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이 충만한 가로를 걷고 싶다

[조경명사특강]임승빈 교수의 도시사용설명서_4회
라펜트l임승빈 교수l기사입력2013-04-02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에는 건물이 집약되어 있으며 고밀의 도시일수록 인공성이 높아지고 자연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콘크리트 정글로 불리우는 현대의 대도시에서 자연성을 회복하고 가로에 녹색 옷을 입히는 방법은 없을까?

 

빽빽하게 늘어선 고층빌딩과 차량이 홍수를 이룬 삭막한 도시에서의 생활로 현대인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를 완화하기위한 노력으로서 도시녹화가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녹화는 가로수, 가로수를 이어주는 띠녹지, 그리고 중앙분리대의 식재이다. 과천시는 80년대초 건설된 우리나라 최초 신도시중의 하나인데 가로수가 이열로 식재되어 녹시율((綠視率: 보행자 시야 전체 면적 중 녹지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도시이다.

 


과천시의 가로수와 띠녹지_ 가로수를 2열로 심어 나무터널이 형성되었고, 차도에 접한 띠녹지는 차도와 보도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여 녹시율이 극대화되고 걷기에 쾌적하다.

 

대도시 도심지는 건축 밀도가 높고 보도 폭이 좁아 2열로 가로수를 심거나 띠녹지 만들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도심지라 할지라도 2열 가로수와 띠녹지를 만들 여지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띠녹지는 웬만한 보도에서 거의 모두 만들 수 있다. 서초동 삼풍아파트(아래사진) 에서와 같이 가로수를 연결하는 띠녹지는 최소 30센티미터 폭으로 충분하다. 여기에 화초류 혹은 관목을 심으면 훌륭한 녹지가 되고 녹시율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도시내 전체도로에 띠녹지를 만든다면 전체 도로면적의 5%정도를 추가로 녹화하는 효과를 보게 되어 도시열섬 완화와 녹시율 제고에 큰 역할을 하게될 것이다. 나무 심을 공간이 거의 없는 도심지에서 띠녹지의 적극적 도입은 도시녹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도로변 띠녹지()와 아파트 진입로의 띠녹지()_ 최소 30센티미터 폭만 있으면 띠녹지를 만들 수 있으며 차도와의 완충 및 녹시율 제고 역할을 하여 쾌적한 보행환경을 만들어 준다. 빗물이 띠녹지로 유입되는 그린스트리트 개념을 도입하면 가로수 생육에도 좋고 홍수 저감효과도 있어 여러 면에서 친환경가로 조성에 유리하다.

 

최근에는 이외에도 건물의 벽면녹화와 옥상녹화, 그리고 옹벽/사면 녹화 노력이 증가하고 있음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벽면/사면 녹화는 녹시율을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같은 면적이라 할지라도 평면보다는 수직면일 경우 시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므로 벽면녹화를 될수록 많이 도입하는 것이 도시가로의 녹시율을 높이는데 보다 효율적이다. 외벽인 경우 벽면녹화는 겨울철 관리가 어려우므로 식물재료와 식재방법 및 위치 선정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실내 벽면인 경우 외벽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에 어려움이 적으며, 신축된 서울시 청사 로비의 대규모 벽면녹화는 새로운 분위기의 친환경적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이웃 일본 오사카에서는 건축물 벽면녹화를 통하여 녹시율을 높일 경우 용적률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검토해볼 만 하다.

 



서울시청 로비 벽면녹화_ 실내 공간의 자연성과 친근감을 높여주며 습도조절에 유리하다. 근무자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서초동 법원 담장의 벽면녹화_ 콘크리트 옹벽이 녹화되어 가로경관이 개선되고 걷기에도 쾌적하다.

 

서구에서는 최근 그린스트리트 개념을 도입하여 녹시율도 높이고 빗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린스트리트는 빗물을 우수관거를 통해 강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녹지를 통해 지하수로 유입되도록 함으로써 홍수저감 효과가 있으며, 녹지조성을 통하여 도시열섬 완화, 그리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제공해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그린스트리트 개념을 도시가로에 도입하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으나 아직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못하다. 앞으로 가로수를 연결하는 띠녹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함과 더불어 빗물을 띠녹지로 유입시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시애틀에서는 빗물을 단순히 녹지로 유입시키는 차원을 넘어 수동펌프, 벤치 등을 도입하여 시민이 참여하고 앉아서 쉴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해설판을 세워 그린스트리트 개념을 홍보하고 시민들의 친환경의식을 높이는 노력을 함께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Maynard Ave.)에 조성된 그린스트리트_ 건물 진입부분을 제외한 차로변에 그린스트리트 개념을 도입한 녹지를 만들었다.

