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사가 지적해준 우리시대 공공정원

[기고]안명준 환경조경발전재단 사무국장
한국건설신문l안명준 조경비평가l기사입력2012-10-01

우리 도시에서도도시농사가 주목받고 있다. 쉽게 농토를 접할 수 없고, 외부에서 먹을거리가 날마다 공급되는 도시에서 농사가 주목받는다는 것은 일견 아이러니하다. 이것은 그동안 주의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재설정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그동안만들어진 것’, ‘버려진 것’, ‘알지 못하던 것사이에서 변화해 온 우리의 입장을 되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우리 도시에서 유행하고 있는 농사 욕구를도시농업으로 보는 것 이전에도시농사로 접근해야 함을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도시농사가 도시적 성찰의 단계를 지나 사회적공공정원(Public Garden)’에 대한 욕구로 확대되고 있으며 제도적 도입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하고 싶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웰빙, 친환경, 삶의 질, 녹색등이 개념적으로 고민됐고 일상 공간의 많은 부분이 실제 바뀌기도 했다. 새 천년에 들어서는캠핑, 전원생활, 귀농, 가드닝 스쿨, 도시농업등 새로운 열풍이 사회적으로 유행이고, 도시농사는 그런 주제들 중 자연물과 관련되어 가장 폭넓게 부각되고 있는 실천 욕구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는 본질적으로아름다운 삶에 대한 욕구미 개념의 일상적 실천이라는 배경적 전환이 깔려 있다. 도시민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은 형식적 아름다움에서 내용적 아름다움으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누구나 보기에 아름다움(이성 중심, 객관성)’을 찾는 태도에서아름답게 느끼도록 하는 것(감성 중심, 주관성)’, 즉 해석과 감상자 중심으로의 변화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객관적 아름다움 보다는 주관적 아름다움의 수용자 중심 가치와 태도(시민 중심, 의사소통적 합리성)로 우리 사회가 삶터를 대하는 관점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반영돼생태, 기억, 참여, 지속이라는 네 가지 주제가 주로 나타나는데 여기에는 참여와 공감각이라는 수용자 부상과 소통의 태도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도시농사가 결과물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과정에 먼저 의미를 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며, 사업이 아니라 문화로 받아들여짐을 지적해준다. 이렇게 볼 때 자연물에 다가가려는 시민의 욕구가 이해되며, 그것이 정치, 제도적 구호가 아니라 일상적 실천으로 먼저 용인되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설명된다.



"도시농사가 결과물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과정에 먼저 의미를 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며, 사업이 아니라 문화로 받아들여짐을 지적해준다."


따라서 우리시대 도시농사는 결과적으로 자연물을 다루는 정원의 대 사회적 기능 재설정을 요청한다. 지난 세기 우리에게 정원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어렵고 힘든 것이었지만, 현대 정원과 정원일은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가장 기초적인 행위로서, 누구에게나 자연에 대한 본성적 복고주의로 이해되고, 자연물을 통한 일상적 변화라는 측면에서 정원문화로 이해하게 한다.

 

그것은 첫째 자연물(인공물의 반대 개념으로, 자생성이 있는 자연속 다양한 동식물과 무기물)을 직접 다루는 행위로서, 둘째 인간의 의지와 요구에 따라 자연물을 활용하는 방식이며, 셋째 대체로 자연물을 선택하고 배치하고 유지관리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추구하는 모든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이러한 모든 과정이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커뮤니티) 할 수 있다는 점이 추가된다.

 

이처럼 현대 정원은 제3의 자연으로서 자연과 문화가 융합된 새로운 형태로 확장됐고, 이런 점에서 공공정원은 도시에서 자연물을 모두가 함께 다루고 즐기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시대 정원과 공공정원은 여기서부터 공원과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작게 보아 민간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정원을 일반에 개방한 것에서 시작하며, 넓게 보아 도시에서 자연물(자연적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민간 또는 공공의 정원과 공원, 건물과 오픈스페이스 모두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 자투리땅 활용, 환경복지 지원, 녹색인프라 구축 등에도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이미 도시에 살면서 삶의 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삶이란 관조의 태도가 아니라 참여의 생성적 태도가 주가 돼야 함도 널리 이해할 정도로 성숙했다. 이제 아름다운 삶을 실천하는 장으로서 정원이 부각되고 있고, 정원과 정원일이라는 것이 그다지 멀리 있지 않음도 알게 됐다.

 

자연과의 교감으로 새롭게 눈뜬 실천적 삶이 생산과 여가가 통합된 도시, 장소가 살아있는 도시로의 재탄생을 그려내고 있기도 하다. 도시농사 열풍이라는 화두는 우리 도시의 정원문화라는 측면에서 지난 세기 도시가 겪었던 ‘Park’ ‘Public Park’화와 같은 위상으로 ‘Garden’ ‘Public Garden’화를 요청한다고 하겠다.


출처: 한국건설신문(www.conslove.co.kr

_ 안명준 조경비평가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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