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고향 군위가 그립습니다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3-11-14

고향 군위가 그립습니다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는 1978년 부산시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는 느티나무가 있는데 수령 1,300년으로 국내 최장수로 추정하고 있다. 1999년 새로운 세기가 시작될 때 산림청은 느티나무를 밀레니엄나무로 지정을 하였고 사람들에게 더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장안읍지에 의하면 원효대사가 이 마을 북쪽에 척판암을 지을 때 당시 문무왕이 지나가다가 심은 나무라고 하고, 신라 애장왕이 탄 가마가 쉬어갔다는 유서 깊은 나무다.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당산나무이고 ‘하장안할매당산이라 부르는 나무 옆에는 당집도 지어져 민속적 가치도 높다.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어릴 때 1,300년인데 제가 지금 나이가 69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게 한 1,350년 이상이 됐다는 게 수치상으로도 나타난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김수완 하장안마을 이장


1,300년 부산 기장 느티나무


2010년 부산 가덕도 율리의 당산나무였던 팽나무는 일주도로 개설로 인해 더 이상 그곳에 살지 못하고 강제 이사를 당한 할아버지, 할머니 팽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배를 타고 트럭을 타고 이주를 하여 해운대 나루공원에 입주하여 살고 있다. 500살이면 노거수로는 청년급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기후변화라는 지금 상황에 보면 낯선 땅에서 타향살이가 편치만은 않을 것 같다. ‘할배 할매요, 오래도록 건강하이소.

“나무만큼은 살리고 싶었어요. 마을을 처음 일으킨 선조가 심고 대대로 의지하며 살아온 우리 살림살이의 기둥이고 삶의 역사거든요. 나무가 쓰러지는 건 우리가 쓰러지는 거라고 말할 수 있죠. 하지만 확정한 도로 설계는 조금도 변경되지 않더군요.” - 김성진 통장


부산 해운대 나루공원의 500년 팽나무

반면에 15년 전 서울 반포의 모 아파트에 10억원을 들여 군위댐 근처에 사는 1,000년 느티나무를 이식하였지만 안타깝게도 고사하고 말았고, 이렇게 오래된 나무를 가져와서 고사시킨 사례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1000년 느티나무 “강제 이주 시름의 눈물”
이제 몸이 아파 “고향 군위가 그립습니다”

아파트의 급을 높이기 위해 노거수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이 있었지만, 반대로 부산의 어느 재개발조합은 아파트 단지 내 노거수가 공사에 지장을 준다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600년 회화나무를 무자비하게 전정하여 낯선 곳으로 강제 이사를 시켰고,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죽을 고생을 하다가, 노거수에 대한 지역민의 염원으로 살던 곳이 아닌 고향 근처 근린공원에 다시 옮겨졌지만 생사는 불분명한 상태다. 당시 이 나무는 나무 속이 비어있어서 죽을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만으로 보호수로 지정되지도 못했고, 어처구니 없이 강제 이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600년 회화나무
 

강전정 후 옮겨진 600년 회화나무

최근 경북의 한 지자체에서 수령 300년 소나무 일명 ‘6억 소나무’로 불리워졌는데, 6억에 판매하기로 하고 굴착기로 캐려는데 갑자기 소나무 잎이 시들해지면서 고사하려고 하자 구매를 포기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다시 매매가 되었고, 마을 주민인 김씨에 의하면 “마을 사람들은 그때 소나무가 고향을 떠나기 싫어 시름시름 앓았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소나무인 “바느레골 보호수가 사라진 셈이니 허망하고 씁쓸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소유주인 문중 대표로부터 소나무를 구입한 후 반출할 때 주민들의 반대하였지만 반출한 것이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농업용 창고를 짓겠다고 해당 지자체에 신고를 한 후 소나무 보전계획을 위해 50m 떨어진 곳에 이식하겠다는 계획으로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많은 땅 중에 오래된 노거수가 있는 자리에 굳이 창고를 짓겠다고 한 것도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기도 하지만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먼 서울까지 이식을 하였다는 것이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산지관리법의 규제를 어겨 특별사법경찰권으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지자체와 생산확인표에 나무 옮길 곳을 서울로 명기한 업체측과의 논란은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하다. 결국 나무는 고향에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현행 우리나라 노거수를 관리하는 법적인 테두리는 산림보호법 제13조에 의거 시·도지사 또는 지방산림청장은 역사적·학술적 가치 등이 있는 노목(老木), 거목(巨木), 희귀목(稀貴木) 등으로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보호수와 국가유산기본법에 의거 국가유산 중 “자연유산”이란 동물·식물·지형·지질 등의 자연물 또는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문화적 유산, 그리고 “천연기념물”을 문화재청장이 지정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부산에 이식된 고사하는 노거수, 붕대를 감은 환자같은 노거수

하지만 해결해야 할 법·제도적 과제들이 있다. 첫째, 어떤 나무는 1,300년이 되어도 천연기념물이 아니고 어떤 나무는 수령이 많지 않아도 천연기념물이 되는 기준이 논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역주민들이나 지자체의 신청이 지정의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장수 나무로 평가받는 기장의 1,300년 느티나무를 최근 천연기념물로 신청을 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지만, 수령이나 가치에 대한 객관적 기준에 따른 지정이 필요하다.

둘째, 언젠가 오래된 노거수도 시간이 지나면 죽게 될 것이고 그에 준하는 오래된 나무들이 성장하여 다시 보호수나 천연기념물의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이에 대한 좋은 방안으로 부산광역시에서는 “준보호수”란 보호수로 지정은 하지 않았으나, 보호수에 준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수목으로 규정하여 미래의 보호수를 관리하는 조례를 만들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고 경상남도, 김해시, 전라남도 등에서도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국가차원의 법적인 보완도 필요할 것이다.

셋째, 어쩔 수 없이 옮겼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지만, 대부분 인간의 이기심과 잘못된 선택으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무들도 고향에서 살 권리를 인정해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노거수를 이식하는 일은 그만두자. 박물관이 유물들의 무덤이라고 부르듯이 나무는 그가 자라던 곳에 살도록 두면 좋겠다. 그리고 선진국처럼 작은 나무를 심어 큰나무로 키울 수 있도록 생육기반을 좋게 만드는 식재 패턴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노거수가 사는 장소는 생육을 위해 가급적 넓은 공간을 만들고 인간들도 그 속에서 쉴 수 있도록 하자.

큰나무를 이식하여 심을수록 고사율은 높아지고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훨씬 커진다. 작은 나무를 심어 크게 키우자. 그리고 노거수들이 그가 살던 곳에서 편히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노거수 생태법인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해본다.

밤나무의 고백
“나는 금세기에 태어났습니다. 1800년생입니다. 그것을 증명하는 출생증명서의 초본이 내 지갑 속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올해 70세가 되지요 당신들에게는 꽤 많은 나이가 되겠지만 우리 밤나무에게는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일족은 모두 장수하니까요. 수백 년도 별거 아닙니다. 나도 그대로 있으면 5, 6백년은 살았을 겁니다. 그 원수같슨 나무꾼의 도끼만 없었다면 적어도 2천 4백년경까지는 걱정없이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늙어 찌부러지는 일도 없이 기운차게 많은 열매를 맺으며 말입니다.” - 파브르 식물기
글·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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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dp@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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