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통정원의 보존과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문화재청, IFLA 세계조경가대회 특별세션으로 국제학술대회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 한나라 인턴기자l기사입력2022-09-23

문화재청은 ‘전통정원의 보존관리’ 국제학술대회를 1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유산으로서 지속적으로 보존돼야 할 문화경관과 역사정원 역시 이러한 변화를 피해갈 수 없다. 또한 정원은 그 자체로도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축물과는 다른 철학과 방법으로 보존이 돼야 한다. 과연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는 어떠한 태도와 방식으로 그들의 유산을 보존해나가고 있을까?

문화재청은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주최하는 ‘제58차 IFLA 세계조경가대회’의 특별세션의 일환으로 ‘전통정원의 보존관리’ 국제학술대회를 1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이상협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통조경은 바쁜 우리와 같은 현대인들에게 여유와 명상, 성찰의 장소를 제공해주는 중요한 공간으로 작용한다. 전통조경공간에는 선조들이 자연을 대하는 문화와 사상이 내재돼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환경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에 선조들이 문화와 사상을 연구하고 이에 대한 생태학적 해결방법을 탐구함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다루어야 하는지 성찰할 수 있다”며 “문화재청은 ‘제1차 전통조경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을 발표해 이를 토대로 전통조경분야의 제도를 보수하고 후대에 물려줄 전통조경 자원을 발굴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국, 정원고고학과 ICT 첨단기술로 비대면 유구 발굴

한국의 역사정원은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시기의 상황과 늘 직면한다. 우리나라 역사정원의 가치를 발견한 계기는 광복과 함께 이 땅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를 없애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전통수종을 구분해 일본식 정원재료와 구분하려 했고, 일본의 전통조경양식과 유사한 것은 재식방법이나 연못 모양 등 전통의 변용으로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 덕분에 전통정원의 차별성에 대한 탐구의식은 높아졌다.

한국의 역사정원인 전통정원은 서양의 건축과 원예를 중심으로 한 장식적 정원과는 다른 사유의 정원이다. 정원은 마치 자연 그대로인 듯 인공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조영자의 정체성과 이상세계를 향한 바램을 건물과 조화롭게 담았다. 중국의 정원풍경이 도교를, 일본은 선불교가 주요 배경이라면 독자적으로 우리식 정원의 특징을 완성한 조선시대는 유교가 주 배경이 된다.

신현실 우석대 교수는 한국전통정원의 역사적 배경과 기본원리와 기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원은 사람과 자연과의 위계로부터 시작된 상호존중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신분과 공간에 따른 정원의 공간상 위계를 중요시 한 것은 충효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소박한 바람은 실제 정원을 조성하지 않고 상상하는 ‘의원’으로도 유행한다”며 “한국과 같은 사유를 중심으로 한 내재적 상징성이 강한 동양 정원의 경우, 정원조영자의 사상과 정원경영과정에 내재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세계인에게 한국의 전통정원을 알렸다.

또한 우리나라 전통정원 보존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정원은 소유주의 취향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원형을 추적하거나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전성기를 찾아 공간을 추청하고 복원의 준거로 정하기 위한 여러 첨단화된 연구방법론이 적용되고 있다.

3D 광대역스캔으로 정원의 주요구성요소와 주변 환경을 디지털 트윈으로 기록에 남겨놓거나 정원 발굴 전 드론과 라이다를 활용해 정원 유구를 조사하기 위한 작업의 순서와 위계를 정하는데 있어 정원유적의 해제작업을 하지 않고 온전한 상태에서 원형을 발굴하는 방법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정원고고학 분야와 ICT 첨단기술이 만난 혁신으로,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기술집약을 이루어냈다. 

신현실 교수는 “일반적 고고학 발굴기법을 통해 층위에 따라 시대간 관련성을 쫓다보면 시대가 다른 유구들이 뒤섞이게 되고, 한 시대에 펼쳐진 평면이 손상되면 다시는 복구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직접 발굴하지 않고 숲 속에 가려진 과거 정원의 모습을 추적하는 항공 라이다 활용 조사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3D광대역 스캔으로 나타나지 않는 유구들이 항공 라이다 스캔을 통해서는 더 자세히 밝혀질 수 있으며, 발굴로 인한 훼손도 없다.

