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생산의 사회와 “환경” 스트레스 - 1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라펜트l안명준l기사입력2018-04-20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Part 2: 12 환경 Ⅰ



과생산의 사회와 “환경” 스트레스

 



_안명준 오피니언리더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대표│조경비평가




환경Ⅰ:  작은 환경과 큰 환경, 굴업도에 담긴 이야기...

환경은 물리적 개념이다. 그 말은 물리성(물리적 성질)을 본질로 한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근대적 사고와 맞물려 흔히 분해와 분석적 접근이 주로 이루어진 개념이다. 이제는 환경이라는 말이 쓰이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편하고 쉬워진 개념이지만, 일상적으로는 여러 관련된 어휘와 동시에 혼용되기도 한다. 우리시대의 환경은 어떤 개념일까? 혼선이 쉬운 일상에서 벗어나 우선 ‘환경’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범주화 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서해의 천연기념물 굴업도
인천에서 서쪽으로 약 90㎞ 거리에 있는 굴업도는 한국 서해의 많은 섬 중에서도 독특한 인문경관,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중국 대륙과 한국 반도 사이라는 지정학적 위상에, 미시적으로 보면 해발 100m 이내의 굴곡이 많은 지형과 해안사구, 독특한 생태계가 특징이다. 또한 서해의 조수간만에 따라 시시각각 지형이 변화하고 물길과 바람길, 모래길도 그에 따른다. 이곳을 살펴보는 것은 섬을 이해하고, 섬에 적응하고, 섬을 다루는 역사적 과정에서 환경을 다루어온 우리의 태도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곱씹을수록 현대 환경 문제의 주제들이 새로워지는 이곳만의 특징도 한 몫 한다. 
 

옹진군 굴업도 전경(항공사진: 굴업도 건축공모전 자료 중)

굴업도(掘業島)는 ‘오리가 물 위에 떠서 구부리고 있는 모양’, ‘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모양의 섬’ 등 섬의 형태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서해 최전방이라는 위치 때문에 자연적, 인문적 특성이 섬에는 그대로 유적으로 남아 있는데, 신석기 시대의 패총이 쉽게 무더기채로 발견되는가 하면 먹이가 풍부하여 다양한 새들과 독특한 사구습지에 서식하는 생물상이 유명하고, 병인양요, 왜구 침탈, 선박 대피소 등 어장근거지로서의 오랜 역사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1990년대 중반 방사성폐기물 시설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환경 쟁점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환경 보전에 대한 지역의 노력과 지질학적 문제로 인해 이후 관련 계획이 철회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굴업도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면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빼어난 자연환경으로 인해 개발 압력이 상당해져 섬을 통째로 레저시설화 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기도 한 것이다. 최근에는 그 아름다움이 더욱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관광지로, 야영지로 방문하는 곳이 되어 또 다른 환경 문제가 지적되곤 한다.

굴업도는 섬 자체가 가히 천연기념물이라 할 만한 곳으로 지질학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도, 지리학적으로도, 경관적으로도 한국의 수많은 섬들 중에서 독특한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환경 개념과 관련한 두 가지의 측면에 집중하여 살펴보자. 그것은 환경 개념의 방대한 분화를 크게 이 두 가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고 굴업도가 이를 또한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굴업도 관련 주요 시대별 이슈(자료: 안명준)


