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에너지 위기와 데이터기반 그린인프라

김태한 논설위원(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2-11-22

 

에너지 위기와 데이터기반 그린인프라




_김태한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러시아는 23.3 bcfd(일일 10억 ft3)의 천연가스를 수출하는데, 이는 전 세계 LNG 시장 규모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출량의 72% 정도는 유럽 주요 경제국에 공급되고 있어 이번 침공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상황이다. 에너지 경제학적 측면에서도 자국의 이익이 우선되는 체제 고도화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일 유럽연합 의회에서 통과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는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EU의 수정안은 경제적인 국가경쟁력을 고려한 정치적인 셈법과 재생에너지만으로는 “2050 Net Zero”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관측에 근거한다. 탄소중립에 부합하는 친환경 산업분류 체계인 그린 택소노미 이외에 2024년까지 시범 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도 적용품목과 간접배출까지 확대되면서 국제경제권 내 국가들의 에너지 체계 제고를 가속화하고 있다. 탄소배출량이 높은 전력 생산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후변화대응, 순환경제, 생물다양성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을 그린투자로 분류하는 경향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중 기후변화대응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하는 경감(Mitigation)과 기후변화재해에 대한 사전대비 및 사후대응을 포괄하는 적응(Adaptation)으로 구분된다. 특히 도심 내 그린인프라는 식물·토양에 의한 탄소저감을 통한 경감과 집중강우, 열섬현상 등 기후변화재해에 대응하는 적응이 동시에 가능하다. 그린인프라의 다면적 기후변화대응 기능은 도시의 개발 이전에 생태적 기능성을 복원하는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수순환 체계 개선에 기여한다. 식생의 생리기작에서 물(H2O)은 지구 대기조건에서 안정적인 삼상변화를 통해 현열과 잠열에 의한 생태계의 에너지 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매개체이다. 


그린인프라와 에너지 생산·회수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다목적 수자원 활용(Blue Green Solutions (2017) Climate-KIC, Imperial College London)

EU EIT Climate-KIC의 “Blue Green Solutions”는 그린인프라와 연계하여 에너지의 생산과 회수에 기여하는 물의 도시환경 측면의 다면적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솔루션은 다양한 모델로 제공되고 있다. 수문 모델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에 대한 영향, 도시 물관리 전략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Multi-Hydro”, 생태학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의사결정지원도구로 사용되는 “Adaptation Support Tool (AST)”, 인구증가, 기후변화와 같은 다양한 시나리오가 반영된 물사용량 모델 기반의 도시 물순환 모의로 물과 에너지 사용량을 제고할 수 있는 “Urban Water Optioneering Tool (UWOT)” 등이 시민과 전문가 그룹에게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 

이와 같은 데이터 기반의 물순환 고도화 방안은 당면한 기후변화와 에너지체계 변환에 그린인프라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융합적 방안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이 물을 매개로 하여 진행하면서 데이터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오늘날 데이터의 중요성은 종교와 이념에 의해 존속되어왔던 사회적 통념을 해체하고 있는데,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이러한 현상을 데이터이즘(Dataism)으로 정의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정의하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핵심적인 지향점도 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도시의 문제해결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 밀턴킨즈는 오픈데이터와 상용데이터가 공존 가능한 데이터 마켓 개념을 도입하여, 데이터 거버넌스, 접근제어 모델 등 데이터 기반 경제구조에 대응하는 새로운 스마트시티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데이터 허브 구축을 기반으로 데이터 수집에서 공유에 이르는 원활한 흐름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데이터 접근을 일원화하여, 서비스 개발자에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이로써 데이터 기반 스마티시티 구축에 요구되는 다양한 수집원을 통한 데이터 확보와 활용이 가능한 거버넌스 및 DB 구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7년 시스템 구축 이후 150여 개 기관이 협업하는 스마트시티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여,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전략 프로젝트인 데이터 허브 플랫폼 구축 사업의 참고 모델이 되었다. 디지털과 접목을 통한 서비스 산업화를 지향하고 있는 스마트 조경산업이 참고할 수 있는 모델로 사료된다.
글_김태한 교수 · 상명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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