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바라본 조경학도들의 시선

국제도시경관 학술교류 워크숍(IWUL) 성료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2-09-20

서울시립대학교, 태국 쭐라롱콘대학교, 튀르키예 이스탄불공과대학, 홍콩 THEi 4개 학교의 조경학과 학생이 IWUL의 일환으로 청와대를 답사했다.

지난 5월 10일 청와대가 국민에 개방됐다. 개방 이후 청와대는 많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으나 영빈관과 춘추관에서의 포토존 촬영 및 주말 공연 외에는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그저 관람의 기능만 하고 있다.

이에 각국의 조경학과 학생들이 모여 조경의 시각으로 청와대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모인 학생들은 서울시립대에서 주최한 IWUL(International Workshop on Urban Landscape) 워크숍 참여자들이다.  IWUL은 2009년 서울시립대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학문적으로 교류하며 국제적인 조경가로서의 기초를 다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시립대학교, 태국 쭐라롱콘대학교, 튀르키예 이스탄불공과대학, 홍콩 THEi 4개 학교의 조경학과 학생 35명이 참여했다.

올해 워크숍은 ‘청와대, 국민에게 돌아가다(Cheong Wa Dae, Back to People)’를 주제로 5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첫날인 8월 22일에는 온라인으로 ▲청와대의 역사, 반환 배경, 풍수지리 ▲청와대의 시사점 ▲서울시 공원녹지정책 강연과 함께 그룹토론이 이어졌고, 둘째 날에는 각 학교에서 사례연구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 셋째 날인 8월 28일에는 4개 학교 학생들이 청와대를 답사하고, 오후부터 스튜디오 작업에 돌입했다. 넷째 날 중간발표 및 수정작업을 거쳐 다섯째 날 최종 발표를 하고 IFLA 세계조경가대회가 열리는 광주광역시로 이동하는 일정으로 꾸려졌다.

총 4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청와대 개방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이재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장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김익환 이스탄불공과대학 교수


녹지원


녹지원의 잔디밭

그룹1
청와대에는 본청 앞과 녹지원 두 곳에 너른 잔디밭이 있지만 사용할 수 없어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없다. 또한 청와대 앞 도로의 통행량은 개청 이후 6~7배 늘어났으나 도로와 인도가 좁아 불편을 겪고 있다. 경복궁 북문(신무문)과 청와대 정문은 마주 보고 있지만 교류가 없다.

1그룹은 청와대 양옆의 북촌과 서촌을 잇고, 청와대 내 휴식공간 확충을 위해 경비실과 여민관(대통령 비서실)에 주목했다. 여민관은 대통령 비서관들 숙소로, 총 3개 건물로 이루어졌으며,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지며 본래 기능이 상실된 건물이다.

우선 좁은 입구, 많은 관람객으로 병목현상이 생기던 곳의 경비실을 철거하고 광장을 형성해 관람객들을 위한 열린 공간을 조성한다. 특히 중앙에는 사각 선큰을 만들어 고려시대 이궁부터 조선의 상징인 경복궁, 일제강점기, 민주화운동 등 현대에 이르는 과도기적 디자인이 전시된다. 이로써 광화문에서 경복궁, 청와대에 이르는 역사의 축도 더욱 긴밀하고 단단하게 연결할 수 있다.

여민관 3곳은 기존 건물의 형태를 유지하고, 카페, 전시장 등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중앙에는 정원을 조성해 이용자들이 정원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여민관 오른쪽 넓은 녹지는 북악산부터 이어지는 녹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청와대에서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녹지로 기능하게 하려는 의도다.

이렇게 조성된 공간들은 남북으로 경복궁과 청와대를 역사적 축으로 연결하고, 동서로 단절된 북촌과 서촌을 잇는 문화공간으로 기능한다. 이에 따라 경복궁을 통해 청와대를 방문해 역사적 흐름을 느끼고, 북촌과 서촌에서 온 관광객들이 두 곳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한다.



















그룹2
청와대의 강점은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식물, 교육, 역사, 예술, 문화의 원천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대중교통이 편하지 않고, 좁은 보도와 휴식공간으로 공공공간으로 느껴지지 않는 약점이 지적됐다. 청와대는 서촌과 북촌을, 광화문과 경복궁의 역사축의 연결 공간이기에 이곳의 역사적 정체성을 강조하고,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을 실시했다.

