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 즐기는 “통합”, 창발적 협동인 “통합” - 1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라펜트l안명준l기사입력2018-08-07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Part 2: 14 통합(integration) 



모여 즐기는 “통합”, 창발적 협동인 “통합”

 



_안명준 오피니언리더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대표│조경비평가




통합Ⅰ:  경기융합타운, 모여사는 즐거움과 개발하는 즐거움...

전문분야(실행분야)로서 개발(development)은 지난 시대를 대표하는 개념어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반성적, 비판적 접근이 모르는 새 끼어드는 어휘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삶터의 기반부터 운영관리까지 그것은 없어서는 안 되는 방법론이자 철학이기도 했다. 공과를 따지기보다 여기에서는 새로운 변화, 또는 적응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미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변화는 시작되었다. 그 현황을 추적해 보자. 그리고 그 중심에 경관이 자리하고 있음을, 정원이 끼어들고 있음을 또한 통합설계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음을 살펴보자.


채워야 할 터, 묶여야 할 의지
광교신도시는 인연이 많은 곳이다. 학부 시절 처음으로 조경(site)을 공부하던 곳이고, 조경(planning)이 중심이 되어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간접적이나마 참여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산천이 변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새겨볼 수 있는 곳이었고, 세계적 조경상까지 수상한 자랑할 만한 조경(urbanism)의 도시로 성장한 것에서도 그럴만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번에는 도시, 건축, 조경이 통합적으로 접근하여 친환경 단지 건설을 추진하는데 참여하게까지 되었으니 개인적인 인연이 정말 남다르다. 소회까지 밝히며 이곳에 주목하는 것은 그 만큼 그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았다는 점과 공공건축물에 새롭게 추진되는 시범적 접근들이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경기융합타운은 여러 모로 살펴볼 사항이 많은 시범적 대상지임에 틀림없다.

우선 입주 주인공부터 보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데, “경기도, 경기도의회, 경기도 교육청,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기도시시공사, 경기신용보증재단, 복합도서관, 초등학교 그리고 잔디광장과 주차장 등”이 그들이다. 약 12만㎡의 면적에 이렇게 많은 주인공들이 들어서게 되는 곳이니 설계부터 시공, 추후 유지관리까지 쉽지 않은 통합의 과정이 절실한 것도 틀림없다. 그래서 경기도시공사가 전반적인 사업 진행을 맡으며 그 과정에서 총괄건축가(Master Architect, MA)를 지정하여 원활한 운영과 통합적인 진행을 도모하고 있고 여기에 시민위원회의 참여도 진작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입주 기관들의 면면을 보면 알겠지만 그 성격과 요구 사항이 얼마나 다양하게 나타날 지는 짐작할 만하다. 그런 만큼 새롭게 들어설 장소는 공공성을 기반으로 여러 업무적 효율성이나 친환경적 건축, 도민 참여의 기법 등 여러 사항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통합하느냐가 관건인 곳이다. 

최우선적으로 의사결정의 과정을 투명하면서도 공정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공공청사이므로), 입주 기관들의 업무나 기능을 최대한 지원해야 할 것이며(업무단지이므로), 도민들의 참여와 주변 주민들을 위한 개방된 공간이어야 하며(신도시 내 공개공간이므로), 대형 단지 개발의 시범 사례로서 친환경 건축 기술을 효과적으로 구현하여야 할 것이며(친환경 건축을 지향하므로), 무엇보다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상징적 장소여야 한다.(새 이전지이므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여러 요구와 다양한 의지가 전체를 전제로 통합되어야 할 대상지라는 것이다. 세종시 개발 사례가 비슷해 보이지만 면면을 보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다른 사례로서 이런 경우는 국내에 없었다. “역대급 스펙의 복합청사”라는 기사가 무색하지 않다.


