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가로수, 시설 아닌 공존의 존재로 권리를 보장해야”

가로수 정책, ‘조성’ 위주에서 ‘장기적 유지·관리’로 방향 전환 필요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7-18

서울환경연합은 15일(토)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2023 가로수 결과공유회'를 개최했다. / 서울환경연합 제공

서울시 가로수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어느 정도일까?

서울환경연합은 7월 15일(토)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2023 가로수 결과공유회'를 개최했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가로수 시민조사단 추진 개요’를 발표하며 가로수시민조사단이 지단 두 달 동안 지나온 과정을 소개했다. 최진우 전문위원은 “당시 시민들이 적은 내용을 정제된 언어로 정리한 나무권리선언 본문보다, 시민들이 직접 쓴 생생한 말들이 더 많이 기사화 됐다”며, “동아일보 사설을 통해 나무의 권리 선언이 소개되면서 그 달 어린이 과학동아 사설에도 나무의 권리가 소개됐다. 이를 통해 가로수 시민조사단의 활동이 다양한 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i-Tree를 통해 분석한 ‘서울시 가로수의 이산화탄소 흡수량 및 경제적 가치 평가’를 발표했다. i-Tree는 미국 산림청(USDA forest service)과 DAVEY라는 미국 전문 기업이 개발한 나무와 숲 구조, 생태계 서비스, 그리고 숲 자원의 가치를 평가하는 무료 소프트웨어이다.

시민과학으로 조사한 총 4개 지역의 탄소흡수량은 연간 헥타르 당 노원구 0.438톤, 신사동 0.504톤, 연세·성산로 0.607톤, 효자로 0.946톤으로 효자로에서 가장 높은 결과를 보였다. 또한 대기오염물질 저감, 탄소 흡수, 홍수 저감 등의 가치를 고려한 조사지 별 헥타르 당 경제적 가치 결과는 각각 노원구 2,186,828원, 신사동 964,618원, 연세·성산로 1,036,040원, 그리고 효자로 2,652,681원으로 마찬가지로 효자로가 가장 높았다. 효자로는 주변에 궁궐과 청와대가 있어 가로수가 잘 가꿔진 편이다.

박찬열 박사는 “도시숲에 있어서 조성의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기존에 100%를 가로수를 조성하는 데에 썼다면, 이제는 30%를 조성에 쓰고 70%를 유지·관리에 써야한다”며 가로수를 정책이 변화해야함을 강조했다. 또한 “가로수 시민조사단은 가로수 유지·관리를 시민들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방향성을 잘 제시해 주셨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서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이 ‘QGIS로 구축한 서울 가로수 트리맵’ 발표를 진행했다. QGIS는 누구나 활용가능한 오픈소스 지리 정보 체계(GIS) 응용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지리 정보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최영 팀장에 따르면 2023 서울 가로수 시민조사단 활동에 2달 여간 총 80명이 참여했고, 연인원(누적)은 156명이다. 평균 2회 이상 현장 조사에 참여한 셈이다. 이들은 서울 시내 4개 지역 7개 길에서 총 977주의 가로수를 조사했다.

최영 팀장은 “가로수 시민조사단 활동과 트리맵 제작은 기존에 물주기, 옷입히기 등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나무를 위한 실천행동을 조사·기록 활동으로 발전시켰다”고 말하며 “도시 환경과 나무를 바라보는 색다른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서울 가로수 트리맵 다운로드 및 사용법은 서울환경연합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찬홍 서울시청 조경과 전문관은 현장에 참석해 가로수시민조사단의 활동에 대해 “뜻깊은 결과물을 나누어 주어 감사드린다. 반영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작년에 한강 인근에서 전지 작업을 진행할 때 인근 건물 거주민이 ‘우리 집이 4층인데 나무가 높게 자라 한강이 안 보인다, 예전처럼 확 쳐달라’며 현장에서 민원을 넣어 곤란한 적이 있었다. 자치구 공무원도 나와 어렵게 설득을 하던 중에 지나가던 시민 분께서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나무를 자르냐’며 대신 민원인과 싸우셨다. 또 다른 시민 분도 ‘나무를 자르면 안 된다’며 합세하셔서 그 민원인 분이 받아들이신 적이 있다”라며 “시민들이 나무에 관한 의견을 많이 주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직접 조사를 진행한 가로수 시민조사단의 활동 소회가 있었다.

노원구 동일로 가로수를 조사한 김향희 중랑천환경센터 국장은 “처음에 가로수 모니터링 하고 싶은 분을 모집할 때 10명도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24명이 손을 들었다. 나무에 관심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전했다. 강남구 가로수길을 조사한 이지은 단원은 “줄자와의 싸움이었다, 조사할 때마다 비가 오기도 해 활동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고 재미있어졌다”고 했으며, 종로구 효자로를 조사한 박윤주 단원은 “가로수는 시설물로 생각하고 가까이 가서 들여다볼 생각을 안 했는데, 조사하면서 나무의 둘레를 재기 위해 온몸으로 안아야했다. 그 과정에서 나무와 가까워지고 감정적으로 친해졌다”며 가로수시민조사단을 하며 인식이 변화했음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서대문구의 연세로와 성산로를 조사한 성미산 학교의 이어지지팀(김민서, 이유진, 전주하, 현동민)은 “인간의 편의에 따라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차별적인 시스템에 문제를 느끼게 됐다. 가로수는 기관에게 관리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닌 공존해야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재헌 아보리스트(나무의사)는 “교과서에서 아보리스트 교육을 받을 때 가지치기 하는 방법, 나무의 생리 등을 배우는데 현장은 너무 달랐다”며 국내 가로수 정책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나 “막상 여기 와서 많은 분들이 나무에 관심 가지는 걸 보면서 개인적으로 용기를 많이 얻었다”며 가로수 시민조사단의 활동 소회에 대한 감동을 표했다. 아울러 “서울시에 약 30만 그루 가로수가 있다. 앞으로 우리의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3 가로수 시민조사단은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희망나누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서울환경연합은 앞으로도 가로수와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서울환경연합은 15일(토)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2023 가로수 결과공유회'를 개최했다. / 서울환경연합 제공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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