‘환경자원’으로 보는 굴업도
환경은 자원으로서 먼저 이해되고 쓰여졌다. 이것은 ‘자연’과는 달리 환경 그 자체가 인간 생존의 쓰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굴업도는 여러 환경자원들이 천연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지적되고 보존의 근거로 작용한다. 굴업도는 실제로 가히 그럴만한 환경 요소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지형적 특성을 먼저 살펴보면 산지, 해안, 기타 등으로 구분되어 여러 요소들을 구분할 수 있다. 산지 지형은 암석돔, 토르(암석의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독특한 암괴)와 나마(풍화로 형성된 암괴의 구멍, 풍화혈), 판상절리, 급경사지, 완경사지, 평탄지 등이 북동부 덕물산과 연평산, 남서부 개머리능선 등 각각 경관적 차이를 확연히 보이며 펼쳐져 있다. 해안 지형은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가히 섬 전체가 야외박물관이라 할 만큼 다채로운데, 해식애, 파식대, 해식와, 시스택(sea stack), 시아치(sea arch), 해안타포니 등의 해안침식지형이 골고루 섬 전체에서 관찰되며, 특히 토끼섬을 중심으로 발달한 해식와는 규모와 형태가 독특하여 국내에서도 주목되는 지형이다. 사빈과 해안사구, 역빈, 사주, 간석지, 협곡, 해안사구습지 등의 해안퇴적지형은 큰말 해변과 목기미 해변을 중심으로 넓게 분포하며 목기미 해변 북동부의 산태(풍성사구; 바람에 의해 형성된 모래언덕)는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탁월하여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이뿐만 아니라 자연교, 단층, 교차상절리, 인공습지와 사구배후습지, 응회암노두, 집괴암노두, 화강암노두, 암맥, 휴경지 등의 지형적 특성이 골고루 나타난다. 낯선 용어가 많지만 중요한 점은 이만큼 다양한 지질학적 특성을 보이고 있어 지질공원이하 할 만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섬의 여러 환경적 요소 중 지형적 특성은 관련 논문에 따르면 섬 전체적으로 해식애의 발달이 특이하다는 점에 근거하여 지형을 7개의 지형구로 구분하기도 한다. 여러 환경 요소들이 이 7가지의 지형적, 경관적 특성에 따라 범주화 되는 셈이다. 1 지형구는 경사가 완만한 평탄지의 특성을 보이는 개머리능선 평탄지이다. 목본류보다 초본류가 우점하여 초원 경관을 형성한다. 2 지형구는 섬 중앙부 마을을 감싼 형태의 완경사 구릉지이다. 3 지형구는 큰말 해안퇴적지형이다. 조수간만에 따라 간석지가 드러나 토끼섬과 연결되기도 하는 곳으로 풍화지형이 잘 발달하고 있다. 4 지형구는 토끼섬 해안침식지형으로 섬을 대표하는 특징을 가진다. 다양한 해안침식지형을 가지고 있어 천연기념물 지정이 논의되기도 한다. 5 지형구는 섬내 섬인 동섬과 서섬을 연결하는 목기미 해안퇴적지형이다. 사빈, 사주, 간석지, 산태, 사구습지 등 해안 퇴적 양상을 모두 관찰할 수 있다. 6 지형구는 급경사 암석산지에 해당되는데 연평산 화산암 돔이 해당한다. 섬에서 가장 험준한 산세를 보이는데 붉은 모래 해변과 해식와가 큰 규모로 발달해 있다. 7 지형구는 덕물산 화산암 돔으로 급경사 암석돔을 이룬다. 섬에서 가장 고도가 높으며 해식애와 풍화혈이 발달해 있다. 


굴업도의 자연환경(자료: 관련 논문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필자 보완)

굴업도는 지형적 특이성과 그 가치가 먼저 부각되기 때문에 위와 같이 범주화하여 정리할 수 있다. 가히 지오투어리즘을 생각할 만큼 충분한 접근 시각이다. 여기에 생태적 특이성과 그 자원적 접근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 다룰 수는 없으나 연구에 따르면 목기미 연못사구습지에서만 수서생물종 담수어류 1과 2종, 양서류 2과 2종,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19과 35종 등 총 22과 39종이 관찰되었다. 미꾸리(Misgurnus anguillicaudatus)와 미꾸라지(Misgurnus mizolepis) 1과 2종, 사구습지에서 양서류(amphibian) 2과 2종으로 청개구리(Hyla japonica)와 맹꽁이(Kaloula borealis)도 볼 수 있다.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benthic macro-invertebrate)은 19과 35종이 관찰되는 등 일시적으로 담수화되는 해안사구습지에 민물고기와 수서곤충 등이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는 점을 알려준다. 여기에 이러한 환경을 지원하는 식생 환경도 주목할 만한데, 물푸레나무, 이팝나무, 서어나무, 참나무, 해송 등의 숲과 엉겅퀴, 금방망이, 억새 등의 군락, 좀보리사초, 통보리사초, 갯그렁 등의 사구초지와 사구습지 등이 주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굴업도의 사구식생은 반드시 보전할 필요가 있다는 계획안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굴업도에서 발견된 자생 이팝나무 군락의 가치를 산림청에서 인정한 바 있고, 희귀식물로 분류되는 갯방풍, 초종용(Orobanche coerulescens Stephan), 두루미천남성과 병아리꽃나무, 헛개나무 등이 산림유전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기도 하였다. 주요 동물로는 송골매(매), 구렁이, 황조롱이, 검은머리물떼새, 황새, 흑두루미, 말똥가리, 알락꼬리마도요, 개구리매, 원앙, 도둑게, 달랑게 등이 굴업도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동아시아 고유종으로 현재 그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어 보존 대책이 시급하게 지적되는 왕은점표범나비(Fabriciana nerippe)는 굴업도에서 발견되는 나비류 40종 중 으뜸으로 32%의 최우점종을 형성하며 굴업도 나비상의 특이점을 대표한다.



