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부지’에 ‘이건희 기증관’ 건립···갑론을박

대한민국 대표 문화광장 중심지 목표로 내년 하반기 설계공모, 2027년 완공 예정
라펜트l김수현 기자, 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1-11-12

문체부와 서울시가 지난 10일 ‘이건희 기증관’을 건립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송현동 부지’ 위치도 / 문체부 제공

‘송현동 부지’에 ‘(가칭)이건희 기증관’을 유치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시민사회가 반대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의 기증품의 효과적인 보존, 전시, 활용 등을 위한 ‘(가칭)이건희 기증관’의 건립부지로 서울특별시 송현동 부지로 선정했고, 서울특별시와 ‘(가칭)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10일 체결했다.

문체부는 올해 7월에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 방안’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기증품 특별관 건립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연구에서 고려된 대상지는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였다.

연구 결과 송현동 부지는 주변 20여 개의 박물관과 경복궁, 북촌한옥마을, 인사동 등 문화관광 기반시설이 밀집돼 있어 접근성이 높고, 인근 부지에 도심 녹지공원이 조성될 예정이기 때문에 공원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반영해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 위원회’에서 송현동 부지를 기증관 건립부지로 심의·의결했다.

문체부, 서울시와 10일 맺은 업무협약에 따라 기증관을 문화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대표 문화관광 중심지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송현동 부지 37,141㎡ 중 9,787㎡를 기증관 부지로 사용하고, 문체부와 서울시는 부지를 교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연구용역 후보지 분석 결과와 기증품 활용위원회 논의를 거쳐 ‘(가칭) 이건희 기증관’ 건립부지가 선정된 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기증관의 건립을 시작해야 한다. 이번 건립부지 선정과 서울시와의 업무협약은 ‘(가칭)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한 여정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서울시와 협력해 성공적으로 기증관을 건립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송현동은 경복궁, 광화문 광장, 서울공예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세종문화회관, 북촌·인사동이 인접해 있어 기증관 건립의 최적지”라며, “기증관 건립을 통해 광화문 일대가 세계적인 역사· 문화·관광지대(벨트)로 발전하고, 서울이 세계 5대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발표가 있던 10일,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이하 시민사회)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송현동 부지 이건희 기증관 유치 반대에 나섰다.

시민사회는 “굴곡진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송현동 부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으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1990년엔 서울 덕수궁 선원전 터인 옛 경기여고 터와 등가교환해 대사관 숙소를 이전하려 했으나, 시민사회의 반발로 대사관 숙소를 용산의 미 8군 기지로 옮겨야 했고, 대한항공이 한옥호텔로 개발하려고 할 때도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대로 맞섰다. 이제와서 졸속으로 이건희 기증관을 건립하겠다는 정부와 서울시의 결정에 아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성명서에 따르면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서 소나무를 심어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일제강점기 친일파 윤덕영, 윤택영 형제의 집터로 사용됐고, 1920년엔 조선식산은행 사옥으로, 해방 이후엔 줄곧 미국이 대사관 관저로 사용했다. 1997년 삼성생명이 국방부로부터 1400억 원에 매입했고, 대한항공이 2008년에 2900억 원에 다시 매입해, 23년간 공터로 남아있다.

시민사회는 “‘이건희 컬렉션’이 국가가 부지를 무상으로 마련해 기념해야 할 정도로 최고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더 가치 있는 소장품들은 아직 리움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장품들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로를 거쳤는지도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송현동부지가 시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오길 바란다. 송현동 부지가 ‘이건희 컬렉션’을 보관할 장소로 급하게 결정하게 된 배경을 알 수 없으나, 충분한 공론화와 검증을 충분히 거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기증관을 연면적 30,000㎡ 규모로 계획하고 있으며, 독립적으로 기증품을 소장·전시해 동서양, 시대, 분야의 경계를 넘어서는 융·복합 문화 활동의 중심 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올해 11월부터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부터 국제설계 공모절차를 추진하고, 설계와 공사를 거쳐 ’27년에 완공·개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에는 ‘(가칭) 이건희 기증관’이라는 명칭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변경할 예정이다.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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