또한 사유중심의 한국정원의 경우 조영자의 사상과 경영과정에 내재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 기존 고문헌과 그림분석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다양한 전문가를 참여시켜 원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 결과를 공간상에 투영시켜 여러 층의 레이어를 충접해 중요도를 분석하며 공간 특성을 규명하는 ‘정원유적지도’도 작성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최근 본격적인 국가유산시대를 선포하고, ‘제1차 전통조경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전통정원의 잠재자원 발굴 및 제도적 보호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 ‘경관조례’로 정원과 주변 환경까지 관리

토모키 카토(Tomoki Kato) 교토예술대학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근대화와 함께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해 정원을 문화재로 보호한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오늘날에는 정원뿐 아니라 정원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선택적 보존 기술’도 문화재로 인정된다. 개별정원 외 여러 건물과 같은 집합적 대상을 의미하는 ‘문화경관’도 범주에 추가됐고, 정원지구도 문화경관으로 지정됐다. 최근에는 정원을 보존하려면 정원뿐 아니라 주변 환경인 경관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교토는 ‘경관조례’를 통과시켜 건물 및 기타 구조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정원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보호하고 있다. 교토 무린암 정원의 경우, 원래 주인이었던 야마가타 아리토모가 히가시야마산을 무린암의 주산이라고 불렀으며, 이 산은 정원의 주요 디자인 개념 중 하나이다. 정원의 형태는 삼각형 모양으로 동쪽으로 갈수록 좁아지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정원이 산과 연결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정원 동쪽 끝의 폭포가 히가시야마산에서 흐르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교토는 ‘경관조례’를 통해 정원에서 산을 조망할 수 있도록 개발을 제어하고 있으며, 이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정원내 나무의 높이도 관리하고 있다.

토모키 카토 교수는 “정원은 다양한 이유로 계속 변하기에 지속적인 수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수시 현대적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정원의 역사적 성격을 상실하게 할 수 있으니 항상 정원의 본질적 가치를 염두해 두고, 현대적 취향과 정원을 처음 만든 사람들의 미적 감각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늘날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는 보존과 시민 이용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정원의 공적 이용은 정원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관리하는 정원사의 기술에 달려있다. 이런 이유를 개별정원 관리뿐만이 아닌, ‘정원사의 손과 마음’에 기반한 공공이용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정원문화를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화재로 지정된 정원을 법제로 보호하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법제만으로는 살아있는 문화를 후세에 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살아있는 정원을 관리하는 기법을 전수하고 정원을 감상하고 즐기는 ‘살아있는 정원문화’를 계승하려면 오늘날의 사람들과 정원문화를 공유하고 더욱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원의 문화적 맥락과 시간에 따른 진화에 대한 이해 속에서 수리해야

영국은 역사적으로 정원방문이 중요한 문화활동이었으며, 전통 경관은 예술분야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한 부분으로 여겨져 왔다. 경관은 영국의 문화와 유산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기에 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원과 경관은 건축물과 달리 재건이 아닌 보존 또는 복원 프로젝트라 해도 가능한 경우 흔적에 따라 식재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약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현장 흔적이 없는 경우, 역사와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 디테일이 정당화될 순 있지만 작업장식에서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보존 및 수리가 아니라 재창조의 범주에 속하는가에 대한 여부는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매리언 하니(Marion Harney) 배스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영구에서는 손실된 지형지물의 재창조는 신중하게 다루어지고, 이러한 수준의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보전 철학에 따라 실행돼야 한다. 그러나 건축물과 달리 정원은 특정 시점으로 복원될 수 없기에 “원래의 모습을 어느 정도까지 복원할 수 있는지,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문제가 된다면 누구에게 문제가 되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기록과 자료조사, 철저한 현장조사가 및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모든 역사적 장소에 대한 최소 요건은 보전 목적을 정의/결정하고 작업의 지침이 되는 ‘중요성기술서’나 ‘장소정신기술서’에 작성된다.

