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기후변화 대응형 조경 시공의 필요성

김호걸 논설위원(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라펜트l김호걸 교수l기사입력2022-04-26

기후변화 대응형 조경 시공의 필요성




_김호걸 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동남아에서나 만날 듯한 갑작스러운 폭우, 찌는듯한 폭염, 모든 것을 얼리는 혹한, 오랜 시간 세상을 하얗게 뒤덮는 폭설. 우리들의 건강과 생활 환경을 노리는 무서운 극한 기상 현상들이다. 어느새 50년이나 100년 빈도의 기상 현상에 대한 뉴스가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그만큼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는 기후변화 때문에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더욱 극심한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였다. 

● 미국 국가환경정보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허리케인과 화재와 폭염, 한파 등의 자연재해로 688명이 숨지고 1,450억 달러(약 173조40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피해 금액이 2020년(950억 달러) 보다 53% 늘어, 198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3번째로 많다고 밝혔다.(링크)
● 혹한의 추위로 유명한 미국 알래스카는 2021년 12월 26일 영상 19도로 지구 온난화로 역사상 가장 따뜻한 12월을 맞이했다.(링크)
● 아르헨티나의 수도에서는 46.9℃, 같은 날 아르헨티나 북부에는 폭설이 내리는 현상이 발생했다.(링크)
● 캐나다는 건조한 날씨 영향으로 밀 생산량이 감소했다. 캐나다 밀 수출량은 2021년 12월 기준 전년 동기 837만t 대비 43% 감소한 477만t을 기록했다.(링크)
국제사회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AR6)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사회로 전환을 시작하였다. 특히, COP21 파리 협정에서는 미래기온상승을 1.5℃ 이하로 묶으려는 기후적응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한국에서도 2020년 10월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본격적인 파리 협정 이행이 시작되었다. 바야흐로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 홍보물 / 출처: 대한민국 청와대 Twitter, 2020

국제사회는 탄소중립 이행 수단으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 NBS)의 활용·촉진을 유도하고 있다. 자연기반해법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태계를 보호·복원·관리하여 기후 등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행동(IUCN)’을 뜻한다. 조경은 자연기반해법과 매우 높은 연관성을 가지며, 기존 자연환경의 보전과 복원, 도시 내 신규 공원녹지 조성, 추가 보호구역 지정 검토, 바다숲 조성과 같은 흡수원 유지와 확보에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다.
 
조경의 핵심요소인 식생은 주요한 탄소흡수원 역할을 할 수 있고, 식생기반인 토양은 탄소저장량이 식생의 약 5배에 달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특히, 식물 및 토양은 기후변화 완화 효과 외에도 생물다양성 증진, 우수유출량 감소, 수질 개선 등의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시대에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이처럼, 탄소중립시대에 조경은 탄소흡수원 보전, 신규 탄소흡수원 확보,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확보를 통한 지속가능한 적응대책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2022년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의 공모 주제는 리: 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이며, 세부적인 주제는 re:visit, re:shape, re:vive, re:connect로 구성된다. 세부 주제 중 re:shape의 내용은 회복탄력적 조경 설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조경 계획과 설계, 스마트 도시와 조경을 골자로 한다.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조경설계 방안을 탐색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으로서 스마트 시티와 연계된 조경 계획을 제안하고 있다. 조경학을 전공하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주로 참여하는 환경조경대전의 주제가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우는 것은 조경설계 및 계획 분야에서 이미 기후변화 대응에 심도 있는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조경 시공 분야는 어떨까? 조경 시공은 설계와 계획을 현실화하는 중요한 분야이다. 기존의 조경시공은 설계가 요구하는 디자인, 형태, 구성을 어떻게 완성도 있게 구현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발전해왔다. 이용자의 안전과 외부환경의 특성을 고려하여 조경 시설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소재를 개발해왔다. 또한, 조경수목의 고사 및 하자 발생을 낮추고자 다양한 식재 기법과 기술을 쌓아왔다. 토목과 건축 중심의 건설공사 표준품셈에서도 조경공사 관련 항목을 추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였으며, 건설기준 코드에서도 시설물에 대한 조경공사 코드를 포함하고, 조경 설계 품셈이 신설되는 등 조경 시공의 독자성과 차별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해왔다. 덕분에 현재 우리는 높은 수준의 조경 시공 퀄리티를 공원과 아파트 단지 등 우리 삶의 가까운 곳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조경 시공 기술의 발전은 놀랍도록 빠르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추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조경 시공 분야의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기후변화 적응형 조경 시공, 기후변화 완화형 조경 시공과 같이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춘 조경 시공 기술에 관한 연구‧개발, 현장 적용, 모니터링, 유지‧관리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형 조경 시공의 발전은 일선 현장에서 시공을 맡고 있는 업체들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탄소저장‧흡수능이 극대화된 식재 기술 및 토양 재료의 개발, 신규 탄소흡수원 발굴을 위한 최적 공간 탐색 연구, 흡수원 조성을 위한 지자체와의 정책적 협력, 시민참여를 통한 아이디어 공모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조경 시공이라는 영역과 교집합을 갖는 교육기관, 연구기관, 설계사무소, 엔지니어링, 생태복원, 조경 재료 관련 업체들의 연구력과 기술력을 모으는 노력과 함께, 지자체의 협력 또한 필요하다.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형 조경시공은 개개인 혹은 개별 기관의 노력으로 가능한 성과는 아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진 조경시공 산업체(산), 탄소중립 달성 연구 및 기술개발 교육기관(학), 탄소흡수능 관련 기술 및 정책 개발 연구기관(연), 즉 산학연의 협력과 연계를 통해서 달성될 수 있는 목표라고 판단된다. 

