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공원 아닌 공원이 필요한 시대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3-01-10

공원 아닌 공원이 필요한 시대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미국 센트럴파크는 그 당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뉴욕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미국 최초의 도시공원이기도 하다. 1850년 당시 50만이라는 많지 않은 인구임에도 공원의 필요성이 주장되면서, ‘도심에서 자연으로 최단시간 탈출’이라는 옴스테드의 설계 철학이 들어간 공원의 토지매입비로 뉴욕주 의회가 지출한 금액이 740만 달러(현재 가치 약 2,700억)였다. 히지만 지금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반면 그로부터 160년이 지난 2015년 개장한 부산시민공원은 약 6,700억원의 사업비가 들었지만 그중 토지매입비가 4,700억이었다. 센트럴파크 3,4000,000㎡와 부산시민공원 470.000㎡의 면적을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지가상승으로 도시에 공원을 만드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공원일몰제가 가져온 큰 변화로 지정된 공원 중 토지를 매입하지 못하는 공원들은 대부분 해제해야 하고 남겨진 공원들도 토지를 매입하거나 공원활용계약, 보전녹지, 임차공원, 인가공원(공원유지 협약), 토지은행 그리고 민간공원특례사업 등의 복안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신규 공원을 지정하는 것은 고가의 토지 부담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브라운 필드와 같은 버려졌던 땅이나 공원화를 꿈꾸지 못했던 산업단지들을 공원화한 시애틀 가스워크 공원(Gaswork Park)을 벤치마킹하여 독일은 디스부르그노드 파크(Duisburg-Nord Park) 등 53개소의 공장들을 산업공원으로 문화관광벨트화 하였다. 도축장을 공원화한 파리의 라빌레트공원을 비롯한 이들 공원들은 우리나라 선유도공원, 삼탄아트마인과 같은 공원들에 추억 공감이라는 콘셉트로 영향을 주었다. 토지매입비를 최소화하고 공원조성비를 절감하면서 지역 자산을 활용하였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독일 디스부르그노드 파크
 

산업공원 문화벨트

최근 노후화된 도시 인프라시설을 활용한 공원으로 2009년 개장된 하이라인(1.6㎞)과 같은 폐철도부지 공원, 2017년 서울로7017(0.9㎞)과 같은 고가도로공원들이 새로운 공원 아닌 공원으로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다. 서울 경의선 철도와 포항, 마산, 부산 등 지역의 폐철도부지를 공원화하여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뉴욕 하이라인 조성에 영향을 끼쳤던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는 1969년 바스티유와 벵센지를 연결하던 철로가 폐쇄되면서 도시재생계획 Grand Project의 일환으로 계획이 수립되어 1994년 길이 4.7㎞, 면적 65,000㎡의 공원으로 최초로 폐철로를 활용한 사례가 되었다.


프롬나드 플랑테 상부 공원
 

프롬나드 플랑테 하부 상가

1976년 시애틀의 고속도로 위에 조성된 프리웨이파크(Freeway Park)도 도로로 단절된 지역을 연결하기 위하여 상부 덮개공원으로 연결했던 공원이었다. 2012년 미국 댈러스에서 개장한 클라이드 워런 파크(Klyde Warren Park)도 간선도로를 지하에 넣고 상부는 공원으로 조성하여 단절된 도시를 연결하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2010년 개장한 독일 뮌헨 테레지엔회헤(Thersienhohe)의 쿠아티어스프랏은 동네 광장의 의미로 두 지역을 단절하였던 철도 위를 덮어 16,800㎡를 공원으로 활용한 사례이다. 조성비용을 감안하여 상부는 경량재료를 사용한 모델로, 풍경디자인을 주제로 설계되어 대규모 식재나 시설은 하지 않았지만 단절된 두 지역을 연결하여 개방성을 추구하였다. 


독일 테레지엔회헤의 덮개공원
 

연결성, 개방성의 풍경디자인

부산의 감고개공원은 수정터널 입구의 개방된 도시고속도로의 소음이나 분진을 줄이고자 도로 상부를 덮어 면적 6,443㎡, 길이 180m의 공원으로 2019년 개장하였다. 단절지역 연결은 물론 지역 커뮤니티 공간이자 숲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전국적으로 도로, 철도를 활용한 선형공원들은 폐선이 되거나 내구연한을 초과하여 도로나 철도의 기능은 하기 어렵지만 공원화를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다. 도시 속의 입체공간으로서 연결성과 경관개선의 효과는 물론 녹지 속을 걸으면서 스카이 워크와 같은 분위기로 높은 곳에서 도시를 바라보면서 산책을 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1994년 개통된 부산의 동서고가는 남해고속도로에서 남구 문현램프까지 연결되는 10.9㎞와 1998년 연결 개통된 감만사거리에서 문현교차로까지, 3.1㎞ 우암고가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고가도로이다. 앞으로 지하고속도로와 BRT노선의 신설 등에 따라 고가도로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노후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철거예정에 놓이게 될 것이다. 찬반 논란이 있지만 4차선의 넓은 폭을 활용하면 공원뿐만 아니라 자전거도로를 병행하여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하늘 숲길과 같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장거리 선형공원의 잠재력을 가졌다. 교통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한 공원은 걷는 도시를 위한 시작이 될 뿐 아니라 도시의 새로운 녹지인프라로 변신하게 될 것이다.


부산 동서고가 현황(최대현 제공)
 

하늘숲길(Archi Pixel 서영훈 제공)


하늘숲길 1(Archi Pixel 서영훈 제공)
 

하늘숲길 2(Archi Pixel 서영훈 제공)
글·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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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dp@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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