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역사경관지구의 조경수의 역할과 보존

이창환 논설위원(상지대학교 명예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3-08-03
역사경관지구의 조경수의 역할과 보존



_이창환 상지대학교 명예교수,
ICOMOS한국위원회 집행위원



인류는 각 민족별, 문화별로 궁궐과 사원, 서원 등 많은 전통조경공간을 갖고 있다. 이 공간들은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가지며, 이는 조경수목의 가치와 역할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즉 전통조경은 유적이나 자연과 같은 명상과 휴식에 적합한 향유의 장소를 각 집단이 갖고 있는 세계관의 우주적 상징성을 갖춘 문화, 양식, 시대 및 창조적 결과물로 보존, 보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갖고 있다. 역사경관지구의 생태자원인 전통조경수목은 아름다움과 함께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태계 등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가치 측면에서, 전통조경수목은 자연미를 극대화하는 전통 경관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로 사용된다. 이러한 수목들은 지역별, 공간별 특성을 가지며, 경관에 풍요로움과 품격을 더한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쓰였던 수목들은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역할도 수행한다.

역할 측면에서, 전통조경수목은 유산과 조화를 이루어 가치를 높이고, 경관 향상의 요소로 쓰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와 자연환경 보호와 관리를 맡는다. 전통적으로 수목들은 지역 생태계와 관련이 깊기에, 이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수목들은 대기정화와 기온조절, 수분을 흡수하여 지하수를 충전하는 등 지역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역사경관지구(사적지) 주변의 생태자원의 보존관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국가적 혼란기를 거치고 급격한 산업화로 일부 문화재지역의 특성과 가치를 고려치 않은 조경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유산 주변은 더욱더 고려되어야 한다.


일제강점기 헐벗은 경복궁 주변. 북촌에서 바라 본 경복궁전경(경복궁 유리원판, 1931경)
 

경복궁에서 인왕산 쪽을 가리고 있는 플라타너스(버즘나무)
 

문화재 구역의 가로수로서 적합하지 않은 플라타너스


르노르트의 설계 의도를 반영한 베르사유 수벽 전통조경수 관리 사례


베르사유 궁궐의 식재패턴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주변 가로수 식재패턴

대표적 사례로 경복궁과 창덕궁 주변 가로수로 외래수종이 심어져 있기에, 전통공간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가로수 보존 정비를 추천해 본다. 예를 들면 경복궁 담장에 붙어서 자라는 플라타너스(버즘나무) 가로수는 역사공간과 조화되지 않는 수종이다. 더욱 이곳 거대목의 원통형 수형은 중종반정 이후 중종(中宗)이 궁궐에서 폐위된 신비를 그리워 해 인왕산의 치마바위를 바라보았다는 경관적 통경선에 장애가 되는 비문화적 가로수라 할 수 있다. 창덕궁 돈화문과 종묘 사이의 가로수들도 당장 점검할 가로수들이 많다. 이렇듯 많은 문화재 지역의 생태자원 정비가 요구된다.

선진 사례를 들어보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주변의 가로수는 베르사유의 정형식 식재패턴을 이어가는 가로수 정비가 돋보인다. 베르사유 궁궐 주변의 가로수는 이곳이 프랑스 베르사유 궁궐 주변이라는 경관적 메시지를 주고 있어 유산의 가치를 더한다.

따라서, 전통조경수목은 지역사회와 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수목들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호하는 것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중요한 정책적 실천이다. 특히 세계유산과 역사도시내 전통경관지구내 가로수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들 전통 조경수들은 당해 공간의 역사와 함께한 환경적, 문화적 그리고 생태적 적합수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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