 


국 시애틀 (Maynard Ave.)에 조성된 그린스트리트_ 녹지에는 인접건물에서 저장된 빗물을 이용하여 수동펌프를 만들고 물길을 만들어 경사를 따라 흐르도록 하였다.

 

 

미국 시애틀 (Maynard Ave.)에 조성된 그린스트리트_ 빗물이용 해설판을 세워 시민들이 설계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동시에 시민들의 친환경가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또한 공동주거단지에서도 그린스트리트 개념을 도입하여 단지내 도로변에는 빗물유입 녹지를 만들고, 단지내 낮은 곳에는 빗물연못을 만들어 홍수시 빗물이 하천으로 바로 방류되지 않고 연못을 거쳐 서서히 방류되도록 하여 홍수 위험성을 저감시키고, 동시에 주민들에게 친수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 하이포인트(High Point) 공동주거단지의 빗물연못()과 빗물 유입부에 조성된 계류()

 


미국 시애틀 하이포인트(High Point) 공동주거단지의 그린스트리트 조성_ 도로의 우수가 연석을 낮춘 부분을 통하여 녹지로 유입된다.

 

미국 포틀랜드에서는 횡단보도, 주차장 등에 그린스트리트를 도입하고 있다. 횡단보도에서는 차도 폭을 줄이고 여기에 빗물을 이용한 녹지를 만들었다. 횡단보도 구간에서 차도 폭이 좁아지므로 운전자가 저절로 서행하게 되어 학생들이 건너가기 안전하도록 하였다. 또한 차도의 빗물을 녹지로 유입시켜 지하로 스며들도록 하였다.

 


미국 포틀랜드의 그린스트리트_ 횡단보도에서 도로폭을 줄인 부분에 빗물이용 녹지를 도입하여 빗물의 지하수 유입을 증가시키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하였다.

 


미국 포틀랜드의 그린스트리트 해설판_ 주민들의 그린스트리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여준다.

 


미국 포틀랜드의 그린스트리트 개념이 적용된 주차장 녹지_ 주차장 빗물이 녹지로 유입되어 지하로 스며들고 우수관 매설이 절약되며 주차장에서의 녹시율이 높아진다.

 

캐나다 밴쿠버 주택가 골목길에서는 자동차 바퀴 지나가는 곳을 제외하고 전부 녹화하여 녹시율을 거의 100퍼센트로 만들어 자연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우리나라의 골목길에서도 생울타리 담장과 바닥녹화를 통하여 녹시율을 극대화하고 자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다 밴쿠버 주택가 골목_ 차량바퀴 닿는 부분만 제외하고 바닥면을 녹화하여 녹시율이 극대화되었다.

 

도시에는 더 이상 나무 심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아직도 푸른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도로변의 띠녹지, 건물벽면, 담장,골목길, 도로변 자투리땅 등 마음먹기 따라서는 녹시율 100퍼센트에 가까운 진정한 푸른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이화동 골목길_ 플라스틱 화분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자투리 공간을 정비/녹화하면 엄지공원이 곳곳에 피어나 활기찬 골목길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우리 주변에 나무 심을 곳이 없는지, 잔디나 초화류로 녹화할 곳이 없는지 찾아보자. 조금만 노력하면 녹화할 수 있는 자투리 공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투리 공간에 지금 바로 나무나 초화류를 심고 가능하다면 조그만 벤치도 하나 놓아보자. 그리고 이를 엄지공원이라 불러도 좋다. 엄지공원이 하나 둘 모이면 푸른 마을이 되고, 엄지공원에서는 마을사람들의 이야기꽃이 피어나 마을 전체가 활기찬 커뮤니티가 될 것이다.

 

녹시율 100퍼센트의 녹색 가로를 걷고 싶다!

푸르름이 가득찬 마을, 이야기 꽃이 피어나는 활기찬 커뮤니티를 보고 싶다!

연재필자 _ 임승빈 교수  ·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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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b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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