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도시농업의 핵심 가치

송정섭 논설위원((사)정원문화포럼 회장)
라펜트l송정섭 회장l기사입력2016-06-09
도시농업의 핵심 가치



글_송정섭 회장(정원문화포럼)


올 봄 유난히 비가 자주 온다. 덕분에 지하수가 충분해 금년 농사도 가뭄걱정 안했으면 좋겠다. 계절은 슬슬 여름으로 치닫고 있다. 거리엔 이팝나무가 산엔 아까시나무 꽃이 한창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정원엔 철쭉에 이어 붓꽃, 꽃양귀비, 패랭이꽃, 말발도리, 산딸나무가 여름 시작을 알리고 있고 봄 내내 피었던 복수초, 수선화, 할미꽃, 매발톱꽃, 은방울꽃들은 이제 내년에 필 꽃눈을 뿌리에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다. 후대를 이어가는 건 건강한 자연이 갖고 있는 하늘의 섭리다. 부지런한 도시농부들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5월초 심은 고추, 상추, 들깨, 오이, 토마토 등 텃밭채소들이 눈에 띠게 빨리 자라고 잡초들도 이에 뒤질세라 조금만 방치하면 금세 풀밭이 된다. 

정원에서 자라는 꽃들을 보며 자연과 벗 삼고 자투리땅이나 텃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고... 농경문화는 우리 인류의 기원과 발달에서 늘 함께 해 왔다. 그래선지 사람들에겐 경작본능이란 게 있다. 봄이면 호미나 괭이를 들고 채소밭을 가꾸고 정원을 손 보고 베란다에 화분하나 더 들여놓고... 우리는 그들을 도시농부라고 부른다. 도시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농사활동이 이뤄진다. 베란다에서 신선채소 기르기, 가까운 마을텃밭에서 가족이 함께 농사짓기, 유치원 자연학습장이나 초등학교 학교텃밭에서 살아있는 생명학습 하기, 아파트 옥상이나 회사빌딩의 하늘정원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삼겹살 파티를 하는 것도 도시민들에게 로망이다. 도심의 다양한 공간에서도 쌈지텃밭이나 작은 정원을 만들고 겨울에도 보리나 밀, 유채를 심어 도시에 녹색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 아파트 거주로 인해 시멘트와 아스팔트 속에 갇혀 사는 도시민들에게 자연은 늘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다. 생활공간에 정원을 만들고 텃밭을 가꾸는 일은 자연을 내 곁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소득 2만불을 넘어선지 오래다 보니 도시민들이 량보다는 질 중심으로 삶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시내나 주택가에서 채소나 꽃을 기르며 심신의 위안과 안정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도시농업은 농촌농업과 달리 농사짓는 목적이 소득이 아니다. 농사가 취미, 여가, 학습, 체험 등을 위한 것으로 경작활동을 통해 먹고, 보고, 느끼며, 즐기는 것이며, 농업을 모르는 도시민들이 체험을 통해 농업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도시농업은 채소만 가꾸는 게 아니다. 실내외 정원가꾸기, 공동체 화단 조성, 학교 정원 등 꽃을 기르고 정원을 가꾸는 일도 도시농업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다.   

우리나라 도시농업은 2015년 기준(‘16, 농식품부)으로 텃밭면적은 850ha, 도시농부수 1,309천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텃밭도 92,133개소로 크게 늘고 있다. 도시농업 유형도 주말농장(개별 농장주가 운영)은 물론 스쿨팜(유아원, 학교의 화단, 계단, 옥상 등에 자연학습장), 공공텃밭(지자체가 운영하는 텃밭), 옥상농원(텃밭형, 상자형, 관상형, 허브용 등), 도시농업공원(지자체 관리, 농사체험장, 교육장 배치)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우리 가족이 먹을 신선채소 일부를 내손으로 직접 가꾼다는 매력 외에도 정서함양, 가족의 화합 및 단절된 지역공동체 회복에 기여할 수 있고 미래세대들에 대한 생명교육 효과도 뛰어나 도시 생활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따라서 식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는 책무를 갖는 하나의 생물종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도시농업은 환경을 생각하며 자연과 함께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먹을거리(고추, 상추 등 채소)도 좋지만 볼거리(한련화, 맨드라미 등 꽃)나 느낄거리(허브, 학교텃밭 등 교육)가 같이 균형 있게 발전되어야 한다. 한편 바람직한 미래도시의 구현을 위해서도 도시농업은 필수적이다. 미래도시에는 에너지 절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다양한 식물들이 살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이라면 사람들도 쾌적한 환경을 갖게 된다. 그래선지 요즘 도시에 그린홈, 그린빌딩, 그린시티 등 녹색을 표방하는 용어들이 많이 쓰이고 있으며, 상업용 빌딩내에 실내정원, 그린카페, 바이오월 등 그린 홈이나 그린 빌딩을 실천하는 공간도 점차 늘고 있다.

도시와 농업의 만남은 경제적·환경적·사회적·교육적 분야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경제적으로는 도시민이 농업에 친근함을 느낄 수 있어 농산물 소비증대를 가져오며, 농업에게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작용하여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유휴지와 건물 옥상의 녹화는 도시 공기질 개선과 함께 에너지 비용 절감을, 농지 자연순환은 폐자원 처리비용을 절감해 준다. 도시로 들어온 농은 대기를 맑게 하고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며 생태적으로 건강한 도시를 만든다. 사회적으로는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로, 다가오는 고령사회의 노인 활동공간으로도 작용하여 건강증진과 함께 서로 나누는 이웃의 정을 회복할 수 있게 해준다. 자연 속 교실로써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천혜의 놀이터이자 도시민들의 정서 치유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이제 막 부푼 도시민들의 정원사, 도시농부로서의 꿈은 식물 - 인간 - 환경이 공존하는 아름답고 건강한 도시 만들기로 연계되어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고투입 농사, 비닐이나 농약병이 난무하며 주변을 어지럽히는 일들은 이젠 그만해야 한다. 아파트에 살면서도 정원과 텃밭문화가 잘 정착되는 곳들이 많다. 수도권 아파트들의 경우 시민정원사들이 중심이 되어 아파트내 실버가든을 만들어 어르신들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어린이 자연학습장은 물론 동별 화단만들기 콘테스트 등 다양한 행사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라고 하는 그동안 잃고 살았던 공동체 문화도 착실하게 되찾아가고 있다. 

도시농업과 정원은 대도시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도농이 함께 사는 전국의 도농복합도시에도 꼭 필요한 아이템이다. 아파트 정원가꾸기, 도심의 크고 작은 다양한 공간에 쌈지정원 만들기, 도시 주말농장, 학교텃밭 등을 통해 정원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도농이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찾아 실행해 가야 할 것이다. 이런 앞선 녹색 생활문화의 실천은 결국 사람이 하게 되므로 시민정원사 양성도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농업, 자연, 경작의 가치를 아는 도시민들이 늘어나야 한다. 농업만으로 선진국이 되긴 어렵지만 선진국 대열에 있는 나라들은 모두 농업도 최고의 선진국이다. 국민의 먹을거리를 수입에 의존한 체 선진국은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사람은 알면 사랑하게 된다. 도시민들에게 농업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도시민들이 농사체험을 통해 원래 지니고 있는 경작본능이라는 유전자도 찾고 농업의 가치를 알게 하는 것, 바로 도시농업이 갖는 핵심가치다. 
_ 송정섭 회장  ·  (사)정원문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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