미래언 하니 교수는 “정원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그 본질은 찰나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을 보전할 수 없고, 보전할 필요도 없으며, 변화에 대한 저항은 지지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수리, 개조, 보전, 유지보수 및 교체가 가능한 건축물과는 다른 철학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변화나 개조에 대한 저항은 새로운 디자인이 이루어지는 것을 막고 창의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실용적인 자세로 보다 창의적인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며 “디자인 의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기능의 변경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정원의 문화적 맥락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원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에 대한 이해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원이 계속해서 생존하려면 보전을 위한 계획을 세워 변화하는 자연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 계획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관리 책임을 맡은 사람들을 돕고, 특히 우선순위 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리와 보전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보전 계획은 장소와 의미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문화경관의 변화를 인지하고 관리해야

문화경관의 개념 수립의 상당 부분은 역사정원과 공원의 복구, 관리가 차지하며, 조경가들의 주도로 시작됐다. 초기 정의는 설계된 경관, 소규모 유적지에 주로 집중되며, 이런 관점은 1982년 채택됐던 피렌체 헌장에 반영됐다. 하지만 1990년대가 되면서 ‘문화경관’이라는 아이디어를 확장해서 문화유산에 대한 폭넓은 아이디어와 표현을 경관이 포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2005년 세계유산협약 실행을 위한 운영지침이 확대돼 문화경관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포함됐다. ‘자연환경으로 인한 물리적 제약과 또는 기회, 연속적인 사회, 경제, 문화적 측면의 외부적, 내부적 힘의 영향 하에서, 시간 경관에 따라 인간사회와 거주의 진화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문화경관은 ‘기념물’이라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유산의 지정과 세계유산이라는 등재 구조로 적용하는 데 등재를 위한 역량 부족, 제한된 인력과 취약한 관리 기관, 본질적으로 변화하는 시스템유지의 어려움, 탁월한 보편적 가치 등 한계점이 제시됐다. 이후 기후변화가 전세계적으로 긴급상황으로 지정되면서, 피렌체 헌정의 이슈들과 운영 지침은 더욱 중요해졌다.

엘리자베스 브라벡(Elizabeth Brabec) 매사추세츠대학교 교수는 “각 유적지들은 문화, 유산, 기술적 혁신의 저장소가 되면서 동시에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특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산불, 홍수 등으로 이주를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이주한 곳에서 정착하며 그곳에 식물을 심는 등 본인들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며 “새로운 문화경관이 어디에 있는지를 식별하고, 등재되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화경관은 변화한다는 것 또한 인지하고, 특히 세계유산이 어떻게 기후변화 영향의 관리, 완화를 위한 실험실과 지식의 보고가 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김영모 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을 좌장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이상석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다른 나라 역사정원의 경우 문화유산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는데 반해 한국은 정원 조성 시부터 자연에 순응하려는 태도가 강하기 때문에 문화유산의 속성도 물론 있지만 자연유산으로서의 속성을 상당히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한국의 가치관과 철학, 태도가 기후변화에 직면한 우리에게 세계의 새로운 가치로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며 의견을 물었다.

엘리자베스 브라벡 교수는 “자연에 대한 태도는 기후변화에 대한 장기적인 회복력의 열쇠이다. 한국은 기후변화를 지배하려 하지 않고 그 중심에 자연을 두려 한다. 이러한 태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문화로서 한국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진혜영 국립수목원 과장은 “정원과 주변 경관이 함께 만들어져 가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며 경관과 정원의 관계성에 대해 공감했다.

손용훈 서울대학교 교수는 “일반인들이 유산의 가치를 스스로 체감하고, 거기에 공감하고 하는 것도 문화유산의 보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원유산의 보전은 이러한 문화재보존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있어서 가장 첨단에 있는 대상일 것이다. 전통정원이 보다 대중화되고 체계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비롯한 새로운 가치들을 찾아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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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글·사진 _ 한나라 인턴기자  ·  한국전통문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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