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오삼이의 죽음, 그가 던진 메시지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3-07-11

오삼이의 죽음, 그가 던진 메시지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일제강점기(1910∼1940년) 해수구제 명목으로 반달가슴곰 1,076마리, 호랑이 141마리, 표범 1,092마리를 죽였다고 보고가 있다. 1950년대 이후 한국전쟁과 산업화과정에서 서식지 파괴로 많은 대형 육식동물들이 사라졌고 특히, 보신 문화의 확산으로 1972년 사냥이 금지되기까지 지리산 지역에서만 반달가슴곰 약 160마리가 남획되었다고 한다.

1980년대 설악산(10마리), 지리산(30마리), 오봉산(4마리), 오대산(3마리), 태백산(3마리) 등 50마리 전후였던 반달가슴곰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였고, 1983년 설악산의 마지막 개체가 밀렵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1990년대에는 지리산 5마리를 비롯하여 태백산, 오대산, 두타산, 매봉산, 비무장지대 등 21마리 정도가 서식할 것으로 추정되었고, 반달가슴곰은 명맥을 유지하였지만 표범과 호랑이 등 대형 육식동물들은 남한에서 대부분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1996년 환경부는 지리산에 반달가슴곰 5마리가 서식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지만 20년 내 멸종확률 98%라는 추정에 직면하면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복원기술 개발’이라는 복원연구를 추진하였다. 당초 지리산에 방사를 결정한 이유는 국립공원 중에서는 가장 큰 면적이어서 안정적인 서식처를 확보할 수 있고 3개의 국립공원사무소와 국립공원 생물종보전원의 전문인력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실제 최대 188마리까지 서식할 수 있으며 인근지역까지 확대한다면 1.5∼2배까지도 서식할 수 있다고 추정되었다.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 구성

2004년부터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부, 북한 등에서 반달가슴곰을 도입하여 2020년까지 50마리 이상 복원에 성공하면 100년 이상 존속할 수 있다는 보전추정을 통해 총 49마리를 지리산에 시범적으로 방사를 시작하였다. 최근 86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방사한 개체보다 출산한 개체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몇년 전 반달가슴곰계의 콜럼버스라는 별명이 있는 8세 수컷 반달가슴곰(관리번호 KM-53 Korea Male)은 2015년 처음 방사가 되었고 2017년 지리산이 아닌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이 되면서 관계 당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주민들과의 마찰을 우려한 당국은 마취총으로 생포된 반달곰을 지리산에 다시 방사를 하였고, 통행권과 정주권의 자유를 원했던 빠삐용은 2018년 다시 지리산 탈출을 감행하였고 다른 코스인 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나들목 근처를 지나가다가 버스에 치여 큰 부상을 입었고 다행히 수술을 받고 회복되었다.


오삼이를 환영하는 주민들의 마음

‘반달곰친구들’을 비롯한 반달곰을 걱정하는 많은 시민들의 요구로 지리산이 아닌 오삼이가 살고 싶어하는 수도산에 방사를 하였고 지역주민들의 환영 속에서 행동반경을 넓히면서 잘 살아가고 있었다. 또한 환경부에서도 가야산, 수도산, 민주지산 일대를 제2의 반달가슴곰 복원 서식지로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었고 지역에서도 환영하는 플랜카드를 붙이는 것은 물론 공존협의회 결성, 전문가 심포지엄, 주민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제2의 멸종위기종 복원지로의 기대감이 커갔었다.

오삼이의 활동반경이 넓은 이유는 짝짓기 경쟁에서 밀리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짝을 찾아 떠났다는 설과 타고난 모험심을 들고 있으며 실제 2019년에는 제2의 복원서식지에 암곰을 방사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실현되지는 못하였다. 


김천 등 수도산 일대 도시들의 반달가슴곰 공존 심포지엄

그리고 올해 6월 반달가슴곰이 일으킨 민가 재산피해(국가에서 보험으로 해결) 중 68%인 52건을 일으킨 오삼이의 발신기 교체를 위해 마취총을 맞은 ‘관심곰’은 도망치다가 계곡에 쓰러져 익사한 채 발견되었다. 현재 지리산에는 85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삼이의 새로운 복원서식지로의 이동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지리산권역과 김천 수도산권역에 사는 지자체, 주민들과 함께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였으며, 2단계 복원정책과 새로운 복원서식지 확대의 필요성을 온 몸으로 그리고 죽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지정된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 Yellowstone National Park도 1920년 늑대가 사라진 이후 초식동물의 급격한 증가로 숲생태계가 파괴되자 1995년 ‘늑대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숲이 복원되는 등 생물다양성이 증가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보호지역에는 나무만 있고 동물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반달가슴곰은 핵심종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최근에는 여우도 방사하는 등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반달가슴곰’은 도토리를 먹고 종자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 산포시키고, 거기에 배설물로 비료까지 제공해 주기 때문에 산림 생태계의 기능적 유지와 생태계 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깃대종으로서 나무를 심는 몇 안되는 동물 중의 하나이다.


2단계 복원정책 수립을 위한 전략 토론회

불의의 사고로 오삼이가 유명을 달리하였지만 반달가슴곰을 위협하는 요인들은 여전히 많다. 서식지 훼손과 파편화가 가장 큰 문제이며, 지리산은 물론 인근 반달가슴곰이 이동하는 인근 백운산에서도 올무에 걸려 폐사한 반달곰이 발견되는 등 불법엽구로 인한 피해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서식지가 탐방로와 겹치는 등 환경개선이 필요하다.


백운산 주민들의 올무제거와 반달곰지키기

미국이나 일본의 곰과 같이 위협적이지는 않으므로, 임신기나 어린 개체과 함께 있을 때만 조심한다면 큰 위협은 적을 것으로 생각되고, 도리어 반달가슴곰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도록 서식지 생태통로 등을 안전하게 연결하여 주면 서식지 확대는 물론 인간과의 접촉도 줄일 수 있으며 그들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지므로서 공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삼이가 그렸던 통행권과 정주권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서식의 권리를 주는 것은 인간만이 아닌 다른 생명과 공존하겠다는 우리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멸종위기종의 복원은 인간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사업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 제 329호로 대한민국의 탄생설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물로서 우리민족의 한반도 핵심생태축을 회복하여 먹이사슬의 최상위 단계인 우산종으로 생태계 조절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달가슴곰은 검은색 털에 V자형 흰무늬가 가슴에 있으며 크고 둥근 귀를 가지고 있으며 키는 170㎝, 몸무게 130㎏ 정도이다. 머루, 다래 같은 장과류, 도토리, 밤과 같은 견과류 등 각종 열매와 새순, 노루, 산양 같은 동물, 물고기, 꿀도 먹는 잡식성이다. 6세 전후로 출산을 시작할 수 있고 7∼9월에 짝짓기를 하고 착상지연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12월에 동면에 들어가며 210일의 임신기간을 통해 2-3마리의 새끼를 낳고 30년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


글·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다른기사 보기
kimdp@pusan.ac.kr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인포21C 제휴정보

  • 입찰
  • 낙찰
  • 특별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