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학교 운동장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기후위기시대, 학교운동장의 생태적 전환’ 1차 웨비나 개최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09-29
교육부는 올해 2월 그린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18조 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학교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리모델링에 따른 학생 수용 문제와 학습권 침해, 학교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성찰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웨비나에서는 조경계 관계자는 물론이고 교육 일선에서 학생들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현직 교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학교 운동장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논의됐다.

조경진 (사)한국조경학회장은 웨비나 시작에 앞서 “운동장은 아이들의 교육 환경에도 중요하지만, 지역 커뮤니티의 공동 공간으로서도 자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운동장은 아주 오래된 문법에 의해서 그대로 방치됐다”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최근 교육청에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의 방향이 시설 위주이기 때문에 아이들한테 자연과 생물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다는 인식이 미흡하다”며 이를 위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서 많은 이들의 고민과 도움이 필요하기에 이번 웨비나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재영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우명원 화랑초등학교장, 김두림 노원초등학교장,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


생명이 가득한 학교를 만드는 생각들

이재영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는 생태적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학자의 철학과 방향성을 ‘학교와 운동장, 기계에서 생명으로’이라는 제목의 강연에 담았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인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앞으로 5년에 걸쳐서 18조 5,000억을 투입해 2,500개의 노후학교 건물의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요 사업 영역은 ▲공간혁신 ▲그린학교 ▲스마트교실 ▲학교복합화 등이 있고, 교육방향은 ▲생태전환 교육 ▲민주시민 교육 ▲AI 교육으로 구성된다.

이재영 교수는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방향이 학교 공간과 운동장과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하며, 특히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연계된 교육과정과 공간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이 긴밀하게 연결됐다고 보기 힘들고 그것의 중요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는 이런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대한 사업 설명회의 주요 내용은 건물 아니면 시설이다. 그 안에서 인간을 제외한 다른 생명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건물은 폐허가 되지만, 생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풍요로워진다”라고 비판했다.

생명이 풍부한 공간은 단지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다양한 존재들을 체험하고 동시에 놀고, 가꾸고, 배우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또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서의 ‘그린’이라는 개념을 ‘학습의 장’까지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학교는 어떤 특정한 건물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선생님과 아이들이 만나서 상호작용을 하면서 같이 놀고 배우는 공간이다. 미래의 학교는 에너지 문제, 생물다양성, 순환경제, 생명윤리가 어우러지고 그 안에서 스마트와 그린이 결합 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 교수는 “건축은 개막식 할 때가 제일 근사하다. 그러나 조경은 개막식 할 때가 제일 초라하다. 학교의 외부 공간도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성과주의와 관료주의는 이런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질 못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도 이러한 관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실패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그는 “건축은 이미 죽은 것들을 가지고 공간을 만든다. 그러나 조경은 살아 있는 존재로 공간을 만든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살아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설계와 조성 못지않게 중요한게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하면 시설의 관리에도 전문가의 손길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동장을 떠나는 아이들

우명원 화랑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운동장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현재의 운동장이 가진 문제를 지적하고 앞으로 학교 운동장의 발전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했다.

일제강점기부터 1990년대까지 획일적인 학교 건물이나 운동장의 형태를 띠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놀이나 게임 형식의 체육활동이 교과에 다수 반영되고 체육관 중심의 활동이 자리를 잡게 됐다.

오늘날 학교 운동장은 점심시간 전까지는 나갈 수 없고 바라만 보는 텅 빈 공간이며, 점심시간에는 일부 아이들 특히 남학생들만 축구를 하는 공간이 됐다.

우명원 교장은 “지금까지 학교 운동장은 오로지 학생들의 체력 증진과 운동의 측면에서만 고려됐고, 그곳에서 12년을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생각되지 않았다. 대신 재정적 이유로 체육관으로 대체하는 정책을 폈다”라고 지적하면서 아이들이 운동장을 떠나는 이유를 진단했다. 

첫째 열섬현상, 미세먼지 등 기후 현상. 둘째 체육 교과가 놀이나 게임과 같은 내용이 많아지면서 체육관 수업이 일상화됐다. 셋째 놀이와 재미를 추구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채워줄 만한 학교 공간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는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에 비해 운동장이 지나치게 작다는 문제가 있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운동장의 모습을 정립해야 하고, 그곳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자연과 접촉하면서 오감으로 체험하고 다양한 능력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공간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생태적 불균형에서 비롯된 지구 기후 위기 극복은 자연의 체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 출발해야 된다. 인식 전환의 시작은 학교 안에 생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학교를 최대한 생태적 공간으로 만들고 아이들이 그곳에서 자연을 오감으로 체험하면서 자연의 질서와 순리나 원리를 피부로 터득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교육자로서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교육과정에 맞는 생태공간 필요해

김두림 노원초등학교장은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생태교육의 수준과 과정에 대해서 소개하고 현장에 필요한 요소들을 ‘학교뜰 다시 보기’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두림 교장에 따르며 이미 서울 지역을 비롯한 교육 일선에서는 교육청의 주도로 생태전환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각 학년과 나이에 맞춘 교육과정에 긴밀하게 연계되고 있다. 

