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개발 vs 보호의 경계, 접경지역

위협받는 생명의 땅, 접경지역(1)
라펜트l이수동 교수l기사입력2023-09-21



위협받는 생명의 땅, 접경지역(1)

개발 vs 보호의 경계, 접경지역




이수동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1. 개발 vs. 보호의 경계, 접경지역


MDL, DMZ, CCZ, CCL은 남한과 북한의 경계지역을 지칭하는, 흔히 사용되는 용어이나 전문가 또는 관련인을 제외하면 생소한 단어이기도 하다. 접경지역은 1953년에 체결된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 설치된 비무장지대 또는 해상의 북방한계선과 접하고 있거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른 민간인통제선 이남(以南) 지역 중 민간인통제선과의 거리 및 지리적 여건 등을 기준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ㆍ군을 말한다(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2021.4.21). 비무장지대(DMZ : Demilitarized Zone)는 정전협정에 따라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가르는 군사분계선(MDL :Military Demarcation Line)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 2km 이내로 설정된 길이 248㎞인 대상지역(帶狀地域)이다. 민간인통제구역(CCZ)은 민간인통제선(CCL)으로 부터 남방한계선에 이르는 5∼20㎞에 해당하는 지역이며, 군사적인 목적으로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구역을 말한다.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민간인통제선 및 접경지역 현황도


비무장지대는 냉전시대가 탄생시킨 비무장지대는 전쟁과 분단의 역사적 산물이나, 역설적이게도 멸종위기종의 낙원 또는 평화로 상징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는 휴전 이후 약 60여 년 동안 인간의 간섭이 배제되면서 자연생태계가 유지 및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는 남획, 개발로 인해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반달가슴곰, 산양, 뜸부기, 두루미, 크낙새 등 멸종위기에 처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것이 밝혀지면서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생태계의 보고인 비무장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환경부에서는 백두대간, 도서연안지역 및 5대강 수생태축과 함께 우리나라의 핵심 생태축으로 설정하였다. 국제적으로는 유네스코에서 강원생태평화 및 연천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생태ㆍ문화적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보전 및 활용을 위한 정밀한 실태 조사와 국민적인 합의없이 고속도로, 산업단지 조성 등의 개발 계획을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걸어져왔다. 그 외에도 통일 논의에 항상 뒤따르는 개발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심리, 국내외적으로 급변하는 정치 상황으로 인해 수 많은 훼손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전문가들도 생태계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엣지시티, 공중부양 도시 등을 제안하거나 하천, 산림, 논 등을 통합적으로 보호하기 보다는 DMZ만을 보호하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어 접경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접경지역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으나 실제로는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 외적으로 토지 소유주의 CCL 북상 및 해제 요구, 행정에서 추진하는 계획과 실행의 괴리, 합의 없는 개발계획 난립, 각종 개발 관련 공약을 쏟아내는 등의 문제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각종 개발 계획에 대한 매스미디어의 찬동과는 달리 지역민과 시민들은 분단의 역사와 생태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개발논리에 동조하고 있지 않다.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인 접경지역과 서식 생물종의 가치 뿐만 아니라 월동지인 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무논 조성, 먹이주기 등의 보호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사 및 문화의 근간이자 야생생물의 핵심서식처 및 월동지인 하천과 논 경작지는 난립하는 개발계획의 직접적인 대상이다. 도로에 의해 단절되거나 산업단지가 들어선다면, 생태계서비스 손실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접경지역 보전을 위해서는 인간과 생물이 공통적으로 의존해오고 있는 논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인데, 매입보다는 농어민이 벼 재배, 어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생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난개발에 노출된 현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 및 지자체의 무분별한 개발 계획에 대한 NPO의 관심 및 감시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접경지역에 대한 보전 및 관리는 지역민이 풍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법적·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접경지역 보호를 위한 내외부적 여건



2. 생물서식처로서의 접경지역


1) 보호가치종 출현현황


휴전협정에 의하여 설정된 민간인통제구역은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되고 있는 DMZ와는 구분되는데, 동해안에서 서해안까지 비무장지대를 따라 띠 형태를 이루고 있다(환경부, 2009). 1953년 정전협정 이래로 인간의 간섭이 철저하게 통제되어 다양한 종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여겨지게 되었는데, 보호된 자연환경은 생태적인 학술연구의 장으로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성천문화재단, 1996; 환경부 국립생태원, 2016). 특히,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수십년에 걸쳐 생태계가 복구되면서 중위도 지역의 자연 환경이 보존된 유일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동서 광역 생태축으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남북한의 대치라는 시대적 비극으로 인해 방치되었으나 인간은 논을, 자연은 산림, 하천, 습지 등을 원생태계로 되돌리면서 다양한 서식처가 그 형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접경지역의 다양한 서식처를 중심으로 관속식물 1,854종, 포유류 43종, 조류 266종, 양서·파충류 34종, 육상곤충 2,189종, 어류 136종, 저서무척추동물 351종 등 우리나라 전체 종수의 약 20.0%에 해당되는 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될만큼 보호가치가 높다(환경부 국립생태원, 2016). 핵심 월동지인 논, 하천 등이 집중 분포하는 철원, 연천, 파주, 김포, 인천에 출현하는 보호가치가 높은 종을 정리한 것이 표 1이다. 철원은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2종,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9종, 한반도 고유종은 식물이 가장 많았고 45종이 확인되었다. 연천은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1종,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9종, 한반도 고유종은 어류가 가장 많았는데 43종이 관찰되었다. 파주에서는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1종,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2종, 한반도 고유종은 어류가 가장 많았는데 18종이 나타났다. 김포는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1종, 한반도 고유종은 4종이, 인천은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6종, 한반도 고유종은 22종이 관찰되었다. 비무장지대는 산림과 습지생태계를 대표하는 산양, 수달, 삵, 담비, 하늘다람쥐, 맹꽁이, 수원청개구리 등이 서식하는 중요성이 높은 생태계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지역