굴업도의 목기미 해변과 습지, 주변의 산태(사진: 안명준)

굴업도의 인문환경은 1957년 자료에 따르면 소 약 20두 정도 방목하는 가난한 섬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굴업도는 1900년대 초기 조기어장으로서 알려진 이후 무인도였던 섬에서 민어어장이 발견되면서 민어잡이 철에는 어선이 많았고 마을도 형성되어 큰마을, 작은마을, 목금이마을 등 나름의 밀집지역이 만들어지며 민어파시가 해안을 따라 열리기도 하였다. 1923년 큰 폭풍우로 섬은 쑥대밭이 되었고 130여 호의 가옥 피해, 200여 척의 어선 조난, 그로 인한 천 여 명의 사상자 발생 등 큰 피해가 기록되어 있다. 이후 다시 민어잡이를 중심으로 어선들이 몰려들었으나 덕적도로 중심지를 옮기게 되면서 1960년까지 18호의 가구에 74명의 사람이 사는 작은 마을의 섬이 되었다. 한 동안 소 방목장으로 기억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한때 미군 부대가 주둔하기도 하였으나 1980년대 초까지 한 동안은 섬 내에서 소 방목과 땅콩 재배 등의 생계활동을 이어가는 주민들 일부가 마을을 이루었다. 어업 활동에 필요한 기착지, 닻 보관소 정도로 활용되는 등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섬이었다가 1990년대 중반 핵폐기물 관련 이슈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여러 단체와 주민들이 싸움에 시달려야 했으나 2개의 활성단층 징후로 계획안은 폐기되었지만 다행히 이를 계기로 환경 이슈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 대상이 되었다. 물론 그에 따라 섬 내 민심도 요동친 바 있으며, 이 사이 필지별 소유가 한 곳에 집중되거나 마을과 땅콩밭이 축소되는 등 현재는 서포3리 오목한 지형이 마을 중심지 역할을 하며 관광객들이 찾는 섬 정도로 변화된 실정이다.

굴업도는 서해 바다의 수평선을 어디로든 볼 수 있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멀리 보이는 선단여에 얽인 전설이라든지 홍예문을 연상시키는 코끼리바위, 방목지였던 개머리초지, 소굴업도로 불리는 토끼섬, 전봇대와 건물터로 남은 작은마을 등 섬의 여기저기에 인문경관이 흩어져 있다. 섬을 하루 종일 돌아도 다 읽을 수 없는 삶의 흔적들이 생태 환경과 함께 하는 섬이다. 또한 거시적 측면에서 대기라든가 기후환경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서해의 특성을 그대로 담고 있어 이를 피하거나 이용한 토지 이용이 설명할 수 없이 곳곳에 나타나기도 한다.


굴업도의 인문경관(자료: 관련 논문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필자 보완)


