운 반 백 년을 시작하는 2022년에는 새로운 비전 제시와 함께 1963년의 3월 3일이 아니라 1972년의 4월 18일의 그날을 한국 조경의 날로서 새롭게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한국 조경의 새로운 50년을 출발하는 해에는 조경 정사(正史)의 출발점이 되는 1972년의 4월 18일을 한국 조경의 기념일로 개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우리 조경분야가 뿌리가 내린 연도와 날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기념하지 못한다면 어찌 조경의 자아와 정체성, 자부심을 찾고 미래 큰 나무로 성장해 갈 수 있겠습니까. 




_ 조세환 고문  ·  한국조경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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