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누구를 위한 정원인가
글_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라펜트l남수환 실장l기사입력2022-06-23
누구를 위한 정원인가
글_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고 지방자치단체 또한 많은 단체장들이 교체되었다. 그 선거 기간 동안 많은 공약과 정책들이 발표되었고 저마다 차별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는 지자체의 환경과 특성을 고려한 여러 정책들이 제시되었는데, 특이하게 공통적으로 발표된 정책도 있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공간으로 여겼던 정원이다. 특히 국가정원은 다수의 후보들이 제시하였는데, 아쉬운 점은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정원은 순천만국가정원과 태화강국가정원 2개소가 지정되어 운영된다. 순천만국가정원이 국가정원 지정 이래 관광객 유치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다 보니 많은 지자체가 국가정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가정원 조성만으로는 순천과 같은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기엔 부족하다. 이들의 근본적인 목적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의 탄생은 순천만의 보전에 있었다. 순천시에서는 ‘순천’ 지명 사용 700년을 기념하여 순천만으로 이어진 완충지역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여 순천만의 보전을 계획하였다.
박람회가 끝난 뒤 순천시는 정원박람회장을 ‘순천만 정원’으로 명명하여 유지하였으며, 정원의 가치를 확인한 산림청에서는 수목원정원법을 공표하여 2015년 9월 5일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하였다. 한편, 태화강국가정원은 지방정원으로 등록 후 2019년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는데, 공업도시인 울산을 관통하는 태화강을 지속적으로 보전하기 위해서였다. 국가정원은 이들 두 국가정원처럼 도시의 환경과 자원을 고려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16일 국회에서는 국가정원의 바람직한 미래 비전이라는 주제로 토론회(주최:산림청, 김선교 국회의원, 주관:(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국가정원의 지정과 평가기준부터 확충방안, 국가정원의 미래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토론에 참여했던 패널들은 국가정원의 확충도 좋지만 국가정원을 추진하는 지자체의 목적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아울러 국가정원을 국민들이 온전히 누리기 위한 방법 또한 중요하다며 시민들에 게 끊임없는 정보와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하였다. 필자 또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하였는데 앞서 제시된 의견에 크게 공감한다. 단순히 관광객 유치를 위한 국가정원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정원은 참여의 공간이다. 어떤 형태로든 정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활동이 요구되며 이러한 행위가 정원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인 것이다. 또한 미래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인 관심과 수요가 있는 만큼 어떻게 국민을 참여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언제까지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를 마냥 부러워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행 법상 국가정원이 되려면 지방정원이 된 뒤 3년 이상의 운영실적이 있어야 한다. 또, 운영기간 동안 법률에 제시된 평가지표에 따른 평가에서 일정한 점수를 받아야 국가정원의 자격이 주어진다.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국가정원이 될 수는 없다. 국가정원의 자격은 평가지표를 보면 조금 이해가 된다. 정원의 조성부터 운영관리방법, 교육과 체험,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 정원의 활용도 등을 평가지표로 제시하고 있으며 각 항목마다 이용자의 만족도를 평가하고 있다.
정원조성과 운영은 물론이고 정원을 방문하는 국민들을 위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토론회의 내용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한다. 국민들에게 지속적인 참여와 체험 기회는 정원문화를 확산하고 성숙시키는 것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 지자체의 정원들은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원을 단순하게 식물을 구경하는 공간 정도로 여기지는 않는지 말이다.
국가정원은 지정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원을 누리려는 사람들에게 정원활동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원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정원은 단순히 녹지공간을 늘리는 정도가 아닌 지구적 차원에서의 비전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조경가이자 원예가, 곤충학자이며 작가이기도 한 질 클레망(Gilles Clément)의 저서 「커다란 정원」에서 클레망은 지구 전체가 하나의 큰 정원이고 우리는 지구를 돌보는 정원사라고 말하였다. 국가정원이라면 이 정도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국민들의 정원에 대한 수요와 관심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 글 _ 남수환 실장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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