‘환경가치’로 보는 굴업도
환경이 가치의 측면에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환경을 문제적으로 접근한 시기는 1982년 공해 문제를 최초로 다루면서였다. 이후 한동안 환경이라는 측면보다는 공해, 즉 인간에게 가해지는 환경적 해로움에 치중한 문제의식이 중심을 이룬다. 급격한 산업화의 시대였던 만큼 수도권의 심각했던 대기환경은 아직도 생생하게 언급되곤 한다. 공해 추방을 문제로 삼은 이후 1993년 즈음 국내외 상황의 변화로 환경 중심의 단체들이 연합체를 형성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 개념을 앞세운 사회적 활동들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가 환경 문제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오염된 환경이 미치는 인간에 대한 해로움의 측면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지속가능한 개발의 개념이 보편화 되고 환경가치의 문제가 단순히 인류에 국한되지 않음이 확산되면서 생태와 환경이 전지구적 주제로서 부각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환경의 가치에 대한 관점은 다시 말해 자연을 직접적으로 다룬다기 보다는 환경으로 번안된 자연, 그 중에서도 유해한 환경 요소라는 측면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으로부터 시작하여 도시적, 생태적 영향 및 유해성으로 확장되고 이제는 전지구적 유해성 및 미래 지구의 관점으로까지 진화한 것이다. 

굴업도는 이러한 진화의 관점을 모두 거치며 그 가치가 재설정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면, 먼저 굴업도 섬 전체의 환경성이 아직 부각되지 못하였던 시점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때의 환경은 아직 자연으로부터 분화되지 못하였고 그저 일상과 생업의 대상으로서만 작용하였다. 환경은 따로 분리되지 않았고 주변의 생태계는 가치가 이해되지 못한 채 쓸모의 대상으로서 활용될 뿐이었다. 또한 산업화로 인한 문제도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시기로 대략적으로 1980년대까지 굴업도는 환경이라기보다는 어업 전진기지 정도의 쓸모 가치로 여겨졌다. 따라서 마을이 들어서고 장이 들어서는 와중에 전봇대와 콘크리트가 굴업도의 자연환경에 미칠 영향은 안중에 없었다. 어업적 활용 가치마저 사라진 한동안의 시기에는 방치된 자연으로서 사실 무자비한 개간과 방목이 한동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후에도 이런 관점은 계속되어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쓸모를 고민하기까지 한 셈이다. 이때의 환경은 자연에 대해 인간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당장의 인간 쓸모라는 가치 기준이 먼저 작용하였던 것이다.

환경가치의 측면에서 두 번째이자 본격적인 진화는 이후 이루어진다. 1990년대에 환경은 쓸모나 이용의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가치를 지닌 새로운 관점으로서 부각된다. 이러한 관점은 두 가지의 시점으로 고착되는데, 하나는 여전히 환경을 쓸모의 대상으로 보면서 경관가치에서 가능성을 보고 새로운 개발을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경관가치뿐만 아니라 생태적 가치와 그 보전을 환경에 있어 중요한 관점으로 여기며 굴업도만의 환경적 특성을 의미와 가치의 측면에서 재발견하여 보전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이었다. 두 입장 모두 환경을 가치의 측면에서 본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그 방향은 달랐다. 하나는 경제적 수치로 환산한 실질적 이득에 집중했고 하나는 생태적 가치로 접근한 보전적 이득에 집중한 셈이다. 환경가치가 이처럼 두 가지 축을 이루게 된 배경에는 확산된 자본의 논리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전지구적 환경가치의 보편화가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때의 환경은 본격적으로 환경의 다양한 가능성과 가치가 재발견되고 부각되며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널리 공유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환경의 가능성은 여러 측면에서 사업(business, project, program, industry)으로 확산되어 일견 통제가 필요한 상황도 발생하며 법제적 보완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후 새롭게 대두되는 환경은 보다 포괄적이고 사회적인 특징을 가진다. 가히 21세기적이라 할 만한 사회문화적 변화가 공감되면서 환경은 자연, 경관, 공간, 생태, 지속가능성, 공동체성 등의 가치를 포괄적으로 상징하는 가치 개념으로 확장되기까지 한다. 여기에 도시의 낡은 여러 요소들이 재개발, 재생의 주제로 부각되면서 인공적 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환경가치마저 부각되게 된다. 여전한 개발논리와 이에 대응하는 새롭게 진화한 환경 관점이며, 여전히 진화하는 환경가치의 측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때의 환경은 인간과 생물권 모두를 지향하는 포괄적인 시점이 중요하게 먼저 지적되며 어떠한 상황에서는 환경의 공적 가치가 다른 여러 가치 기준보다 우선적으로 작용하기까지 한다.