공개된 경기융합타운 마스터플랜(경기융합타운 홈페이지)


친환경 건축 실현 전략(너무 많은 생각 그리고 다가오는 데드라인)
모여 사는 터이지만 용도와 삶의 방식이 달라 요청되는 기능도 다른 곳이 이곳이다. 각자의 생각들이 하나의 도시공간으로 펼쳐지기에는 크기도, 깊이도, 넓이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공유해야 하는 사항이 많다. 요소로 나누어 보면 조금은 쉽게 통합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으나 건설의 전통적인 구성 요소들은 많이 논의되기도 하기에 잠시 접어두고 혁신을 추구한 사례로 “친환경 건축 전략” 하나만을 살펴본다. 이것은 전략 요소라고는 하지만 세부 요소들을 통합하는 방법론이기도 하고, 사실 전체를 다루는 관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구분하거나 따로 떼어볼 수 없이 공유해야만 하는 도시 공간 요소의 특징 때문일 것이다.

경기융합타운 친환경 건축에서 접근 기준으로 삼은 것은 G-SEED, LEED, BREAM, SITES 등의 평가체계였다. 여기에서는 공통적으로 크게 10여 가지에 이르는 범주를 구분하고 그것을 실현하고 있는 수준을 평가하여 전반적인 등급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구현하고자 하는 건축물의 미래 모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빠진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을 기술적인 사항까지 세세하게 가이드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구현의 정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등급을 획득하여 일정한 인센티브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혁신적 통합단지의 모범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선도적이라 할 수 있다.


논의 중인 경기융합타운 초기 이미지(경기도 홈페이지)

국내 건축물 평가의 대표 체계는 녹색건축인증제도(G-SEED)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보완이 꾸준히 요구되고 실제 일부에서는 보완이 진행되고 있을 만큼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런 점에서 한참 뒤 준공시점에 보편화 될 신기술을 감안한다면 현시점에서의 한계가 분명하였기에 관련된 해외 기술이나 기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외 기준을 그대로 맞출 수 없는 현실적 상황과 평가가 완료되는 준공시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만으로는 모범적 사례라 하기에 부족함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등급 획득이 목표이나 예산 문제, 기술 구현의 문제 등을 감안하여 관련 기준들이 우리 상황에 적합하게 보완되고 그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도록 수립되는 전략이 우선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친환경 건축 관련 가이드라인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단지에 적용된 수준과 보완할 수 있는 여지를 진단하는데 주 임무를 두고 옥외공간의 경우는 별도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했다. 경기융합타운의 친환경 건축 전략은 우리 실정에 적합하고 최신 시술을 고려하였으며, 입주기관 간 상충이 최소화되도록 통합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다.

세세하게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 실정에 적합한 친환경 건축 전략을, 그것도 여러 주인공들을 한 데 묶어 통합된 지향을 공유하여 수립하는데 중요한 방법론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버전별로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있어 향후 통합적 설계를 추진하고자 하는 경우 적용을 확대하여 참조할 수도 있다. 또한 국내 기준의 미비한 사항들은 형식적인 가이드로 그칠 것이 아니라 최신 기술과 기준을 반영하여 혼선을 방지할 필요도 있음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경기융합타운 통합 추진체계(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자료)

이제 시야를 돌려 조경 부문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자. 여기에서 주로 보려는 SITES의 경우 대표적으로 살펴볼 만한데, 오픈스페이스에 집중한 아직까지는 유일한 평가체계이기 때문이다. 인증 체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또는 향후의 통합설계에 있어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읽을 부분이 많다. 경기융합타운에서는 적용되지 못하였지만 통합설계 방법론으로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분영하다. 이 자리에서는 간략히 그 체계만을 평가표를 통해 짐작해 보기를 바라며 간략히 소개한다.

