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공원, 아시아공원 리노베이션으로 본 설계 방향성

(사)한국조경학회 5월 '월간 세미나' 개최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05-25
한국의 근대 조경이 싹 틔운 조경 1세대들의 작품이 노후화되는 시점이 되면서 조경계에서는 공원의 리모델링과 리노베이션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중 파리공원은 공원 조성에 ‘설계’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작품으로 노후화에 따른 최근 리노베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사)한국조경학회에서 마련한 5월 월간 웨비나에서는 한국 조경 설계의 역사, 파리공원과 아시아공원의 보전에 대한 방향성을 논의하면서, 앞으로의 조경설계의 방향성을 톺아보는 메타비평의 장이 마련됐다.

이번 웨비나에서 이진형 서안(주) 소장은 “파리공원이 공원을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보존하려는 거의 최초의 시도다. 공원의 기본적인 형태와 의미가 보존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아공원은 목가적인 풍경과 구릉지를 통해 한국의 경관을 재해석해서 재현한 경우다. 이 경우에도 그 형태가 보존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라고 했다.

이명준 한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부 교수는 과도한 개념적 투사의 목적으로 설계된 공원에 대해서 비판하면서, 본원적인 미적 체험의 공간을 만드는 조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계기로 조경계에 치열한 담론의 장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론가들과 비평가들이 비평의 장을 열어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교수, 이진형 조경설계 서안(주) 소장,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 이남진 바이런 소장, 이명준 한경대학교 교수


조경설계의 태동과 역사

서안(주)은 1980년와 1990년대에 국가적인 대형 기획에 많은 참여를 했던 한국을 대표하는 조경설계업체이다. 이진형 소장은 ▲아시아 공원 ▲88 올림픽 선수촌 ▲파리공원 등 서안(주)의 20개의 대표작들을 소개하면서 한국 조경의 역사와 경향을 조망했다. 

서안(주)의 최초의 작품인 ‘아시아 공원’은 공원의 의의와 기능에 중점을 두어 ▲지구적 공간 ▲근린적 공간 ▲가로공원으로 구분하고 상징물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올림픽 대로의 소음을 막기 위해서 인공의 산을 만들고 산책숲길을 조성해 수림이 조화를 이루는 시민휴식의 장으로 설계됐다. 리노베이션을 앞둔 현재의 상황에서도 무성한 숲이 유지·관리 되고 있다.

파리공원은 한불수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공원으로 기념공원으로서의 상징성과 프랑스와의 우호, 교류, 호혜, 친목 등의 수교이념을 표상하면서 근린 공원으로서의 편의성을 도모한 공원이다. 

이 소장은 “파리공원과 한국의 조형원리를 강조하며 한국성을 드러내고자 노력한 작품으로 최초로 ‘조경 디자인기법’이 적용된 도시근린 공원이다. 이에 파리공원은 틀에 박힌 공원패러다임을 ‘설계’라는 도구를 통해 극복하고자 한 실험적인 작품이다”라고 하며, 파리공원이 한국 조경 역사에서 지니는 위치를 설명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사회 전반에 성장 위주의 도시화를 반성하고 환경적 생태적 중요성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이런 영향은 자연스럽게 조경 설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한강 조류 생태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양재천 생태화 사업 등에서 잘 드러난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은 1997년 9월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으로 샛강을 환경친화구역으로 바꾸고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조성됐다. 특히, 한강 조류 생태공원은 조성과정에서 생태전문가와의 협력적 관계가 형성되고 관련 사업이 등장하게 된다.

이 소장은 “원래 샛강 인근의 버드나무를 자르고 물을 막아 인근 아파트 주차공간으로 만들 계획을 변경하여, 도심 속에서 안정된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경에서의 생태적 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된 공원이다”라고 전하며, 샛강공원의 생태적 의의를 전했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당시 조경 분야가 많은 회사가 있지 않았다. 당시에 조경이라는 업계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행하면서 작업이 진행했다. 작품들을 살펴보면 디자인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도 초반까지 한국조경설계에서 서안(주)의 영향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파리공원의 재해석과 재탄생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파리공원의 리노베이션을 설계하면서 과거의 파리공원의 설계개념을 계승 발전시킨 과정에서의 겪은 경험과 성찰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1986년 조성된 파리공원은 ‘설계’라는 개념 실현된 최초의 사례이며, 최초의 설계안이 거의 그대로 구현된 보기 드문 공원이다. 또한,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고민과 한국 조경 역사에 기념비적 작품이다”라며 파리공원의 역사적 의의를 설명했다. 