구분

국명

철원

-포유류 : 산양, 수달 (2)

-식물 : 가시오갈피나무(1) / 포유류 : , 담비, 하늘다람쥐(3)

-양서파충류 : 구렁이, 맹꽁이(2) / 어류 : 열목어, 묵납자루 등(3)

한반도

고유종

-식물 : 개나리, 개느삼, 개족도리풀, 구실바위취 등(27) / 포유류 : 멧토끼 (1)

-양서파충류 : 수원청개구리, 꼬리치레도롱뇽, 한국산개구리(3)

-어류 : 참종개, 새코미꾸리, 쉬리, 배가사리, 돌마자 등(14)

연천

-포유류 : 수달(1)

-포유류 : , 담비, 하늘다람쥐(3) / 양서파충류 : 구렁이, 맹꽁이(2)

-어류 : 묵납자루, 돌상어, 꾸구리, 가는돌고기(4)

한반도

고유종

-식물 : 외대으아리, 할미밀망, 은꿩의다리, 매자나무 등(17) / 포유류 : 멧토끼(1)

-양서파충류 : 한국산개구리(1) / 어류 : 참종개, 새코미꾸리, 줄납자루, 쉬리, 어름치 등(24)

파주

-포유류 : 수달(1)

-포유류 : (1) / 양서파충류 : 맹꽁이(1)

한반도

고유종

-식물 : 할미밀망, 서울제비꽃, 개수양버들, 개나리 등(5)

-포유류 : 멧토끼(1) / 양서파충류 : 한국산개구리(1)

-어류 : 참종개, 새코미꾸리, 줄납자루, 어름치, 돌마자 등(11)

김포

-양서파충류 : 구렁이(1)

한반도

고유종

-식물 : 참갈퀴덩굴(1) / 포유류 : 멧토끼(1)

-양서파충류 : 한국산개구리(1) / 어류 : 몰개(1)

인천

-식물 : 삼백초, 대청부채(2) / 양서파충류 : 구렁이, 표범장지뱀, 맹꽁이, 금개구리(4)

한반도

고유종

-식물 : 각시족도리풀, 외대으아리, 할미밀망, 새끼노루귀 등(17)

-포유류 : 멧토끼(1) / 양서파충류 : 한국산개구리, 금개구리(2) / -어류 : 큰볏말뚝망둥어, 얼록동사리(2)

[표1] 접경지역인 철원, 연천, 파주, 김포, 인천에 출현하는 보호종 현황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2) 보호가치 야생조류 출현현황


산림의 면적이 넓어 접근이 어려운 강원도 동부와는 달리, 서부 접경지역은 하천, 갯벌, 습지 뿐만 아니라 논 경작지의 면적이 넓다라는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임진강, 한탄강, 한강을 중심으로 습지와 논이 넓게 분포하고 있었는데, 특히, 철원, 연천, 파주, 김포 한강하구에 형성된 논에 의존해서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접경지역의 서부를 중심으로 2021년과 2022년에 관찰된 야생조류 보호종은 총 22종이다.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으로는 두루미, 황새, 흰꼬리수리, 매, 저어새 등이, 멸종위기야생생물 Ⅱ으로는 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목두루미, 개리, 독수리, 새매 등이, 천연기념물은 큰기러기, 흰죽지수리, 흰이마기러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속하였다. 접경지역은 멸종위기야생생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등의 월동지로서, 이들 종의 생존 문제는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다만, 다양한 멸종위기야생생물이 서식하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와 생물들의 낙원이라는 은유적, 상징적인 단어로만 표현하는 것은 이들 종을 보호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논과 연결된 야생생물의 생존 문제를 농업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지역민의 삶과 연결시키지 않는다면 낙원은 쉽게 깨질 가능성이 높다. 민간인통제선 북상, 비닐하우스, 인삼밭 등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이득을 포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태 및 문화 자원 뿐만 아니라 지역민 의견 수렴 등을 바탕으로 비무장지대 뿐만아니라 접경지역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1부 끝.



[표2] 서부 접경지역 일대에 출현한 멸종위기야생생물, 천연기념물 등 보호종 현황

*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천연기념물



한탄강 여울내 두루미 및 재두루미 잠자리



연천에 월동하는 두루미, 재두루미의 잠자리인 임진강 망재여울과 필승교 여울



강화도 동막갯벌의 유빙, 갯골, 두루미



연천에 월동하는 두루미, 재두루미의 채식공간인 율무밭



파주 논 경작지에서 먹이 섭취하는 황오리



파주 논 경작지에서 먹이 섭취하는 뜸부기


_ 이수동 교수  ·  경상국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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