우리나라 정부 부처에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수행하는 주요 사업들에 주목하고, 해당 사업들과 연계하여 조경시공의 발전을 꾀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국토교통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신규흡수원 확충을 위해 그린인프라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폐도로, 폐산업단지 등 유휴토지의 녹색복원 사업으로 탄소흡수원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 공모 사업에서 조경시공 분야와 연관되는 연구개발과제의 사례로는 “국토교통 기술사업화를 위한 이어달리기 사업 - 탄소포집기술을 활용한 모듈형 미니공원” 사업 등이 있다. 산림청에서도 도시숲 조성, 유휴토지 조림으로 신규흡수원을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어, 일부 사업은 기후변화 대응형 조경시공 기술개발과 적용의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에서는 자연기반의 온실가스 감축 및 적응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국토환경 녹색복원사업 추진, 하천과 습지를 활용한 탄소흡수원 확대 및 관리, 보호지역의 확대, 도시 내 유휴부지에 대한 소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국가 단위의 탄소흡수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는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의 일환으로 소규모 생태복원사업(2003년 시작)과 자연마당 조성사업(2012년 시작)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해당 사업의 특성상 자연기반의 기후변화 대응형 조경 시공 관련 신기술의 개발 및 적용의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환경부는 다양한 국가연구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 사업으로 도시생태계의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 해법을 찾고 있다. 도시생태계 건강성 증진 기술개발사업의 일환인 “Bio+city 구현을 위한 회복력 향상 패키지 기술 개발(2019~2022)”에서는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다양한 대학 및 업체들과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에 초점을 맞춘 기술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러한 협력 연구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의 세부적인 내용은 향후 기고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도시생태계 건강성 증진 기술개발사업의 일환인 Bio+city 구현을 위한 회복력 향상 패키지 기술개발의 최종목표 및 구현 방안 / 출처 : 단국대학교, 2021

정부 부처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살펴보면, 조경 시공 분야의 적극적인 도전이 가능하고, 또 필요한 사업들이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사업의 유형에 따라서 지원 및 참여 조건이 다를 수 있으나,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포함한 사업 대부분에서 대학 및 연구기관과 업체 간의 자율적인 협력이 가능하다. 따라서 산학연의 협력을 통한 조경 시공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 기술의 개발 및 적용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며, 조경 시공 분야에서도 여러 부처가 주관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형 조경 시공 기술을 개발 및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의 후속 세대에게 더욱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여러 기관과 업체의 협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_ 김호걸 교수  ·  청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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