학년 단위로 교육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1~2학년은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고 3~4학년에서는 생명의 소중함과 생태전환에 대해서 배운다. 5~6학년에서는 생태 문제 해결을 위주로 SDGs와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해서 학습한다. 특히, 5학년은 저학년과 함께 텃밭을 가꾸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6학년은 텃밭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김장 나눔을 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현장에서는 동아리 활동과 방과 후 학교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외부 관련 기관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그는 생태전환 교육을 “생태전환 교육을 위한 창의적 체험활동은 어떠한 영역에 들어가도 괜찮으며 어떤 교과목에서도 요소를 찾아내서 통합하거나 구성하거나 할 수 있다. 심지어 영어나 수학과 같은 교과목도 생태전환 교육과 연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라며 생태전환 교육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위험성 역시 지적하면서 “교과과정과 연계되지 않는 생태교육, 예를 들어 텃밭의 경우는 1학년도 상추 심고 2학년도 상추 심고 5학년도 상추 심고 6학년도 상추를 심는 묘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각 교과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필요하다”라고 공간과 교육과정 연계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장은 “현장에서 바라는 것은 운동장이 마사토로 이뤄진 맨땅과 같은 운동장이 아니라 곳곳에 마당과 작은 광장들을 가지는 숲이다”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고, 이와 함께 “학교 자체 인력과 예산으로는 정원 관리에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 관리는 지역사회와 연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운동장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기 위해서는 관리 포함해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학교에 조성될 새로운 운동장과 공간에 대한 관리 방향성을 제시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운동장을 만들어야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은 운동장 아이들의 주체적 참여를 강조하며 ‘운동장이라는 공간’이라는 강연을 이번 웨비나에서 진행했다.

운동장을 바라보는 철학은 어린이를 보는 철학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그들을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운동장이라는 공간을 어린이들을 체력적으로 강하게 키워내는 곳이라고 간주했다.

그 결과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 등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아동은 운동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고, 여자 어린이들은 멀리 떨어져서 축구를 하는 남자 어린이들을 구경하게 됐다.

이 외에도 학교 운동장은 지역사회의 운동장으로 쓰이면서, 소위 조기축구회로 대표되는 지역 운동 동호회의 체육 공간으로 이용됐다. 한 공간에 다양한 기능이 중첩됐기 때문에 운동장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사업은 좌절되는 경우도 많다.

김 소장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운동장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놀이·휴식 공간을 만들기 하고, 자연학습 공간과 텃밭을 조성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들이 운동장이라는 것에 대한 마스터플랜, 가이드라인, 철학이 없이 산발적으로 이뤄져 경관은 산만해지고, 기능성과 영역성은 형성되지 않는다”

한편 운동장의 변화는 다른 많은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고자 운동장을 탈바꿈 시켰고, 덴마크는 아이들의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운동장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이 둘은 공통점은 투수성 높은 지반위에 숲을 만들고 어린이들의 놀이 공간들을 중간 중간 배치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김 소장은 “어린이들의 놀이 공간을 넣으면서 어린이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하게 하고,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다. 이것들이 학교 공간에 도입한다는 것은 공간을 재미있게 만든다는 차원을 넘어서 아동들에게 자신의 인권을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도 한다”고 해석했다.

이제는 운동장의 변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어린이들을 중요한 이해관계자 중 하나로 간주하고, 그들의 의견을 가이드라인에 반영해야 한다. 이미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어린이들이 놀이 활동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와 다른 운동장 공간 조성 프로젝트에도 아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정기황 문화도시연구소 소장은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미래 환경을 어른과 전문가들이 선택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직접 선택하고 결정하게 하고, 그들이 살 사회와 도시를 스스로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떤 운동장을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를 지속적으로 듣고 전문가들이 지원해 그들이 상상하는 것들을 현실화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아이들의 주체적 결정을 강조했다.

다른 한편 김 소장은 학교에 생태공간과 놀이공간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겪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그곳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다른 학교에서 만난 어린이들과 좀 달랐다. 한 어린이가 지나가면서 ‘씨감자가 실하게 주렁주렁 열렸네’라는 말을 하기에 저는 ‘무슨 시골 할아버지가 하는 얘기를 하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생태적 감수성이 무척 낮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라고 하며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들을 반성시킨다고 회상했다.


정기황 문화도시연구소 소장, 안세헌 (사)한국조경협회 수석부회장, 이해인 HLD 대표, 신동화 SBS 시사교양본부 PD, 손승우 유한킴벌리 상무


학교 운동장을 얽매는 현실적 조건들

안서현 한국조경협회 수석부회장은 강연에 이어진 토론에서 운동장의 생태적 전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개정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지자체 조례에서 학교 공간에서의 조경 공간 면적에 기준이 날로 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운동장과 학교 공간 활용의 장애물로 「재해구호법」을 꼽았다. 최근 판데믹 상황에서 공기관·지자체 연수시설 등을 구난시설로 활용하고 있는데, 거주 기능이 취약한 학교를 대피시설로 지정하는 관성적인 규제는 불필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체육 동아리의 운동장 사용은 생태적 전환에 있어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이고, 이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해 지역사회를 넘어 대한체육회와 같은 단체와도 적극적으로 협의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마트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건축이 상당 부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학교가 계축과 리모델링하는 동안 학생들은 모듈형 건물에서 학습을 하게된다. 향후 스마트 그린 미래학교 구축 사업 이후에 사실 학교 운동장의 연동 문제와 관련돼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이해인 HLD 대표는 “제도적으로 활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으로 처방전을 내리고, 다소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적용해야 미래의 더 큰 비전을 함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다른 한편 정글의 법칙 등의 프로그램을 연출한 신동화 SBS 시사교양본부 PD는 “어린 시절 나무 타기를 해보신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나무를 타는 순간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때문에 신체적 능력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판단과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굉장히 큰 훈련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경험 자체도 어떤 관점에서는 짜릿하고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적인 콘텐츠를 운동장에 도입한다면 좀 더 모험적 요소가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면 좋겠다”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글·사진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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