파리공원은 북쪽에는 한국의 공간, 남쪽에는 프랑스의 공간이 마련되면서 두 국가가 주인과 손님으로 은유됐다. 한국의 공간보다 프랑스의 공간이 더 넓어 손님을 배려하는 한국성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담긴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전체적인 형태는 하나의 축을 기준으로 원형의 모양이 중첩됐으며, 음과 양이 변화하는 태극 모양을 나타낸다. 여러 차례의 보수 작업이 진행됐지만, 공원의 의미와 해석을 해치는 방향으로는 나아가지 않았다. 

김 교수는 “한불마당이라는 공간이 프랑스와 한국을 상징 파란색 빨간색 양 국가의 국기를 상징하는데 너무 직설적인 표현이고, 파란색 포장의 색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파란색과 빨간색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색 배치가 현재의 시점에서는 조금 낡아 보일 수 있지만,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에 작품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라고 하며 이번 리노베이션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그는 파리공원의 전체적인 의미와 설계 의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상징을 넣고자 노력했다. 특히 그가 신경 쓴 부분은 바닥의 포장 부분이었다. 바닥 포장은 64궤의 모양을 본 떠 태극의 의미를 더욱 심도 있게 담고자 했다. 가장 좋은 디자인을 찾기 위해서 64궤의 배치를 알고리즘 디자인을 이용해서 다양한 패턴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작업 중에 서안(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으며, “설계라는 것은 답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면서 불필요한 행정 과정이 많고, 정작 필요한 과정인 원작자와의 대화와 협의는 공식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음이 아쉬웠다고 했다.


원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아시아공원 리모델링

이남진 바이런 소장이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아시아공원은 86 아시아 게임을 위한 선수촌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조성된 공원이다. 조성 후 30년이 넘도록 큰 변화 없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숲이 무성하게 자라 훌륭한 도시숲이 형성돼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시아공원은 동시대에 조성된 파리공원과 상반된 성격을 지녔다. 조형보다는 풍경식 설계가 적용됐고, ▲부정형 식재 ▲산책로 ▲소나무언덕 ▲원형공연장 등의 시설들과 오휘영 교수의 조형 작품인 ‘자연과 빛’이 설치돼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간 인근에 재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종합운동장은 MICE 복합개발이 추진되고 인근 우성아파트와 선수촌 아파트 재건축 계획됐다. 이에 발맞춰 공원 리모델링 계획이 추진됐고 2019년 기본구상과 2020년 타당성 조사에서는 숲을 해치고, 기존의 조형물을 해체하는 등의 설계가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장이 설계을 맡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소장은 “공원이 가지고 있는 기본틀, 조형물, 기존의 건물, 공연장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동시에 지하철 진입공간을 2곳 추가해 잠실운동장이 개발된 후 지하공간과의 연계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라며 아시아공원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그는 “1세대 조경가가 만든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서 ‘자연과 빛’은 철거 대신에 정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대로변에서도 조형물을 볼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올림픽로를 따라서 설치된 조형물을 공원 안으로 옮겨 공원의 기념성을 높이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기존의 송파문화원 건물도 리모델링해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아시아 공원의 숲을 ‘100년의 숲’을 만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의미를 한 스푼 덜고, 이론적 강박을 털어내자"

이명준 교수는 공원 설계가 개념의 실현보다는 미적 체험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파리공원과 아시아공원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평가했다. 

우선 이 교수는 파리공원이 비평적 측명에서 찬사를 받은 부분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했다. 그는 파리공원이 ▲형태의 실험 ▲기념성과 실용성의 조화 ▲한국성 탐구라는 3가지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설계에 대한 의식이 조경 내부에 싹트던 흐름에서 파리공원과 올림픽공원이 ‘디자인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예술’로 보이는 조경, 조경 ‘작품’으로서의 탐구되던 시절에 파리공원의 위치는 중요하다”고 했지만 사실은 한국적인 공원이라는 것이 가시적인 형태로 실험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는 이오 밍 페이 작품을 예로 들면서 중국적인 것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마사 슐츠의 작업의 경우 거대한 담론이나 개념이 도입되지 않지만 충분한 미적 경험을 선사한다. 선유도 공원처럼 이전 시설을 남겨두면서 거대한 상징물 없이 이전의 기억을 담아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칸트가 주장한 미적 판단에서의 ‘무관심성’을 참조하여 개념과 이념이 최소화된 미적 경험을 주는 작품의 필요성을 전했다. 이어서 “현재 한국 조경계에 무관심한 형상을 실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미를 한 스푼 덜고, 이론적 강박을 털어내고, 순수하게 아름답기 때문에 그 자체가 아름다운운 것을 찾으며 자율적이고 형태적인 디자인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며 한국 조경 작품의 전체적인 경향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조경설계 내부에서 작품에 의미부여를 과도하게 하려는 욕망이 있다. 이런 생각과 반대되는 칸트의 무관심성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파리공원과 아시아 공원의 리뉴얼 안이 의미를 강압하지 않으면서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 과거의 것을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했다.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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