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향토성이 깃든 빛의 향연을 보고 싶다

[조경명사특강] 임승빈 교수의 도시사용설명서_13회
라펜트l임승빈 명예교수l기사입력2014-01-08

도시에 밤이 찾아오면 낮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관이 연출된다.

 

밝은 하늘에는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져 낮 동안에 보이던 도시의 모든 디테일은 어둠에 가려지고 조명이 비추는 부분만 드러나게 된다. 야간에는 조명된 부분에만 시선이 모이게 되므로 주간에 비하여 집중력 높은 경관연출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건물벽면에 레이저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표현하는 이벤트나 광고, 그리고 빛을 이용한 등 축제, 불꽃 축제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2013년 여름 광화문을 스크린으로 하여 다양한 표정을 연출한 ‘광화문 빛너울’은 조명에 따라 건물의 표정이 얼마나 다양하게 바뀌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조명에 따라 광화문의 이미지가 안정된 느낌, 화려한 느낌, 비상하는 느낌 등 다양하게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야간에는 낮과는 다른, 원하는 이미지를 조명을 통해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다.

 


광화문 빛너울(2013)_ 광화문이 낮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진다.

 


광화문 빛너울(2013)_ 조명을 통하여 안정된, 화려한, 비상하는 이미지를 각각 연출하고 있다.

 

반포대교에는 무지개분수가 설치되어있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하나로 한강이용 활성화를 목적으로 1km에 이르는 교량에 다양한 색의 조명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분사되는 분수를 설치하였다.

 

무미건조한 교량경관에 분수라는 동적인 요소를 접목시켜 강변경관에 활기를 불어넣어 많은 사람들이 분수를 보러 이곳으로 몰려온다. 특히 더운 여름에는 흥미로운 분수경관과 더불어 강변의 시원한 바람을 즐길 수 있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보러온다. 무지개 분수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서울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반포대교 무지개분수_ 야간에는 오색조명을 통해 주간보다 아름다운 분수경관을 연출한다. 잠수교, 고수부지 등 다양한 시점에서 다양한 모습의 분수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밤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가족, 연인 등 더욱 많은 사람이 보러온다.


최근 각 도시마다 설치하고 있는 바닥분수는 더운 여름의 열기를 식히고 보는 사람의 마음도 한결 시원하게 한다. 특히 분수를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들어가 놀 수도 있어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야간에는 오색의 조명과 어울려 더욱 흥미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광화문광장 바닥분수_ 야간에 조명과 함께 뿜어내는 바닥분수는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물과 빛 그리고 놀이가 어우러져 삼박자를 모두 갖춘 살아있는 장소가 된다.

 

우리나라는 1995년 지방자치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어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게 되었고, 이후 전국의 지자체에서 각지자체의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축제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등축제, 불꽃축제 등 야간행사도 늘어났는데, 이들은 해가 지면 도시의 어둠 속에서 시민들에게 흥미 있는 볼거리와 독특한 경관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최근  전국 도시에서 축제가 양산되면서 소재 빈곤으로 인해 유사한 축제가 중복되거나, 부실한 축제진행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등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야간 축제가운데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축제는 하늘을 배경으로 하고있어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폭죽 소리와 함께 화려한 색과 모양의 불꽃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해 많은 사람의 탄성을 자아낸다. 서울과 부산의 불꽃축제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축제장소 주변에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있다.

 

 

부산불꽃축제_ 밤하늘을 배경으로 연출되는 불꽃축제는 그 장대한 규모와 화려함으로 많은 사람을 감탄시키고 황홀한 경지에 이르게 한다.


연등행렬은 부처의 탄생을 기념하여 고려시대부터 이어온 불교계의 행사이다. 연꽃모양의 등 뿐 아니라 탑과 용, 인물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형태의 등을 가지고 가로를 행진하면서 축하메세지를 전달한다. 야간이어서 행진에 참가한 사람보다는 밝은 등이 두드러져 다양한 모습을 지닌 등의 의미 전달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초파일 연등행렬_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조형물은 시선의 집중도와 인지도가 높아 조형물의 모습을 통해 행사의 성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색다른 경관경험을 갖게 된다.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성탄트리 역시 다양한 장식등을 달아 야간에 높은 인지도를 보여 예수탄생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백화점의 트리장식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계절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서울광장(좌)과 롯데호텔(좌)의 트리장식_장식전구로 아름다운 형태를 연출하여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시의 계절감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등축제는 청계천 수로에서 매년 열리는데 진주 유등축제와 중복된다고 하여 진주시에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2013년 에는 ‘한성백제 천년의 꿈’을 주제로 하였는데 너무 많은 시민이 몰려 인접도로에서 수로 변으로 내려가는 입장을 제한해야할 정도였다. 청계천 수로에 전시된 각종 주제의 등들은 수로 옆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인접도로와 다리위에서도 내려다 볼 수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전시물을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또한 말과 새와 같은 일부 조형물은 움직이도록 제작되어 더욱 흥미를 끈다.

 



서울등축제_한성백제의 역사를 다양한 형태의 조형물로 표현하고 있다. 수로에 전시된 조형물을 수로변, 인접도로, 다리위 등 다양한 각도에서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말과 새조형물은 움직이도록 만들어져 흥미를 더한다.

 


서울등축제에 참가한 인제빙어축제 홍보_빙어축제 홍보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으나 축제의 주제가 흐려지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21세기 들어오면서 야간경관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야간 축제와 이벤트가 활성화되고 있다. 등불, 레이저, 폭죽 등을 이용한 야간행사는 시각적 집중력이 높아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흥미를 유발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 성공한 주제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도시의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역 특성을 살리는 향토적 주제를 개발하고 더 격조 높은 전시와 스토리텔링 프로그램 구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 정체성이 우러나고 감동을 주는 야간 축제가 보고 싶다.
지역 향토성이 아름답게 연출된 수준 높은 야간축제를 만들자!

연재필자 _ 임승빈 명예교수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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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b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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