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2022년 용산 국가공원은 안녕하신가?

양건석 논설위원(동아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2-04-20

 

2022년 용산 국가공원은 안녕하신가?



_양건석(동아대 조경학과 교수)
(사)100만평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 사무처장



3월 대선 직후 곧바로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대통령 집무실)를 용산국가공원으로 옮긴다고 발표하였다. 전국민적인 관심이 용산국가공원으로 쏠린 순간이었다. 이러한 빅 이슈는 공원을 계획설계하고 관리운영을 업으로 하는 조경인들에게는 ‘대공원 속의 대통령 집무실’이라는 명목으로 새정부의 핵심적 일터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급작스럽게 용산국가공원으로 밀고 들어 온 이슈를 우리는 정말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우리 조경인들은 용산 미군기지를 돌려받으면 역사적 흔적(상처)을 치유하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녹색영토를 제공하려고 했다. 용산국가공원특별법을 제정하고, 또한 국제 현상공모를 거쳐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위원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면서 새로운 땅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곳에 대통령 집무실(국방부소유의 부지) 계획은 애초에 없다가 단 3일만에 대통령당선인의 한마디 말에 공원의 모든 단계별 계획이 꼬이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시설로서 자리매김 할 대통령집무실은 그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관광객이나 시민이 멀리서 바라보는 위풍당당한 그림 같은 건물로서의 위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즉 대통령과 거기 일하는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는 공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산 하야리야 미군부대가 철수한 뒤 시민들이 노력하여 부산시민공원이 새롭게 조성되었다. 그러나 넓은 잔디밭과 다양한 숲을 가진 공원은 지금 다시 파헤쳐지고 있다. 부산지역 유력 국회의원들이 대규모 미술관 건립비용을 마련하였는데 유치할 땅이 없다고 이 역사적인 공원으로 밀고 들어와 공원을 건축물 터로 사용해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국가나 지자체는 공공시설(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체육관, 주민센터, 화장실, 주차장 등)을 유치할 때 가장 힘든 것이 지을 땅이 없어서(사실 도심에서 땅을 구입하는 비용이 많이 드니 땅이 없다고 한다.) 문제라고 하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공원의 가장 큰 덕목인 공공을 위한 오픈스페이스 시설을 그들의 눈에는 시설율이 남아도는 공원의 빈 땅으로 생각하여 뭔가 자신들의 업적으로 삼을 만한 것들을 들고 와서 승리의 깃발 꽂듯이 공원에 꽂아버리고 있다. 이것은 미래세대를 위하여 남겨 놓은 보물같은 땅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공원의 참맛을 모르는 업적주의자들의 어리석은 행동이 아닌가?

새로운 시대를 이끌 대통령집무실 이전에는 찬성한다. 당장 급하다면 이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에 계획되었고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어느 정도 완성된 국가행정도시 세종시에 대통령집무실용 땅이 마련되었다고 하니 그곳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행정수도 세종, 경제수도 서울’ 이러한 과감한 선택이야말로 북한의 장사포 공격으로부터 핵심시설을 방어하기 쉽고, 수도권의 미친 듯이 올라가 버린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시키고, 인구분산을 꾀하는 국토균형발전에도 도움되지 않을까?

윤 당선인과 5년 임기의 새로운 정부가 청와대 이전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남기고자 했을 때 우리는 100년 대계의 큰 그림을 가지고 뭔가를 실행한 대통령으로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면 안 될까?

안타깝게도 이미 이전비용 예산이 확보되고 국방부와 합참이 이사 가고 있다고 하니 이 칼럼은 공원을 뺏겼다고 하는 헛헛한 마음으로 뒷북을 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조금은 미안하고 서운한 감정으로 우리들의 녹색영토 용산국가공원에게 물어 보고 싶다. “2022년 용산 국가공원은 안녕하신가?” 
글_양건석 교수 · 동아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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