2그룹 역시 여민관과 보안실 등 기능을 상실한 건축물에 주목했으며, 전부 철거하고 담을 허물어 청와대 앞을 완전히 열린 공간으로 설계했다.

특히 노인관광객이 대부분인 것에 집중해 지역주민, 아이들 등 보다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자 유치를 위해 공공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서촌은 커뮤니티 허브, 경복궁은 헤리티지 허브, 북촌은 문화허브, 그리고 청와대를 ‘학습허브’로 설정, 청와대를 크게 ‘히스토리컬 존’과 ‘퍼블릭 존’으로 구분했다.

‘히스토리컬 존’에는 역사적인 건물이 많기에 유지하되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 관저에서는 대통령의 일상체험 프로그램, 영빈관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어져온 한국의 천문학 유산 전시를 제안했다. 건물들은 박물관으로 사용하되 빈 공간에는 휴게공간을 설치하도록 한다.

‘퍼블릭 존’은 역사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건물을 철거한 완전히 열린 공공공간으로, 청와대 입구를 매력적으로 바꾸고 보도를 연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경복궁과 청와대를 역사적으로 잇고,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며, 북악산의 녹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룹3
청와대는 입구가 잘 드러나지 않으며 교통 역시 편리하지 않다. 기존 보도는 어르신들이 걷기에 피로할 수 있으며,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그러나 인근 고등학교나 국립현대미술관 등과의 협력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기회요인이 있으며, 특히 청년들에게는 국가정체성을 제고하고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3그룹은 ‘관광디자인’과 ‘유니버설 설계’를 기본으로 접근성이 좋고 교통이 편리한 공간을 새롭게 찾아 그곳을 주출입광장으로 설정했다. 청와대 경계 밖 공간이지만 사실상 청와대 입구 광장으로 간주되는 이곳에는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들이 도입된다. 카페나 전시회뿐 아니라 기술이 접목된 홀로그램 전시도 청와대를 더 쉽게 이해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대통령의 외국 손님을 접대했던 영빈관은 시민들을 맞이하는 공간이 되고, 여름을 빼고는 즐길거리가 부족했던 무궁화원에는 특색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구역은 차 없는 거리로 설정하고 청와대의 주요 공간인 본관과 관저, 상춘재와 녹지원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영빈관 건물 앞 광장에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평상을 두고, 전통공연이나 청와대의 역사에 대한 조명쇼, 야외 식당 등을 도입한다.

녹지원 잔디밭에는 관객석이 있는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고, 특히 태극에서 영감을 받은 모양의 쉼터를 디자인했다.






















역사적 인물들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보여주는 홀로그램, 스크린으로 역사적 이야기를 보여주어 즐겁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그룹4
4그룹은 청와대의 제한적 요소로 사람과 공간 간의 상호작용이 부족함을 짚었다. 방문자는 산책 및 사진 촬영만 가능하고, 일부 실내 공간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청와내 안은 특히 노인과 장애인의 경우 걷기가 어렵다. 또한 공간이 과거에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역사적 설명이 부족하다.

따라서 기억과 미래비전 사이의 연결을 만들고 조화로운 방식으로 공공공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네 가지 전략을 도출했다.

우선 공용 공간과 기존 건물 간의 연결을 제공하기 위해 공공 개방 공간 비율을 증가하고, 둘째로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는 AR이나 인스타그램 사진 스팟 등 기술을 사용해 방문자의 경험을 향상시킨다.

셋째는 관광객과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공공공간 프로그램 개발이다. 야외전시회/댓글게시판/작업장, 플리마켓, 피크닉, 잔디마당, 한국 전통 찻집, 커뮤니티 정원 등의 도입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다.



















수궁터 : 기술(AR)을 이용하여 우주의 역사를 보여주는 교육 프로그램


녹지원 잔디밭: 다목적 잔디로 사람과 경관을 연결


청와대: 모방 요소 및 리듬을 사용해 건물과 경관을 연결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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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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