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으로 즐기는 경공(景空), “생각”으로 그리는 환장(環場) - 1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라펜트l안명준l기사입력2018-08-24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Part 2: 15 생각(think) Ⅰ



“생각”으로 즐기는 경공(景空), “생각”으로 그리는 환장(環場)

 



_안명준 오피니언리더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대표│조경비평가




생각Ⅰ:  생각이 가득한 ‘경공환장’, 수원시 2013년 금호동마을계획단...

그간 연재를 통해 짚어본 생각들을 정리하며 그 생각들이 싹트고 성장하는 삶의 현장을 통합적으로 살펴보자. 삶터로 생각들을 집중해보려는 것이다. 나아가 각자의 생각이 경관과 공간이 되고 그렇게 풍성해진 마을이 환경과 장소가 되는데 어떤 방법으로 실천(실행)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장소만들기는 결국 삶터를 되돌아보는 일이고 도시재생은 결국 마을 재생이자 삶터 재생임을 ‘생각(rethink)’해 보자. 아니 그것도 결국 생각(paradigm)의 전환(shift)이고 생각(concept)의 결과(consensus)임을 되새겨 보자.


삶터를 읽는 눈, 경공환장!
수원시는 4개 구 40여 행정동을 중심으로 13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의 대도시이다. 광역시가 될 규모임에도 별도의 지위를 부여받지 않아 규모에 비해 여러 단점과 이점을 모두 갖춘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시의 정책 시행에서 국내 비슷한 규모 도시들에 비해 특이한 점이 많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마을르네상스”, 즉 수원시만의 독특한 마을만들기 브랜드인 이것은 수원형을 넘어 한국형 도시재생의 모범적 사례라 할 만 하다. 그 세세한 이유와 구체적 내용은 다음 기회에 살펴보도록 하고, 여기에서는 그 중 하나로 진행된 마을만들기 교육과 그것을 통한 마을사업의 발굴과 추진 과정을 집중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013년,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러한 방법론이 동시에 다각도로 검토되는 기회가 되기를 생각해 보면서 말이다.

2013년 수원시 마을르네상스 마을계획 수립은 각 동을 기준으로 여러 팀을 선발하고 각자 개별 튜터와 조교를 배정한 상태에서 수상팀 실행(예산 지원)을 전제로 심화 교육과 함께 시작되었다. 각 팀은 마을을 대표한 마을계획단원으로 선발되어 활동하며 기본적인 교육을 이수하였고 사업화 가능한 다음 단계의 기초적인 마을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 중 한 팀에 참여하여 몇 달 간 수 차례 주민센터에 모여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한 학습과정과 의견 수합의 과정이 이어졌고 각 구별로 모여 종합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 과정에서 주최 측 제공 자료는 짜임새 있는 구성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웠기에 보완해가며 진행해야 했다. 또 제공된 기본 교육과정을 개선하여, 마을을 읽고 마을을 계획하는 과정 자체를 시범적으로 진행하였기에 다른 팀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교육과 실습이 이루어졌다. 잘 해주신 마을계획단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그 결과 또한 좋아 우수상까지 수상했으니 더할 나위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 사례를 통해 적용된 방법론이 어떤 효과가 있었는가 생각해보는 것이고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 계승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리라. 도시재생에 대한 수많은 생각과 입장이 있지만 거주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마을계획과 마을사업에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말 많고 탈 많지만 그래도 이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마을만들기 사업, 도시재생 사업에 새로운 생각이자 도시신생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


금호동 마을계획단의 아이디어: 마을 경공환장 분석과 “칠보산마을연구소” 설립
처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은 생각들을 그저 펼쳐놓는 것이 아니었다. 마을을 이해하고 마을을 읽는 시각부터 공유해야 했다. 목적과 이유,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서라도 비슷한 수준의 시각과 시점(공유되는 관점)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아야 할 사항이고, 특히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도시 마을에 있어서는 주민들의 부정적 선입견을 교정해 줄 객관적인 관점의 형성에 꼭 필요한 과정이자 절실한 방법론이다. 따라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마을에 대한 이해의 시각을 교육하는데 주어진 프로그램을 심도 있게 보완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의사결정을 준비할 수 있는 토대를 준비해 나갔다. 

먼저 주어진 교재를 바탕으로 확장된 마을 읽기의 시각을 도시에서 성장하고 있는 마을문화, 정원문화에 입각하여 접근하고자 하였다. 마을이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는 점은 기본 교육을 통해 충분히 이해되고 있었고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금호동만의 지역적 특성도 감안할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해야 했다. 핵심만 밝히자면 가꾸기 문화가 결국 마을만들기의 배경이고 어울림 문화가 결국 도시재생의 방향임을 교육하고 공유하였다. 기본적인 사항은 그렇게 공감을 얻었지만 문제는 이제 시작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분석과 실행으로 옮기느냐 하는 것은 생각의 사업화에 있어 관건이 된다.