최근의 평가 및 인증제도는 기존 최소 기준 충족 중심의 심사가 아니라 목표로 하는 사항을 만족하거나 충족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기술의 제공, 새로운 혁신적 시도의 유도 등 능동적인 적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성능 중심의 접근 방법과 유동적인 평가체계 적용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조경 분야에서의 경우 옥외공간이라는 특성상 규격화하거나 정량화하기 어려운 사항이 많아 건축물과는 달리 어려움의 수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옥외공간에 대한 혁신적 접근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통합적 평가를 가능케 하는 제도들이 등장하였고,  SITES와 LEED는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SITES의 각 항목의 평가 연계 예시

기본적으로 SITES는 많이 알려져 있는 LEED와 상호보완적이다. 차이는 LEED가 건축물에 초점을 둔다면 SITES는 옥외공간(조경공간)에 더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LEED 인증제도의 경우 건물과 그 건물이 위치한 부지에 적용되는 반면 SITES 인증제도의 경우 예외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건물을 제외한 장소 어디든 적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둘은 많은 부분이 겹치면서도 각자의 특성에 적합한 특성 또한 별도로 가지고 있다.

SITES의 평가 항목은 일정 규모 이상의 조경 공간에 적용되는 10가지 항목과 그 하부 상세 평가 기준으로 나뉜다. “1. 대상지 맥락성, 2. 사전 설계 평가 + 계획, 3. 대상지 설계 – 물,  4. 대상지 설계 - 토양 + 식생, 5. 대상지 설계 - 자재 선정, 6. 대상지 설계 - 건강 + 웰빙, 7. 시공, 8. 운영 + 유지관리, 9. 교육 + 성과 모니터링, 10. 혁신 또는 모범적 성과” 여기에는 필수 사항과 획득 가능한 점수가 세부 항목별로 구분되어 제공된다. 200점을 만점으로 70점 이상이면 등급획득이 가능하고 135점이 넘으면 최고 등급인 플래티늄을 획득할 수 있다. 항목에서 보듯 설계 이전부터 과정, 이후 모니터링까지 쉽지 않은 과정들이 평가에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하면 G-SEED의 조경 관련 부분은 매우 제한적이며 거의 조경의 분야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까지 볼 수 있을 정도이다.


SITES의 조경공간 평가표

10가지의 범주로 나뉜 평가 항목은 대상지의 특성에 집중하되, 조경의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세부 요소 및 사항들에 대해 살펴보고 적합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로써 획득한 등급은 이 장소가 얼마나 적합하게 만들어졌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경기융합타운의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는 없었으나 여기에서 제시한 여러 가이드라인이 참조되어 융합타운의 통합적 설계 전략으로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섞이지 않는 전문성, 부족한 방법론: 그리드락 도시의 결정장애
넓은 부지에서 많은 분야가 통합적으로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점은 저마다 각자의 전문성이 깊이도 다르고 방식이나 결과도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이것을 또 하나로 묶어 생각해야만 하는 실무진으로서의 총괄계획가가 따로 있다고 하더라도 수차례 회의를 거듭해야 할 만큼 그것은 쉽게 묶이지 않는다. 하드웨어적인 부문만 해도 이럴진대 소프트웨어적인 부문이 가미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일례로 여기에 들어서는 도서관 운영 관련 사항이나 자전거 활성화 프로그램 같은 것들은 전반적인 공간 조성과 프로그램 흐름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문제만 드러나는 셈이고, 해야 할 고민들만 분명해지는 양상이 흔하여 물리적 구현이 시급한 입장에서는 설계도의 보완과 시공 일정에 조급해지기 일쑤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문제들은 어느 한 주체의 리더십에 의해 결론이 도출되곤 한다. 우리에겐 아직 합의를 이끌어낼 공평무사한 방법론이 존재하지 않으며, 어쩌면 그것은 계속적으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까지와 같이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을 개발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흐름에서의 변화 또는 진화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실천의 도구는 충분하지만 생각 또는 방법론이 부족한 아이러니를 타계할 창발적 접근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통합(성)은 그 대안적 시각일 수 있다. 융복합이 아닌 통합적 시각은 지금 우리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반성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각자를 인정하며, 각자의 성취를 존중하며, 협동과 협의를 이야기할 때인 것이다. 통합은 각자가 주인공인 모두에 대한 통찰이기 때문이다.


* 그림과 도표는 관련 기관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인용하였으며 SITES 평가표는 필자 번역본임.

_ 안명준  ·  조경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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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plusg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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