굴업도는 이러한 최근 환경가치 변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섬의 대부분이 한 곳에 소유되기 시작하고 그러한 이유가 섬을 통째로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핵관련 시설을 어렵게 저지했던 많은 주민들의 시각에서 또 다른 분란의 시작인 것은 둘째치고라도 굴업도만의 아름다움을 사유화하려는 움직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환경이 사유화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강변하는 것이고 단순히 굴업도 환경의 특이점을 보호하려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환경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이다. 따라서 굴업도는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이 주축이 되어 보존에 앞장서 오던 것에서 확장되어 최근에는 문화예술인 및 언론, 일반 시민들이 환경의 보전 가치와 전지구적 보존의 대상이 되면서 중요하게 언급되곤 한다. 이는 서해의 먼 바다 외로운 섬이 아니라 굴업도를 대한민국 생태환경의 가치 중심지로 보려는 시각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며 지역적 환경 문제의 차원을 뛰어 넘는 새로운 환경가치의 측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환경가치, 환경문제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환산되면서 형성된 관심이자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평산에서 내려다 본 굴업도 전경(사진: 안명준)

이러한 현재의 굴업도는 환경가치의 측면에서보자면 “한국의 대표적 섬경관 보유, 천연 경관과 자연사의 보고, 보호 생물의 서식처, 생태관광 자원의 보고” 등 현시대 환경가치의 중요 사항들이 모두 담긴 곳으로 받아들여지며 이러한 사항들은 충분히 보전해야 하고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중요시해야 할 사항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요소로 보는 환경이 아니라 환경이 담고 있는 여러 가치의 측면이 먼저 부각되는 것은 요즈음 환경가치 논의의 핵심이다. 당장 이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만을 중심으로 하는 파괴의 논리를 걷어내야 한다는 공감이 환경이라는 개념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굴업도는 환경가치의 보고로서 보호되고 보존되어야 할 중요한 우리의 자산으로 공감되고 있는 것이다. 

이때의 환경가치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입각한 자연 요소의 보전 가치에 해당된다. 특히 생태적 요소들이 가지는 환경적 가치는 굴업도에서 최우선적으로 지적되어야 할 사항이다. 다시 말해 환경은 가치의 문제에서 다루어질 때 어떤 특별한 개념이나 목적으로 재번안되는 속성을 가지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환경 그 자체가 어떤 가치의 목적이 아닌 가치 추출의 배경이자 매트릭스로 작용하는 것이다. 환경은 근대화를 거치며 그렇게 통제의 수단으로서 고착화 된 것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굴업도의 환경가치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슈가 되었던 셈이고 새로운 개발 방식 또는 개발 압력의 주 타겟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렇게 환경을 자원으로 먼저 보는 시각에서 가치를 먼저 발견하려는 일반화 된 관점이 우리 시대에 중요하게 작용하였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 레저시설화 개발안 공개 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핵심을 이루는 것은 환경을 보는 가치의 기준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환경은 비로소 가치의 대상으로서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의 상황에 있어서는 굴업도를 통해 그러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굴업도의 새로운 환경적 의미(자료: 안명준)


스스로 그러한 환경을 위하여...
이 푸 투안은 섬이 인간이 진화하는데 있어 중요하지는 않았지만 “섬의 중요성은 상상력의 영역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섬은 사람의 상상력을 끈질기게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굴업도에서 우리시대의 환경(모습)을 찾으려 하는 것도 이와 관련된다. 생각과 자연이 부딪히는 장소로서 섬은 환경의 존재적 가치를 상상(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환경은 자연이 아니다. 그러나 환경은 자연만큼이나 스스로 그러할 수 있다. 다만 이 스스로 그러함은 인간적 개입을 용인하는 그것이다. 환경은 자원이기도 가치이기도 하며 인간과 공생하기 위한 친구이기도 하다. 요소로 분해된 환경이 아니라 매체로 소통되는 환경은 이 시대의 중요한 개념 기준이기도 하다. 

환경은 어디에나 있다. 환경은 어떤 식으로나 있다. 그리고 환경은 어떻게든 뒤에 남는다. 이해를 위한 근대적 환경 개념이 아직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그러한 환경’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부딪히며 변화하는 환경이라는 점과 의미와 가치가 중요해진 환경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글·사진 _ 안명준  ·  조경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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