<금호동 마을계획단 운영의 특징>
   - 사업 발굴을 위한 사전 교육 및 추진과정 공유 => 마음 맞추기
   - 마을계획 수립에 위계와 추진 체계 도입 => 단계별 추진 고려
   - 사업 구체화에 새로운 실용적 접근법 도입 => 우리마을 경공환장 분석
   - 물리적 개발보다 인문서사중심의 마을상 공유 => 미래모습 공유
   - 사업 실현을 위한 개별 단위 실행 방안 모색 => 지속적 추진 고려

금호동 칠보산마을신문

마을사업 발굴을 위한 주민들의 생각을 펼쳐놓기에 앞서 그 생각들의 단초를 확인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경관, 공간, 환경, 장소는 마을을 읽고 파악하는데 중요한 분석 키워드로 실험되었고 경공환장에 기반하여 마을의 장단점을 막연한 SWOT 분석이 아닌 실질적인 위상과 현장의 문제 및 현황으로 종합하고 파악할 수 있어 성공적인 모델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금호동 마을계획 진행과정과 수립된 마을의 미래상







금호동 답사 후 경공환장 분석 과정과 결과

다음 이렇게 현장을 읽고 나니, 생각의 단초가 많아서인지 마을계획과 마을사업은 일사천리였다. 문제들과 가능성이 한 눈에 정리되었으니 생각이 펼쳐지는 것 또한 어렵지 않게 진행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을을 전반적으로 읽고 함께 사고할 수 있었던 점은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었다. 그중에서도 막무가내식 의견 개진은 찾아볼 수 없고 스스로 문제들의 현황을 비교분석하며 순위를 정할 수 있는 수준까지 논의가 진행되었다는 점은 큰 수확이었으며 의사결정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주어진 예산 내에서 실행 가능한 사업을 결정하는 것도 이처럼 구체적인 현황 자료와 그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발견한 문제에 기반하여 공유하는 마을의 미래상을 직접 설정하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과 의사결정 시스템을 고민하였다는 점이다. 함께 공유하는 마을의 미래상은 개별 사업들을 체계적으로 재배치하고 순위와 단계를 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은 ‘경공환장’에 입각한 현장 분석과 문제 공감, 해결책 통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을사업 논의 및 중간발표 모습
 


세부적으로 설정한 마을의 미래상


마을연구소 체계 및 정리된 마을사업 사례

다음으로 생각이 모이고 쌓이자 체계적이고 창의적인 접근도 이루어졌다. 1회성으로 끝나기 쉬운 마을사업이 꾸준히 지속될 것을 무엇보다 고민하게 된 것이다. 생각과 아이디어는 계속 이어졌고 드디어 마을계획단은 마을연구소를 설립하여 꾸준히 마을문제를 고민하고 마을사업을 발굴하여 지속하는 방안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이름하야 “칠보산마을연구소”가 그렇게 탄생하게 된다. 일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지만 개별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는 핵심체 역할도 부여되었다. 그렇게 되니 이제 마을을 읽고 마을사업을 모색하는 우리 팀원들에게 희망과 의지가 처음과는 다르게 실효성 있게 재설정되기 시작하였다.
 

별 마을계획단 중간발표 모습

마지막 단계로 최종 발표를 위해 이제 생각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간 논의되었던 마을사업들은 마을연구소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제의 발굴과 시급한 사업의 진행, 홍보와 교육 등이 체계적으로 재정리되었다. 구심점이 생기고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희망은 그렇게 모든 팀원들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우리 팀이 만든 마을계획은 체계와 내용에서도 짜임새 있고 어디 내놓아도 자신 있는 사업계획으로 수립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쟁과 성적에는 집중하지 못한 단점도 있어서 우리 발표가 마을 축제처럼 시끌벅적하지는 못하였다. 그것은 신흥 개발지가 많다는 측면 때문이기도 했으나, 어떤 면에서는 면적이나 주민 수나 몇 가지 측면에서 신명나는 마을 화합의 장으로까지는 승화되기에 힘이 모자랐음을 보여준다. 


마을계획안 최종 평가 행사 모습

동별 마을계획 최종 발표는 구별 2팀씩이 사전 선정되어 각 마을별로 열띤 응원과 현장투표, 종합심사 등의 행사로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칠보산마을연구소의 마을계획안은 종합 2등에 해당하는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내용면에서는 월등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주민들의 참여도와 응원 열기, 행사라는 특성 때문에 아쉬운 우수상에 머물러야 했다. 이후 사업은 심화 과정을 한 번 더 거치고 실제 사업 지원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후 지금까지 칠보산마을연구소는 꾸준히 마을을 고민하며 운영되고 있다.


경공과 환장으로 그리는 마을, 그리고 생각의 통합
우리는 모두 살아온 이력이 다르다. 생각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공유하는 삶과 그 삶터를 마음껏 만들어보라고 주어질 때 우리는 그 생각들을 어떻게 펼치고 모으는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하였다. 주어진 대로, 누군가 만들어준 대로 우겨넣듯 살아온 것이 지난 시대의 자화상이다. 그런 도시지만 이제 우리는 스스로 주인공이 되었음을 느끼고 깨닫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은 모르지만 우리 스스로 삶터를 가꾸고 돌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의 여유도 충분하다.

그러나 이격된 생각만큼 그것을 지원하는 생각의 체계는 아직 낯설고 부족하다. 여전히 생각 없이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쓸데없는 걱정과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힐 때도 많다. 의심과 불신이 먼저인 안타까운 상황이 많은 것은 그것까지도 충분히 생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법론과 토대가 되는 기법을 경험해보지 못한 때문이다.

이제 변화된 도시에서, 삶과 마을을 이야기로 꽃피울 줄 아는 우리들이 이렇게 많아진 만큼, 자본과 물리적 구조물로 채우는 도시가 아니라 공감과 소통, 각자의 이야기가 가득한 삶터로 이끌 수 있는 생각의 체계와 생각의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시대 마을의 전문가들이 할 일은 주인공을 불러내어 그런 생각을 하게하고 그런 생각이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일 것이다.


* 본 프로그램은 조교로 활동해준 마을계획가 김화령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추진될 수 있었습니다.

글·사진 _ 안명준  ·  조경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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